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대학교에서 만화동아리 활동을 했던 나는, 군대에 입대한 이후로 통계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선후배 막론하고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들만 모인 곳에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당연히 내 나이 또래의 남자라면 게임과 만화를 모두 좋아할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40명 소대원 중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참 한명, 나, 그리고 후임 한명. 이렇게 40명 중 세 명뿐이었다.
이를테면, 생전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 대부분이고, 해 봤으나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예전엔 재밌었으나 지금은 별로인 사람, 그런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여전히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게임과 만화를 좋아하는 자체를 이해 못했고, 그 중 몇명은 그런 우리를 혐오스러워하기까지 했다. 헐
비슷하게, 오늘도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 스스로가 스팀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느낀 이후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이제 모든 블로거들에게 스팀잇이 저절로 알려져서, 블로거들이 모두 빛과 같은 속도로 스팀잇으로 모여들 줄 알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평소 자주 가던,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스팀잇을 홍보해볼까 하고 넌지시 글을 던졌는데, 250명이 글을 읽고 그 중에서 단 3명만이 관심을 가졌다.
글로 벌어먹겠다는 사람들이, 글 쓰면서 곤궁해 죽겠다는 사람들이, 글써서 돈을 벌수 있다는 것에도 관심이 없더란 말이다. 말 그대로 헐! 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코인이라고 하니 사기, 혹은 다단계 정도로 여기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왠지 정말 돈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며, 아니면 마치 다른 세상의 것처럼 이질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정보가 퍼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그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옛날 내 고향 할아버지들은 일제시대도 합병 이후 십수년 이후에나 알았다고 하며, 전쟁 때는 전쟁이 난 줄도 모르다가, 장에 나간 사람이 전쟁났다는 소식을 한참 이후에나 알려왔고, 그렇게 전쟁에 대해 전해 듣고도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냥 평소처럼 지내다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정보가 퍼지는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지만, 그 정보를 접한 사람들에게도 그 정보가 자신의 일인 양 느껴지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 역시 지금의 직업을 갖기까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말을 잘했고 설교도 곧잘 했으며 종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내가 사이비 종교가 되었다면 아마도 신X지보다 유명해 졌을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나는 교주가 되지 않았다.
또한 나는 남을 가르치는 일도 잘해서, 한번은 초등학교 산수도 잘 못하는 중3의 사촌동생에게 단 2주간의 교습을 통해 그 다음 중간고사에서 95점을 맞게 만든 일도 있다. 내가 강사가 되었다면 연봉 수십억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강사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친한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내가 개그맨이 되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나는 매우 웃기는 놈이고, 말로도 잘 웃기며, 글로도 잘 웃긴다. 하지만 나는 개그맨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그냥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공감할 것이다.
비슷한 예의 주변 사람도 있다. 한 때는 자기 말로 미국 FBI까지 해킹을 했다고도 하고, 지금도 직접 칩에 프로그램을 짜기도 하고, 모든 코인에 대한 ASIC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안티 ASIC인 이더리움 마저도!)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잘 하면 코인을 만들든가, 아니면 ASIC을 만들어서 떼돈을 벌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겨우 조금의 월급을 받는 지금의 회사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 코인전문가이고, 세계 최초로 무슨 코인을 특정 장비를 통해 캐는 방법을 자기가 알아내서 알려줬다고도 하는데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렇게 살아야 될 팔자라 그렇게 사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게 싱크로니시티의 반대되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싱크로니시티란, 명확한 사전적 의미는 찾기 어려운데, 이를테면 ‘시공을 초월한 인류의 동질화’라고나 할까. 전혀 만난 적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이 뭔가를 알아내면, 동시에 다른 곳에서 다발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깨우치는 현상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꿀벌이론이라는 게 있다. 성실한 꿀벌들만 모아 놓으면, 그 중에서 반드시 몇 놈은 게으르게 타락한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섬에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타락을 하고, 반대로 범죄자만 모아놓은 곳에서는 몇 명은 반드시 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렇게 모두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보이지 않는 어떤 자연의 균형에 의해 각자의 할 일이 정해지는 것 같다. 매우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자기는 어려서부터 그런 일을 할 줄도 몰랐고,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지만, 어느날 그냥 그 일을 하게 되었다고들 한다.
