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변호사의 계획
백수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그 흔한 휴학이나 어학 연수 경험조차도 없다.
성격은 괴랄맞지만 관심 분야 빼고는 무심한 인간이라 의외로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다. 그래서 휴식에 대한 갈망이 적었다.
어차피 고심해서 결정한다고 맞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은 더더욱 없었기에 그냥 주어지는 길을 걸으며 살았다.
그것에 후회는 없다. 이십대 초중반, 아버지에게 글을 써볼테니 1년만 휴학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한 것은 용기가 없어서였을지 모른다만, 아마 그래봤자 컴퓨터 게임이나 하며 안 팔리는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 몇 권 쓰는 데에 그쳤을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은 무수히 많고, 다양한 경험 없이는 매력적인 산문을 쓰기 어렵다. 나는 이십대 초반에 아무 것도 몰랐고, 그래서 그때 무언가를 써봤자 허세 섞인 지랄 자학이라도 있던 십대의 저작만도 못했을 것이다. 차라리 365일을 클럽이나 다니고 해변에서 아무 여자한테나 말을 걸며 사는 게 더 생산적이었을듯 싶다.
뭔가 자아가 무너질만큼 심하게 부딪혀보지 않는다면, 10년 동안 세계일주를 해도 그것은 결국 자기 울타리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저기서 깨지면서 살았던 것은 좋았다.
물론 어떤 점에서는 지금조차도 시간을 넉넉히 가지는 것, 입에 단내나게 일해야할 나이대의 변호사가 이러한 극도로 자기주관적인 시기를 보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긴 하다. 조직이나 사회에 구애 받음 없이 스스로 뭔가를 작출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충분하다는 어떤 자신감인데, 실은 그만큼 어리석은 오만도 없을지 모른다. 좀 겸손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뭘 시도해도 거기서 거기일지도. 그래도 여하간 시간이 있을 때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볼 생각이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
조직과 맞지 않았던 내가 가진 모난 부분들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항복하는 것이 답일지 아니면 그 안에서 어떤 나만의 것을 만개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너무도 명백하게 보헤미안은 아니다. 그래서 많이 주어봤자 2년 밖에 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겠지만 여하간 후회는 없어야겠지. 끝내 모든 계획이 실패한다면 그때는 결혼정보업체에서 부모님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여자와 신속히 결혼해 무난함을 추구하며 살고, 추진한 모든 프로젝트들은 쇄절할 생각이다.
일단 그 결론을 내기 전까지는 아래의 것들을 해볼까 한다.
당분간은 반개업 상태로 소소하게 수임이나 할 것이다. 입에 풀칠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만 먹여 살릴 처자나 빈곤한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분간은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작은 사건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지도 모르고 말이다. 의외로 잘할 여지도 있을지도 모르고.
내년에는 일과 병행하여 블록체인 대학원을 갈까 한다.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만, 여하간 다 어버버할 때야말로 타이틀이 힘을 발휘하니까. 내가 아는 중문과 교수님은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갑자기 개혁개방을 한 중국 시장의 전문가 수요 때문에 90년대 초에 기업에서 연봉 2억을 받았다. 요즘에는 진위를 의심할 수준의 이야기다. 내 예측으로는 가상 화폐 대다수는 사라지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의 주식 발행이나 의결권 이슈 같은 부분에 있어 종전 기술 상당수를 대체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법 해석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맥적으로 얻는 것이 많을 것이고 스팀시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이 쓸 것이다. 특히 투자와 같이 그저 본인의 필요에 의해 쓰는 것 이외에 좀 더 사회적인 글 쓰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생각해보면 내가 썼던 글 중 가장 평가가 좋았던 것은, 영화 리뷰였다. 단일 포스팅으로 500스달이 찍힌 적도 있으니까. 이제 시간이 많으니까 매일 조조로 가서 하나씩 써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인플루엔서가 될 수 있을지도.
점심 먹기 전 영화 포스팅을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후에는 수임한 사건이 있으면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데에 시간을 쓸 것이고 시간이 비면 소설을 쓸 생각이다. 다만 마법사님이 권유하신 성애와 자살에 대한 미완성 소설을 완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 글의 결론을 모르니까. 그외에도 쓰다 말은 것들은 많은데 그 중 하나 택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여행기가 될지도.
