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느낀 세대차이.
오후 2~3시 쯤 애매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창밖으론 옅은 구름 낀 하늘에 태양빛이 잔잔히 퍼져 나와 마음이 평온해 지더라고요. 매번 인파에 떠밀려 밖을 볼 겨를이 없었는데 우두커니 조용한 서울을 바라보니 서울도 이런 시간에 숨을 몰아쉬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 애프터눈 감성에 젖어 있는데 6인 대가족이 지하철에 탑승 하더라고요. 워낙 가족 구성에 관심이 많고 또 대가족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건 쉽사리 보지 못하는 관경이라 궁금하던 찰나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사이 정도로 보이는 손자 두 명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반대편 경로석에 앉으려 하더라고요.
빈자리가 많았지만 에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는 참에 그 할머님이 영어로 거기에 앉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손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문화가 많이 낯설고 한국말을 잘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곤 경로석 옆에 붙여진 스티커를 보고 씨익 웃더니 곧잘 둘 다 일어나서 부모님이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부모님도 영어로 노약자석은 비워둬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혹여나 맘이 상했을까 다음 차로 넘어가면 아무데나 다 앉아도 된다고 장난을 쳤습니다.
4~5 역을 지나고 나서 그 대가족은 내렸습니다. 저는 그 가족을 바라보면서 세대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개인과 개인사이의 지엽적인 세대차이가 아니라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한 가정과 다른 가정이 겪는 세상에는 이렇게 큰 괴리가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모범적인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 모습이 그 할머님과 너무 쏙 빼닮아 있어 놀랐습니다.
그분들이 내리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순전히 사회학적 관념에서서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 내가 친숙한 가족들보단 100년은 앞서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의 번영에 따라 지리적으로 상이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체득된 몸가짐과 가시적 기호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순전히 부와 재산만 되물림 되는 것이 아니라 관념과 가치관 되물림의 단단한 실재도 목격한 것 같았습니다. 더욱이 이런 관념과 가치관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물질보다 훨씬 더 깊숙이 관여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창피를 사가며 알게 되는 모종의 규칙들과 규범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커가는 이러한 아이들은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또한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풍요를 이룬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여러 세대를 통해 켜켜이 쌓인 관념과 가치관들은 절대 쉽게 흉내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자신의 꿈을 달성하고 상업적 성공을 이루고도 끊임없이 시달렸을 이유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올드머니 (Old Money)에 대해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보단 앞으로 자기와 비슷한 더 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할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세대 차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집안/가문 얘기가 어른들 입에서 종종 나오나봅니다. 나이 많은 어른이 나이어린 아이한테 크게 꾸지람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용히 일깨워주는 인내심과 여유는 졸부가 따라하고 싶어도 쉽게 따라하기 힘들겠지요. 그러한 가치와 태도가 자연스레 흐르는 가정, 그보다 나아가 사회, 국가가 되길 소망합니다 :)
문화적 충격..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생활했는가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말 다른 경우들을 많이 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내것이 점점 옳고 맞다고 생각하는 꼰대가 되어가면서... 그런 차이에 더욱 불쾌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ㅠ 나이 먹기 싫으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
어른들이 저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를 않죠...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하겠거니... 우리 핏줄이 아니거니 하면서 넘어가 버리니까요... ㅠㅠ
!!! 힘찬 하루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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