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8] 심연을 어루만지는 악기 < 콘트라베이스 >

in #kr8 years ago

오늘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의 주제는 저번 글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7] 원곡 위에 쌓이는 편곡 < Take Five > 에 달린 @emotionalp 님의 댓글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KakaoTalk_20180428_203356552.png

댓글로 베이시스트 몇 명을 추천해드리려다, 마침 인상 깊은 곡을 듣게 돼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재즈 연주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베이스 악기는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첼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첼로보다 외형이 큰 악기지요. 저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렉트릭 베이스는 픽업을 사용하여 전기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일렉트릭 베이스의 기원이 되는 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에요.

재즈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할 때는 대개 피치카토라는 주법을 사용합니다. 피치카토는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방법입니다. 재즈에서 들리는 베이스의 둥 둥 둥 둥 거리는 피치카토 주법을 이용한 것이지요.

베이스는 음악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말 그대로 음악의 베이스가 되지요. 그런데 오늘 특별한 음악을 한 곡 듣게 되었습니다. 가장 낮은 음역의 베이스가 곡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곡이었어요. 아티스트를 보니 걸출한 재즈 베이시스트 Paul Chambers였습니다.

폴 챔버스는 재즈의 황금기라고도 불리는 1950년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재즈 베이시스트입니다. 이 시기에 발매된 재즈 앨범 중 특히 명반이 많은데요. 그 중에 80% 이상은 폴 챔버스가 연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재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인 < Kind of Blue >도 폴 챔버스가 연주를 했어요!


< Paul Chambers - Yesterdays >

베이스는 음악의 뼈대가 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드러나기보다는 묵묵히 음악을 지탱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어보면 곡의 시작부터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 재즈 연주에서 콘트라베이스는 피치카토 주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콘트라베이스가 활을 이용해 연주를 하고 있어요. 활은 재즈보다 클래식 연주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 곡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즈 멜로디를 활로 연주합니다.

저음역을 담당한다는 것과, 첼로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비슷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연주를 들어보면 콘트라베이스는 첼로와는 다른 깊고, 무거운 소리가 난답니다.

이 곡은 앞은 발라드, 뒤는 스윙 장르로 연주되는데요. 발라드로 연주될 때 기타리스트와의 호흡이 매력적입니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의 듀오 구성이 생소할 수 있지만, 막상 들어보면 같은 현악기에서 오는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폴 챔버스의 리더작 < Bass On Top >에 수록되어있는 곡입니다. 이 앨범을 참 많이 들었는데 앨범 제목을 그대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다보니 이 제목이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는 악기가 가장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한다는 것. 보통 음악에서 중심이 되는 멜로디를 탑 멜로디라고 하는데요. 문득 그 생각이 나면서 음악적으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자작곡으로 멘토링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받았던 지적은 베이스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부터도 베이스는 화성의 기반이 되는 음(근음, Root) 만 연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것이죠. 그 이후 콘트라베이스에 실험적인 주법도 넣어보고, 베이스 솔로를 앞으로 빼서 활로 연주해보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연주가 가능한 악기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콘트라베이스의 매력은 가장 낮은 음으로 사람들의 심연을 어루만진다는 것이었어요. 눈에 띄지는 않아도 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악기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애써 집중하지 않으면 듣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악기인데요. 오늘만큼은 베이스 연주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 가장 재즈다운,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하나 남기고 떠납니다!

< Oscar Peterson Trio - Days Of Wine & Roses >

무척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Ray Brown 의 연주입니다. 개인적으로 레이 브라운의 연주는 재즈 피아니스트 Oscar Peterson 과 함께 했을 때! 가장 좋더라고요. 정말 유명한 앨범, < We Get Requests > 에 수록된 곡입니다.

( * 저작권 문제인지, 유튜브에 없어 가져오지 못한 앨범. ECM에서 발매된 베이시스트 Charlie Haden 과 재즈 피아니스트 Keith Jarrett 이 함께한 < Jasmine > 도 함께 추천합니다. 이 앨범... 정말 좋습니다:) )


Personnel

(1957) Paul Chambers - Bass On Top

Paul Chambers - bass
Hank Jones - piano
Kenny Burrell - guitar
Art Taylor - drums

(1964) Oscar Peterson - We Get Requests

Oscar Peterson - piano
Ray Brown - double bass
Ed Thigpen - drums

Sort:  

와우, 저의 작은 댓글이 베이스 포스팅을 쓰시게 했군요!! 왠지 기쁘네요 ㅎㅎ 피치카토라고 하는 군요. 잘 몰라서 매번 '기타에서 아르페지오 같은거 있잖아'이렇게 말했었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이모션님의 글 덕분에 저 곡이 더욱 다르게 들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베이스의 좀 더 색다른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면 Esperanza Spalding도 함께 추천해봅니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아 에스페란사 스팰딩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리앤라하바스와 양대산맥으로 저의 취저ㅠㅠ

와, 콘트라베이스도 활로 연주가 가능하군요!

콘트라베이스를 활로 잘 연주하면 정말 심연을 건드리는 듯한 그런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콘트라베이스를 활로 연주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Hello @ab7b13, thank you for sharing this creative work! We just stopped by to say that you've been upvoted by the @creativecrypto magazine. The Creative Crypto is all about art on the blockchain and learning from creatives like you. Looking forward to crossing paths again soon. Steem on!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4
BTC 60911.74
ETH 1565.41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