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지?

in #kr-daily3 years ago

잘 웃고 떠들고 들어와서는 울적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다.

나는 스스로가 창고에 박혀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슬어 멈춘 기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딘가 부품으로 속해 뭐라도 돌리는 게 차라리 나은 삶이 아니였을까 한다고.

몇 달 전 활력의 이유를 물었고 나는 그때 창작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현실성 같은 건 별 문제가 아니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용기가 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아니 되는 방법을 찾아 무조건 해볼 결의가 그때의 내겐 선명하게 있었다. 지금에 돌아와서 그때 그 마음은 어디갔냐고 묻는다면 생각이 바뀌었다고. 그때 만큼의 확신이 남아있지 않는다고. 왜냐고 묻는다면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눈물이 나왔다.

관점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운 거구나.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현실이라는 측면을 바라보고 현실 감각을 높이자는 보완점을 찾아냈으면 분명 성장일텐데, 여전히 내게는 그게 마치 지금까지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 삶을 추상적으로 바라보았고, 내가 추구하는 건 사실 삶의 결과이자 부산물일 뿐인데 그걸 목표로 세워 결코 닿을 수 없는 허황된 무언가를 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크게 착각을 한 걸까? 그런데 그 생각이 아직 완전히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가운데 서서 나는 오르내리는 시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흔들리고 있다.

사랑이 사라지는 건 두려움 때문이고, 두려운 건 무지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두려운 건 여전히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뭘 하든 안 하든 그래도 나는 나라고, 나는 결코 나를 잃지 않을 거라는 그 말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결국 지금 현재 인간으로서 물리적인 내 삶에는 더 나은 방향이나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라는 걸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원천을 잃고 아직 완전히 내 것이 아닌 애매한 관점을 적용하는 나는 괜찮다가도 한 없이 고꾸라 진다. 위기이다. 나는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조금의 위로가 된 말은 뭘하든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 말란 조언이자 위로였다. 모르겠다는 말 뒤에 붙일 위로이자 답은 그렇지만 곧 알게 될 거야. 자신을 아는 방법은 살아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어느날 거짓말처럼 다시 알게 될 거야. 그러니 막막하고 힘겨워도 눈을 뜨고 있어.


2021년 12월 10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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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거짓말처럼 다시 알게 될 거야.

파이팅!

베오님 덕에 따뜻해졌어요 감사해요 🥲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모두 내가 하는 거니까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쓰는 시간이 쌓여 내가 되는 거 아닐까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겁니다.

뭔가 이상한 말을 잔뜩 쓴 것 같은데... 암튼 화이팅입니다! ㅎㅎ

삶이 과정이라는 걸 머리로만 아나봐요. 내가 하는 일 시간 고민도 나를 사는 거란 말씀에 위로가 되요. 감사드려요 :)

스텔라는 곧 움직이게 될 거예요. 저는 기다리고 있어요.

고작 2개월 전 글인데 낯설게 느껴져요. 방랑하는 모든 사람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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