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조직의 부품이 되어 가는 시작_2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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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시리즈 A/B/C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 또는 펀딩을 받기 이전의 회사에서만 있다가 보니 문서화된 평가 기준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 명이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적어도 일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회사 합병이 이루어지고 뭐 평가가 조금 체계적인 곳도 있기는 했었으나 그렇게 세분되어있지 않았고 분기별 또는 일 년에 한두 번 평가가 이루어졌을 정도였다. 그거마저도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크게 자로 재는 듯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회사가 매니저와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대부분의 평가 척도였다.

나를 미치게 한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의 한 곳은 평가에 대한 기준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컨트롤하려는 매니저는 그 상태가 너무 심해서 내가 일하는 시간을 분으로까지 재었고 마이크로 매니징이 상상을 초월했으며 인종차별과 성차별 또한 상당했다. Manipulation (조작)은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 당연히 탑 3에 들었다. 어떻든 그는 이야기해도 듣지를 않았고 그 갈굼이 내 피를 말렸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내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내 포지션을 가지고 미팅 때마다 평가하는 것이 너무 속상해서 정당한 평가 기준을 달라. 단순히 내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모든 일에서 나는 내 책임을 다하며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팀원들과 잘 협동하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 말에 화가 난 매니저는 나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도 했었는데 암튼 그때 그 회사에서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각해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

어느 날 매니저는 내가 맨땅 헤딩하며 자료조사부터 시작해서 다 마친 프로젝트를 마지막에 화이널 부분만 다른 팀원에게 다시 하라고 했고 그 팀원은 마치 내 것을 보고 베낀 거처럼 나와 완전히 똑같게 했음에도 내가 한 것은 안 되고 다른 남자 동료가 한 것은 된다는 매니저. 그렇게 반년 동안 에너지를 갈아 쏟아부은 프로젝트를 밥상 다 차려서 숟가락까지 얹어 고스란히 다른 팀원 (남자)에게 넘겨주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협동으로 하게 할 것이지.) 그 모습을 지켜본 프러덕 매니저는 진지하게 여기서 이런 차별을 받지 말고 빨리 다른 회사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진심 어린 조언을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그 회사 매니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곳에 다니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또한 같은 프로젝트를 두 명에게 주고 서로 경쟁을 시키는 일 또한 아주 흔했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었는데…) 물론 모든 부서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 모든 것은 매니저의 권한이니까 같은 회사라고 해도 좋은 매니저에 좋은 팀은 있었을 것이다. 어떻든 이런 상황들을 회사에 이야기를 안 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야기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매니저의 갈굼만 더 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어떻든 85% 정도가 남자 직원이었던 그 회사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무척 심했었고 많은 차별로 회사를 떠나는 여성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다들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회사에 차별에 관한 불만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다못해 떠나는 남자 직원까지 인사부에 성차별이 심하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회사의 인사부는 회사를 위한 곳이지 직원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남아 있는 이들을 위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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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자마자 너무 이뿌다 생각했네요.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세상사가 드라마 같다는...

저 사진을 골라 올린 이유가 있는데 비타이님이 말씀 하신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올린 것이에요 ㅎㅎ 잘 보셨네요.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고 계시길요 ^^ ㅎㅎ 금연 성공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

퇴사할때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남아있는 사람을 생각하면 인사팀에 한마디라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ㅠㅠㅠ

아무래도 그렇게 되는 거 같습니다. 어떻든 인사부에서 보고가 들어갈테고 조금 동안은 조심 하느라 있는 사람들 조금은 덜 들볶기도 하니까요.

그 회사 아직 살아 있나요?
살아 있다면 조망간 망할 듯...(망했음 좋겠다는..)
망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구성원들 함부로 대하는 회사는 정말 폭삭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곳들이 있어서 불매 운동(저도 동참)하고 주식도 많이 떨어졌죠. 얼마 전 회장이 기자회견까지 하고 떠나겠다 해 놓곤, 우롱하는 건지 버젓이 활동...(어딘지 아실듯..)

왜 그런 악덕기업들은 안 망하고 잘 사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그게 현실이고 세상인건지...쿠팡은 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면 참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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