저녁에는 타로나 먹스팀 등을 쓸 계획이다. 저녁이 제일 글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여기 배치한다. 어차피 타로는 일주일에 하나 정도 들어오고, 먹스팀에 써볼만한 음식점도 일주일에 하나 정도 발견할 뿐이다. 공부를 한다던가 일상을 기록한다던가 등 좀 더 유동적으로 보낼 계획.
자기 전에는 투자에 대한 전략을 복기하고 이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다. 짧게 썼다만 의외로 제일 중요한 부분일지도.
어차피 백수니까 생산성 증대를 위해 졸릴 때마다 잘 생각이지만 놀고 싶을 때마다 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 대기업의 해외법무팀이나 동양과 서양 기업 문화의 단점만 뒤섞어 놓은 한국 소재 외국계 회사가 아니라, 만약 해외에서 직접 근무할 기회가 있다면 위의 계획을 엎고 그것을 취해볼까 한다. 또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면 역시 위 계획은 잊고 거기서 일해볼 생각이다. 이 두 경우를 제외하면 당분간 조직 생활은 안 할 생각.
계획대로 뭐가 된 적은 없긴 하다만 여튼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부지런히 살아보자.
2년은, 짧다면 참 짧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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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있으십니다!!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쉬거나 포기하며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 :)
ㅎㅎㅎㅎ 감사드립니다... 멋있는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나 뭐 이것도 다 팔자겠지요 ^^;;
화이팅 ~~!!
이번에는 계획에 가깝게 흘러가기를요 ^^
저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계획한대로 이루어나가시길 바랍니다.ㅎ
그렇게 되길 희망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멋지십니다~다음 행보 기대됩니다^^
ㅎㅎ 미래는 알 수 없는게 매력이겠지요, 부디 너무 고생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드디어 운명으로 한 발 내딛으셨군요.
사실 제가 조금 난독이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재미 없으면 끝까지 안 읽는지라)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가가 되신다면 성공할 거라고 제가 보장합니다.
아직까지 제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 글을 쓴 사람 치고 대박 안 난 작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과찬이시네요 ㅎㅎ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군요
다크핑거님이 늘 말씀하시는, 다 운명이다라는 말을 나직히 뇌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피하는 게 목표였는데 제대로 외통수로 걸려버렸네요, 조금 소름 돋습니다.
좀 힘든 일이 있어도 말씀해주신 걸 떠올리며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원래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1분 1초라고 하고 싶지 않은 거 하면서 보내기에는, 하고 싶은 거 하지 못하는 삶이 너무 짧고 아깝거든요. ㅎㅎ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사실 2년이라고 적었지만 정말 2년 뒤에 안 됐으니 포기하고 남들이랑 똑같이 산다는 선택지를 택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다만 겁도 많고 속물적인 면도 없다면 거짓말이라... 일단 관망해보아야겠지요 ^^; 감사합니다
단일 포스팅으로 500스달이라 정말 대단한 포스팅이었나 봅니다.
전 최고가 20스달이라 정말 꿈의 숫자로 보이네요.
그만큼 재능이 있다는 것이니 한 번 더 보여주세요.
ㅎㅎ 그렇기도 했지만 그때는 워낙 스달 시세가 높을 때라 사실 50보팅만 받아도 대기업 하루 일당은 됐습니다... 그 시기 자체가 꿈의 시기였죠 ^^;; 이 시기에는 그냥 밥값만 벌 수 있어도 대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대단한 결심을 하셨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 보고 여기까지 왔네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만 사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재작년에 퇴사를 결심했을 때 두려웠지만 다시 제 자리를 찾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진 않습니다. 늘 건승하시길 바라고, 좋은 글도 자주 읽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즈앗!!! ㅋ
아마 지금 밖에 못하는 결심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ㅎㅎ 삶에서 걷는 길이라는 게 결국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면 좀 더 늦기 전에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스팀잇에서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ㅎㅎ 올해 초, 조선생님도 자주 보이시고 스달도 높던 그 시절이 참 그립네요
좋은 경험 공유해주시고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결정 응원합니다. 대단하시네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전혀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