그렇다. 뭘 하든 그걸 하는 사람은 그걸 할 수 밖에 없어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선택받았다고나 할까.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 간 것이다.
떼돈을 벌었다며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따라한다고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그런 사람은, 그냥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보통사람들은 뉴스에 그렇게 매일 같이 코인에 대해 떠들어대도, 코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업비트 회원이 12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우리나라 성인 중 아직 3980만 명은 코인을 사고 파는 데는 관심조차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 중 얼마는 코인에 대한 정보를 접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모두 코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중에서도 다시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질적이라고 느끼며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것으로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다 정해져 있다. 스팀을 하는 사람도, 결국은 다 운명처럼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건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알아도 안 하는 사람이 더 많다.
결국 하는 사람은, 할 수 밖에 없어서 하는 거다.
스팀잇을 하는 우리 역시, 스팀잇을 할 수 밖에 없기에 하는 거다. 남들은 스팀잇을 알지도 못해서 못하고, 알아도 못할 거다.
그래서 결국 스팀잇을 하는 우리는 스팀잇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선택 받았기에 .
맛만 보려고 입을 댔는데 꿀꺽꿀꺽 원샷하게 되는 글이네요. 그런데 이 힘있는 글을 보면서 저는 왜 좀 쓸쓸해지는지.
쓸슬해지지 말라고 얼마 안되지만 댓글 보팅해드립니다. ㅎㅎ
파워가 많이 떨어져서 얼마 안되네요.
맛만 보려 했는데 꿀꺽꿀꺽 원샷했다는 비유가 찰지네요.
^-^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코인으로 신규자금이 많이 유입되길!!!
스팀잇 가입하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항상 정독중..^^
반갑습니다. 팔로우 합니다. ㅎㅎ
요즘 자주 dakfn님 글보고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dakfn님 글은 항상 기대가 되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않으시군요 ㅎㅎㅎ
하하 내일은 좀더 쇼킹하고 예상치 못한 글이 나갈겁니다.
깜짝 놀랄겁니다.
두배로 기대하고있겠습니다ㅋㅋ
아직 선발주자죠~~~
제 주변 사람들도 아직 코인 얘기만 하지 직접 하진 않아요.
한다해도 뭐 소액 넣어서 치킨값 벌었다 이정도로 하고
기술 자체에는 관심이 없더라구요.
맞습니다. 옛날부터 아는 사람들만 지금이 광기처럼 느껴지지,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이게 IT 그 너머의 기술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분명 써주신 글은 스팀 관련인데 오늘 회사에서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직업 관련 글로 읽히네요. 제가 하는 일과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주말내내 고민할거 같네요 ㅎㅎ
그런 고민은 사실 평생 하는 거죠. ㅎㅎ
선택받은 스티미언 1인!! 스팀잇 알게되서 넘나 좋아요 ㅎㅎㅎㅎ
씐납니다! 예~~~
스팀잇하면서 좋은글 많이 읽게돼서좋은거같아용!
좋은 글로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저 또한 100%의 운명론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게 되었다는게 본인의 의지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하며 팔로우 합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전 이미 님이 팔로우 되어 있네요. ㅎㅎ
보이는 닉네임은 전부 팔로우 하는지라. ㅋㅋㅋ
저는 R모 커뮤니티를 하는데, 대부분 반응이 똑같습니다. 다 허구고 투기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다단계의 그것과 같은 의도다. 일단 저도 이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본질, 기능, 설계 등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잘 설득하기는 힘들더라구요. 아니면 그냥 그 사람들이 익숙한 것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 걸수도 있구요. 결국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에게 맞으면 하고 아니면 마는 거겠죠. 저도 그냥 '하고 싶어서'합니다.
설마 루X웹?
ㅎㅎ
네. 거기 가니 아직 끝물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물론 몇명은 자랑질 하는 것도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