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촉(華燭)의 어원

in AVLE 일상27 days ago

자작나무는
자신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고
인생의 첫출발
생명의 잉태를
상징하는
고귀함이 간직된 나무다

그런데 어떤 진상 손님이
국어사전을 검색해
자꾸 말꼬리를 잡는다
화촉
빛날화 자를 쓴다며
아, 이 양반아
자작나무 화자가
화촉의 어원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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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4
화촉 1 華燭

명사 빛깔을 들인 밀초. 흔히 혼례 의식에 쓴다.

명사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밀초.

유의어
화초1

1표준국어대사전
화촉 2 樺燭
명사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

표준국어대사전
화촉지구 華燭之具
명사 혼례 때 쓰는 여러 기구.

표준국어대사전
화촉지구 華燭之具
명사 혼례 때 쓰는 여러 기구.

우리말샘

[나무 이야기]화촉(華燭)을 밝히는 자작나무
중앙신문 [email protected] 승인 2017.12.22 08:52페이스북
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요즘의 결혼식은 매우 다양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고유의 전통혼례도 있지만 이미 전통혼례를 구식이라고 부른다. 면사포에 웨딩드레스를 입고하는 결혼식이 신식이라 불렸다. 이제는 주례 없이 신랑신부의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예식을 진행하는 최신식이 등장하고 있다.

형식과 절차가 대폭 변경된 자유롭고 이색적인 다양한 결혼식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변하지 않고 지키는 절차가 있다. 양가 혼주들이 나와 촛대에 불을 댕기는 절차다. 크고 작은 행사에는 불을 밝히는 행사는 소중히 다루어왔다.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의 성화는 정성껏 채화하여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의식을 거행한다. 혼인의 성스러운 절차의 시작은 불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화촉을 밝힌다는 의미는 변함이 없는듯하다. 화촉성전의 의례에 화촉(華燭)은 자작나무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나무들도 저마다의 특징을 간직하고 일생을 살아간다. 자작나무는 30미터이상도 자라는 키가 큰 나무다. 넓고 둥근 잎을 달고 있다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이 든다. 겨울이면 잎을 떨구어 낸다. 우리나라 백두산주변과 시베리아에 무리로 모여 사는 나무다. 자작나무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새하얀 나무껍질에 있다. 새잎이 돋아나는 봄, 하얀 가지와 연둣빛의 나뭇잎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북방이 고향이라지만 ‘닥터 지바고’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은 화면 가득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바다를 기억하실 것이다. 하얀 수피의 깔끔한 나무가 백의민족을 나타내는 것 같아 특별히 좋아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자작나무는 말쑥한 신사의 멋이 풍기는 귀족의 풍모를 지닌 나무다.

화촉을 밝히는 백색의 신사 자작나무 나무껍질이 종이처럼 벗겨진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로 쓴다. 결혼식을 화촉(華燭)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옛날에 촛불이 귀하던 시절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처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덩어리로 불이 잘 붙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밤을 밝히는 전기불이 없던 시절 어둠을 밝히는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 새색시를 맞이하는 집에 자작나무 불꽃이 자작자작 타오르는 정경이 눈에 선하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서 조각재로 쓰인다. 특히 우리나라 국보인 팔만대장경의 경판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자작나무 경판은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이 얇은 종이처럼 벗겨진다.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내어 이것으로 명함도 만들 수 있고 글도 쓸 수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좋아하는 모양을 만들어 나누기도하며 사랑의 글귀를 새겨 간직하는 낭만적인 나무다. 그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고 보관이 가능하다. 신라시대의 고분 속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 발견되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키가 30미터나 자라는 큰 나무지만 자작나무 씨앗은 매우 작다. 자작나무는 9월 말경에 종자가 여물어 이때 따서 저장한다.

씨뿌리기 1개월 전에 흙속에 매장하거나 축축이 젖은 모래와 함께 저장 후 씨를 뿌리면 발아가 잘 된다. 다른 나무에 비하면 공해에는 약하지만 하얀 나무줄기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북유럽에서는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사우나를 할 때 온몸을 두드리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하여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수나무나 고로쇠나무와 함께 이른 봄 줄기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채취하기도 한다. 이 수액역시 건강음료로 인기를 누리며 산촌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성분을 정제하여 자일리톨(xylitol)이 함유된 껌을 만들어 낸다. 당분을 대체할 수 있는 자일리톨은 충치예방에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여 자작나무는 건강을 지켜주는 나무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조경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고 인생의 첫출발을 상징하는 고귀함이 간직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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