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시지프의 신화 : 실존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

in #kr8 years ago (edited)

나를 닮은 아기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니, 산다는게 뭔지 참 먹먹해집니다. 언젠가 나에게 묻게 될 텐데... 전 아직 대답이 준비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하다 이렇게 삶이 끝나버리는게 아닐까. 무더운 여름에 한겨울 파카 같은 이 지리멸렬한 의미론.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끝도 없이 재고 따지는 완벽주의자로 살다 죽거나, 아니면 만사에 무관심한 천하의 한량으로 살다 죽겠구나. 혼돈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양극단이 부여하는 평안함에 도취하기 마련이죠.

전 아빠가 되어 이제 그 어떤 극단도 허용되지 않는 자기 굴레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사랑이란게 참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견뎌낼 만한 것이기도 하니, 참으로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 것이죠. 사랑한다는 건 그냥 살아간다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시절 카뮈를 만났던 날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 정상을 향하고 있을...
시지프를 소환합니다.

포스팅 추천곡, 붉은돼지 OST "The Bygone Days"

[본 문]

태어났으니까 사는 남자

예능 방송으로 더욱 유명해진 만화가 기안84의 수식어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이 문구를 TV에서 처음 봤을 때, 대단히 실존주의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안84가 실존주의자는 아니지요. 아.. 그건 알 수 없는 부분이군요.

그래도 실존주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실존주의 원류인 니체와 키에르케고르 사랑하는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리고, 시지프 신화의 알베르 카뮈도. 유신론적이냐 무신론적이냐에 따라 야스퍼스나 하이데거,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이 쪽은 내가 감당할 깜냥이 되지 않아 휙. 던져버립니다. 전 생활인이지 철학자가 아니니까요.

실존주의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 입니다. 뭔소리인가 싶으실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존주의적 선언은 이것입니다.

"인생은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앞서 기안84를 들먹인 이유입니다. "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다." 이것이 실존주의적 창세기 1장 1절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성경의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 입니다. 이는 지나치게 완벽한 문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신론적 실존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실존주의가 성립할 수 없지요.

실존주의자에게 있어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에 있어 선행된 본질적 의미는 없다. 그냥 아웅다웅 살아가다 죽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면 그 허무한 인생을 뭐하러 사는가? 허무한 것이 생이라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 아닌가. 차라리 죽어버릴까? 실존주의자에게 자살은 합리적 선택이다.

아, 이것은 내 말이 아니라 알베르 카뮈의 문제제기 입니다. 알베르 카뮈가 저런 글을 쓰거나 말한 적은 없습니다. 오해없으시길. 제가 이해한 카뮈의 생각을 집약해서 표현한 것입니다.여기서 끝난다면 그냥 허튼 소리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작가는 한발짝 더 나가지요.

인생은 허망하구나,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은 부조리한 것이다.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하지는 말자. 이렇게 태어나서 눈을 뜨고 이 세계의 태양을 보았지 않는가... 살아가자. 이 삶의 끝에 모든 것이 먼지처럼 사라질지라도. 끝도 없는 암흑의 밑바닥으로 침전하며 무의 세계로 돌아갈지라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이 허무한 인생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보자. 그래, 산다는 것은 인생의 허망함과 부조리를 향한 저항이다.

실존주의자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곧 저항인 셈입니다. 대단히 전투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지요. 실존주의자들은 죽은 개념어들을 기피하고, 관념적인 세계를 동경하지 않습니다. 처절한 현실을 인정하고 온 몸으로 부딪혀 저항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본래 그러한 것이기에 절망에 굴복하지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부여한 삶의 의미를 완성해가는 길. 이 저항의 길에 마주하는 고통과 버거움은 어쩔 수 없는 세계의 실상입니다. 삶이란 결국 닳아서 없어지는 것이기에, 인간은 다만 오늘을 살아냈다는 것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시지프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굴려서 산꼭대기까지 오릅니다. 산꼭대기에 도달하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시지프는 산을 내려가 그 바위 덩어리를 굴리며 다시 산을 오릅니다. 이것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이 시지프에게 내려진 형벌입니다. 시지프의 죄명은 신을 향한 조롱.

