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밈이 된다면
언젠가부터 아티스트의 연주를 채보해 올리던 채널에서 연주 영상과 짧은 한 줄의 악보를 한 프레임에 넣은 것이 종종 눈에 띄었다. 보통 악보 영상은 그 곡을 연주하고 싶은 사람이 보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 본 영상은 연주자가 아니라 오히려 악보를 볼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조회수도 월등히 높았다.
그런 영상들은 거의 보지 않았다. 묘기 같은 연주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내게 흥미없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젠가 침착맨 영상을 보다가 '그는 전혀 스윙하고 있어'라는 댓글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그 댓글을 보니 배리 해리스가 떠올랐다. 다시 찾아보니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이런 채널의 조회수는 아무리 많아도 천을 넘지 못했는데, 재즈 영상이 육백만을 넘다니? (그것도 한국어인데!)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이 영상에서 피아노를 치는 배리 해리스는 댓글 속에선 '교수님'으로 지칭되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히 그를 낮추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배리 해리스가 교수님이 되는 그 과정이 자못 낯설었다. 그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수는 있겠으나, 재즈 팬들에게 배리 해리스는 전설 같은 인물일 테니까.
엘라 피츠제럴드 “재즈란 무엇인가”
침착맨 영상에서 주호민이 언급한 영상은 이것이었다. 이 영상은 나도 이번에 처음 봤다. 이걸 보면서 나도 또 새롭게 감동했다.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 이 영상에 그 뿌리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것을 느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니.
재즈 소식을 전해주기에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구독했던 이 채널도 어느새 구독자가 10만명이 넘었다. 채널 주인은 15만 구독자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에서 원래는 '구독자 1천 명이 되면 재즈 채널로는 할 만큼 한 거니 계정 삭제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 간다.
교수님에게 전설처럼 들어오던, 차인표 별은 내 가슴에로 잠깐 한국에 재즈 붐이 있었다는 그 이야기(ㅋㅋ). 재즈의 시대는 전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재즈 속에 내포된 그 에너지의 반짝임으로 어쩌면 재즈의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고 기대해보게 된다.
모두가 재즈에 대해 잘 알 필요는 없다. 잠깐 스쳐 가는 밈이 된다고 해도 좋다. 잠깐이지만 사람들이 재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런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통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외받는(다 스스로 느끼는) 재즈팬들에게는 다시 없을 즐거운 세대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괜스레 그리워지는 배리 해리스, 엘라 피츠제럴드와 멜 토메, 재즈의 전성기를 일궜던 수많은 아티스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