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 공포를 느낀다

in #tooz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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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분이 절대 따라하고 싶지 않은 전략을 하나 소개해드리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매일 전체 자산의 0.31%씩 잃고 15%의 승률을 가진, 연환산 수익률 -113%의 아무도 따라하고 싶지 않은 전략이죠. 이 전략대로 1억을 투자했다면 아마 1400만원 정도의 돈을 잃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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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놀랍게도 위의 절대 따라하고 싶지 않은 전략은 저번에 PBR+PER전략 개선하기 포스팅에서 소개드렸던 전략과 같은 전략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분명 저는 여러분께 이것이 백테스트 결과상 연복리 35%의 전략이라고 소개해드렸는데요. 답은 기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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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똥같은 전략은 사실 길게보면 백테스트 그래프상의 파란색 원으로 표시한 2개월 간의 테스트 결과였습니다. 성공한 미래를 본 우리는 20%의 하락이 별 문제가 아닌것처럼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저 상황속에 직접 있었다면 우리가 보았을 수익률과 승률은 위의 '전혀 따라하고 싶지 않은 전략'과 같았을겁니다.

상반된 포트폴리오 포스팅에서 설명했다시피 각각의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꼭 한번씩 안먹히는 구간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예시가 대표적인 안먹히는 구간에 대한 예시입니다.

공포스럽지 않나요? 분명 제가 저 상황 속에 있었더라도 두려웠을겁니다. 자신의 자금을 모아 투자한 돈 중 수천만원의 돈이 한번에 날라갔는데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더욱 두려운 것은, 실제로 우리의 전략이 더이상 안먹히는 것 일수도 있다는겁니다. 드물겠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의 전략을 따라해서 우리의 초과수익률이 사라져서 이런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는겁니다.

장담컨데 백테스트는 결코 그대로 반복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기록일 뿐이죠. 우리는 백테스트로부터 우리의 전략을 검증 받았을 뿐, 똑같은 수익률이 반복될거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robust 하다고 백테스트에서 검증받더라도 백테스트는 백테스트일 뿐입니다.

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겁니다. 사는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친구,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두렵습니다.

안톤 체호프 <공포> 중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 공포를 느낍니다. 우리의 전략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 것인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 것인지, 앞으로 더 안좋아질지 우리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서 전략이 먹히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다른 구조적인 장치를 설정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상반된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한다던가, 현금 보유량을 늘린다던가 하는 대처법으로 말이죠.

제 글을 계기로 계량투자에 입문하게 되는 분들도 분명히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공포를 느끼게 될 겁니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 공포에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저는 이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보고자 정성적 분석을 통한 가치투자를 포기하고 계량투자로 넘어왔습니다. 아무리 두려워도 투자규칙이 시키는 대로 투자해야하니까요.

제 스팀잇 첫번째 글에서 저는 투자는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공포에 대해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저 글에서 쓴 내용은 쉽게 돈을 버는게 아니라는 핑계를 대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투자를 시작한다면 당신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실로 엄청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게 될겁니다.

오늘 제 글이 여러분께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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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학부시절에 재미삼아 뉴럴넷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짜보았는데
원하는 차트 정보를 얻기조차 힘들더군요.
부족한 데이터로 이것저것 해보는데 얼마나 재밌던지요
프로그래밍하는분들 존경스러워요

다행히도 요즘은 뉴지스탁이라는 간편하고 무료인 백테스트+자동매매 툴이 나와 직접 정보를 모으러 다닐 걱정을 덜었습니다. 프로그래밍도 안해도 됩니다 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퀀트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홍보해

정성분석에서 오는 공포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정성적 기업분석을 통한 가치투자에서는 자기확신이 더욱 어려웠어요. 한번의 실패로 오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라는 의심은 이전에 수십번의 성공을 했음에도 제 투자자로서의 정신을 좀먹었습니다.

정성분석을 하던 당시 제가 투자하던
기업 하나하나를 너무 사랑해서 퀀트에 비해 더 아프게 다가왔던것도 같습니다.

퀀트에서는 장기간의 백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정성적 분석 기반 가치투자에 비해 좀 더 확신 한 상태로 진행할수 있고, 기업 하나하나에 쏟게 되는 애정이 적어지게 되어 조금 덜 아프게 다가옵니다.

홍보 감사합니다! :)

@carylee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래서 전략들의 포트폴리오로 전략의 조정을 대비하기도 하고, 백테스팅에 더해 전진분석을 가미하여, 실질적인 운용의 개선점을 필드에서 직접 찾기도 하는 것같습니다. 재밌는 글 잘보았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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