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박근혜와 함께한 토요일2
관찰자로서 내가 본 촛불집회의 몇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다. 최대한 자료에 의존할 것이나, 기억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탄핵 전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쓴다.
2016.11.26. 5차 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90만명(주최 측 추산)이 광장에 섰다. 광화문에만 150만명이 모였다. 눈이 오전에 그쳤다. 겨울의 초입이어서 영상 3도인데도 제법 추웠다.
법원이 처음으로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을 에워싸는 ‘포위 집회’를 했다. 돌발행동이 일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평화 시위 기조를 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따뜻한 것 드시고 가세요”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올라가는 인도 쪽의 한 커피숍은 매장 앞에 좌판을 깔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따뜻한 물을 나눠줬다. 가게 주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따뜻한 물 드시고 가세요. 제 걱정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촛불시위에 동참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 남성은 어린 아이를 안고 아내와 함께 집회에 나왔다. 왜 나오셨느냐고 묻자 그는 “공무원이라 원래 이런 데 나오면 안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어린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지금은 암울하지만, 우리가 그리고 너희가 희망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내 이기리라”
가수 양희은씨가 오후 6시 본 집회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등을 불렀다. 마지막 곡은 ‘상록수’ 였다. 양씨가 어른손을 뻗으면서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고 할 때에는 조금 울컥했다. 이어 안치환, 노브레인이 무대에 올랐는데 나는 다른 쪽으로 이동하느라 못 봤다.
상인들은 비옷과 방석, 핫팩 등을 팔았다. 비옷은 장당 2000원, 방석은 1000원이었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비꼬아 ‘진태야 내 촛불은 LED다’라고 쓴 팻말을 붙이고 LED 촛불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주변 편의점은 핫팩과 뜨거운 캔 커피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묵 트럭도 붐볐다. 상인들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했다.
“의경도 시민”
시민들은 경찰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였다. 꽃 스티커 시위는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는 한 미술가의 발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이 스티커는 19일 4차 촛불집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5차 집회에서는 잘 떼어지는 스티커로 개선했다. 집회가 끝나고 스티커를 떼야 할 의경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의경도 시민인데 민심을 막아선 심정이 오죽하겠느냐”며 의경의 손에 쥐여줄 핫팩을 준비한 시민도 있었다. 취재하는 내게도 고생한다면서 핫팩을 하나 건넸다.
하야하소
광화문 광장에 난데없이 소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진짜 소였다. 경기 수원에서 소를 키우는 한 농민이 트럭에 소를 싣고 왔다. 소의 등에는 흰색 천을 덮었는데, 그 위에는 붉은색으로 ‘근혜씨 집에 가소’, ‘근혜씨 하야하소’라고 쓰여있었다.
박 대통령이 비아그라를 들고 있는 피켓을 준비한 시민, 박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철창 안에서 포승줄에 묶인 퍼포먼스를 하는 대학생이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진을 붙인 펀치 게임기도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웠다. S여대생 7명은 쓰레기를 받고 핫팩을 주는 캠페인을 벌였고, 고교생 3명은 대형 쓰레기봉지를 준비해 쓰레기를 담았다. 한 환경미화원은 “쓰레기 양이 많지만,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데 모아 놓아 정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 울려퍼지던 노래는 눈물이 참 많이도 나게 했죠
그러게 말예요. 자꾸 울컥해서... 그 어린아이 목소리는 또 어찌 그리 청아한지.
역사의 현장에 계셨었군요.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이 때 얘기를 친구로부터 들을 때 마다, 부럽기도 하고 함께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마음을 졸이며 탄핵 선고를 시청했던 그 날이 떠오르네요. 1년이 더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빨리 흐릅니다.
그러게요 참 빠르죠. 시위 따라다니면서 참 고됐는데 동시에 보람도 있었어요.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Great post!
고마워요
그 즈음에 시골에 내려갔는데 고속도로에서 평생 볼 전세버스와 경찰버스를 하루에 다 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전세버스 사이로 아이돌팬들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더라구요...기분이 묘했습니다. ㅎㅎㅎ
추억돋네요 원주서 우리 버스 옆에 경찰버스가 같이 출발했죠 ㅎㅎ
경찰버스나 전세버스나 전국에서 다 몰려올라가는 거 같더라구요.ㅎㅎㅎ
아이돌팬은 위대하시다!
그때 전국에 경찰버스를 다 불러 모은 경찰청장이 아직도 경찰청장입니다.
함께하지못한 저로선 민망함이 ...
그래도 마음은 함께셨잖아요
추억 소환하시는 군요...백남기 농민을 죽인 그 불대포의 물맛을 본 1인 입니다.
맞진 않았고 진짜로 맛을 봣어요 눈으로 실명하는줄 ㅋㅋㅎㅎㅎ 몇달 후엔 화장실 갔다가줄이 길었죠ㅋㅋ주진우기자도 봤어요..ㅎㅎ 원주서 다니느라 꼬박 24시간을 투자했었죠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지금 오늘을 만든 것이겠지요. 짝짝짝
소녀상도 나왔었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광화문 광장으로는 진입도 못했던 기억.

아아 어쩌면 우리는 스쳐 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막내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아아 나오셨었군요. 대단했지요 정말로. 자제분께도 굉장한 경험이 됐겠어요.
제 꼬마한테는 집회 현장이 축제현장처럼 보였나봐요. 도로를 걷고 사람들 같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함께 행진하는 분들이 간식도 나눠주시고 했으니까요. 그 뒤로는 꼬마 등살에 매주 나갔다는요 ㅎㅎ
아이고 예뻐라. 제 아들들은 그땐 천지 분간을 못했거나,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었어요. 좋은 추억 남기셨네요^^
집회에서 좋은 분들 만나 지금도 함께하고 있답니다~ ㅎㅎ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셔요!
와우! 오늘 추억이 새록새록 하시는군요! ㅎㅎㅎ
추억은 방울방울. 오늘은 양념치킨 드시나요 후라이드 치킨 드시나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