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밈이 된다면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언젠가부터 아티스트의 연주를 채보해 올리던 채널에서 연주 영상과 짧은 한 줄의 악보를 한 프레임에 넣은 것이 종종 눈에 띄었다. 보통 악보 영상은 그 곡을 연주하고 싶은 사람이 보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 본 영상은 연주자가 아니라 오히려 악보를 볼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조회수도 월등히 높았다.

그런 영상들은 거의 보지 않았다. 묘기 같은 연주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내게 흥미없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https://www.youtube.com/shorts/18OYMT2qUSY

언젠가 침착맨 영상을 보다가 '그는 전혀 스윙하고 있어'라는 댓글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그 댓글을 보니 배리 해리스가 떠올랐다. 다시 찾아보니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이런 채널의 조회수는 아무리 많아도 천을 넘지 못했는데, 재즈 영상이 육백만을 넘다니? (그것도 한국어인데!)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이 영상에서 피아노를 치는 배리 해리스는 댓글 속에선 '교수님'으로 지칭되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히 그를 낮추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배리 해리스가 교수님이 되는 그 과정이 자못 낯설었다. 그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수는 있겠으나, 재즈 팬들에게 배리 해리스는 전설 같은 인물일 테니까.



엘라 피츠제럴드 “재즈란 무엇인가”

침착맨 영상에서 주호민이 언급한 영상은 이것이었다. 이 영상은 나도 이번에 처음 봤다. 이걸 보면서 나도 또 새롭게 감동했다.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 이 영상에 그 뿌리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것을 느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니.

재즈 소식을 전해주기에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구독했던 이 채널도 어느새 구독자가 10만명이 넘었다. 채널 주인은 15만 구독자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에서 원래는 '구독자 1천 명이 되면 재즈 채널로는 할 만큼 한 거니 계정 삭제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 간다.

교수님에게 전설처럼 들어오던, 차인표 별은 내 가슴에로 잠깐 한국에 재즈 붐이 있었다는 그 이야기(ㅋㅋ). 재즈의 시대는 전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재즈 속에 내포된 그 에너지의 반짝임으로 어쩌면 재즈의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고 기대해보게 된다.

모두가 재즈에 대해 잘 알 필요는 없다. 잠깐 스쳐 가는 밈이 된다고 해도 좋다. 잠깐이지만 사람들이 재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런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통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외받는(다 스스로 느끼는) 재즈팬들에게는 다시 없을 즐거운 세대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괜스레 그리워지는 배리 해리스, 엘라 피츠제럴드와 멜 토메, 재즈의 전성기를 일궜던 수많은 아티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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