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be ~

in #krlast year (edited)

1 정말 오랜만에 새벽 3시 57분에 깼다. 8시 30분에 자서 4시 30분에 눈 뜨는 수면 루틴이 깨진지 한 달 정도 됐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작업 일정이 미뤄지면서 마음이 덩달아 느슨해졌다. 어제는 열시에 자서 좀 더 자려다 그냥 일어나보기로 했다.

2 스트레칭하는데 정말 집중이 잘됐다. 잊고 있던 캄캄하고 묵직한 새벽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작업하는 게 어색하다. 작업용 헤드폰을 끼고선 이런저런 딴짓을 했다. 그러다 Glide를 들었다.

3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았나? 안 들리던 소리가 하나하나 살아 움직였다.

4 작업용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는 걸 아주 가끔, 이렇게 새벽에 우연히 노래를 듣다 깨닫는다. 좋아하는 음악은 가끔 이동할 때 에어팟으로 듣고, 내가 만드는 음악만 좋은 헤드폰으로 듣는 게 뭔가 이상하다 싶다.


5 오늘은 낮에 연주 일정이 있어 작업에는 마음이 좀 느슨해진다. 작업이 93% 정도 끝난 상태에서 계속 일정이 미뤄지는 것도 느슨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발매를 앞두고 늘 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그러다 갑자기 할 일이 휘몰아침), 이번이 유독 심한 것 같기도 하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휴가로 생각하자고 나를 달랬다. 덕분에 꼭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아주 잘 놀았다.


6 20세기 소년을 가게 된 것처럼, 그리고 거기서 예상 못한 한 때를 보내게 된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일을 계기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따로 또 같이 나아가는 중이다. 문제라 생각했던 일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상상도 못 한 방향으로 손쉽게 해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 요즘 20세기 소년에서의 일들이 종종 떠오른다.

7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서일까, 다시 동료들을 하나둘 만나게 된다. 하나같이 다들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다. 연주적으로도, 스펙적으로도 그렇다. 나는 도대체 방구석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생각하면서도, 차곡차곡 성실히 쌓아가는 하루하루에 그 어느 때보다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8 오늘 작업은 이 글 쓰다 유야무야 그냥 끝나버렸다. 하루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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