오늘 하루 평안하셨습니까? 저는 오늘 시지프와 같이 열심히 바위를 굴리며 산꼭대기를 올랐습니다. 저녁이 되니 정상에 도달하였지만, 지금 그 바위는 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군요. 내일이 되면 또 다시 저 바위와 함께 이 산을 올라야 하겠지요. 내일을 위해 저는 이만 산을 내려가렵니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 마지막 단락을 남깁니다.

나는 시지프를 산기슭에 남겨둔다! 우리는 그 무거운 짐을 발견한다. 그러나 시지프는 신들을 부정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는 고귀한 성실을 가르쳐 준다. 그 역시 모든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 이제는 주인없는 우주가 그에게는 불모의 것도 소용없지도 않은 것이다. 이 바위의 부스러기 하나하나, 어둠으로 가득 찬 이 산의 광물의 빛 하나하나가 유독 그에게는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족한 것이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 알베르 카뮈 <시지프의 신화> 중


이 글은 [오마주]프로젝트로 재발굴한 글입니다.

원본 : https://steemit.com/kr/@cowboybebop/kqy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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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와 시지프의 신화. 어울립니다.

오옷. 포르코는 철학적인 돼지라서 그런가 봅니다. ㅎㅎ

전 아빠가 되어 이제 그 어떤 극단도 허용되지 않는 자기 굴레

아... 이하 본문보다 이 구문에서.... 공감이~

저두요~ ㅠㅠ

저도 그랬어여ㅜ

철학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시고 심사숙고를 하신게 느껴지는군요~
전 니체랑 그외 몇명밖에 모르지만 (그것도 이름만 들어봤죠 ㅎ) 나름의 철학이 있지요~~~^^
실존주의든 이상주의이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남에게 피해주지않고 어떤 삶이 나에게 행복할지를 정해서 살아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방식이 어떠하든간에요 ㅎㅎ
새벽에 몇자 끄적여 봅니당~^^

멋집니다!!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가는거죠. ^^ 꼭 행복하십시오!!

오 카비 유식해.
실존주의가 뭔지 잘 모르지만...태어났으니까 산다라는 말은 불교랑 비슷하네. 하지만 허무하거나 최선의 선택이 자살이라는 것은 불교랑은 좀 다르고... 불교에서는 자연의 토끼, 다람쥐처럼 그냥 사는거야.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고 도토리를 먹는것처럼...일을 하고 하루하루를 밥먹고 그냥 사는거지. 거창하게 뭐가 되야겠다!! 라는것도 없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것~

불교가 원래는 철학이지. 지금은 종교니 뭐니 이상하케 돼버렸지만 ㅋㅋ 맞아. 인생에는 이래야하는 것도 저래야 하는 것도 없어. ^^ 시타 꼭 행복하렴.

실존주의에 입각해 이제껏 살고 있는 지금이지만 실존하지 않는 수많은 상념으로 괴로워 하는 삶 또한 살아가는 우리들 아닌가요? 실존주의자들이 간과하는 가장 큰 모순이, 실존과 비실존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이 이다지도 힘든 이유는 그 간극의 크고작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인것 같아요ㅜ

실존과 비실존의 간극에는.... 치맥이 있습니다. 그거슨 진리입니다. 진리는 나를 살찌웁니다. 친애하는 북키포님. 꼭 즐거운 나날을 보내세요. ^^

나는 카비님이 이렇게 낭만적인 분이신줄 진작 알지 못하지 않지 않았습니다라고 표현하지 말지 않고 이렇게 도돌이로 게속 순환 개드립을...... (이게바로 시지프의 신화)

그게 인생이지요. 가장으로서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독신자의 삶도 아름답겠지요. 그러나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그걸 모르니까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의 삶은 아름다운데

캬! 카비님 멋집니다. 이제부터 낭만카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쥔짜 센스쟁이십니다. 장난 속에 진중한 심지가 있는 분들 너무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고. 감히 말씀드리면... 우리 좀 비슷한 과... 실례가 아니길. ㅋㅋ 감사합니다.

PS) 셀린디옹 오랜만 ㅋ

ㅋㅋㅋ.

저도 글케 생가캄

사랑한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 다시 읽어 보게 되는 글이네요. 저도 오늘도 저항하면서 하루를 이겨내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유키님. 블로그 잠깐 들러보니 암호화폐 프론티어 시군요. ^^ 반갑습니다. 팔로우~ 팔로우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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