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과거] 파주에 정들다가, 이제 일산이 다르게 보여.

in zzan •  21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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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정들다 : 2014년 10월, 파주로 이사 오다.

20대 후반부터 꿈꿔오던 독립 생활, 나만의 공간을 드디어 갖게 된 것이다. 많은 동네가 있지만 왜 하필 파주였을까. 하나뿐인 친언니가 파주로 이사를 간 이후부터 나는 파주라는 낯선 곳이 좋아졌다. 사랑하는 언니와 예쁜 조카들이 살고 있는 곳. 주말이면 조카도 볼겸 전철을 타고 자주 갔던 언니집. 그리고 또 하나 큰 이유는 파주출판단지에 생기는 한국영상자료원 제2보존센터 때문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를 공부했고, 영상자료원을 꿈의 직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일할 곳은 파주 보존센터가 될 것이다, 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 보존센터가 다 지어졌고 그곳에 지원하여 면접까지 보았지만 낙방했다. 실망하기도 했지만 미련은 없다.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와의 관계도 최근엔 소원해져 언니네 집에 가기보다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 곳 파주에 오게 된 2가지 이유는 희미해져 사라졌지만, 나는 지금 이대로 파주에 살고 있다. 이곳에 정이 든 내가 좋다. 원하고 바래왔던 공간이지만 처음엔 혼자 산다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 불효를 하는 것도 같았고, 매달 전처럼 저금을 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상황에 속상해 하기도 했다. 따로 사는 어머니가 자주 걱정되기도 했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서울과 먼 거리도 불만이었다.

하지만 햇수로 3년째, 독립한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의 나는 이제 정말 독립생활, 파주 라이프에 적응했다. 지금이 좋다. 만족스럽다. 파주가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퇴근길, 상암동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정겹다. 서울로의 외출 후 돌아오는 길 역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울에서 꽤 먼 거리의 파주지만 경의중앙선이 있으니 참 편리하고 좋다. 운정역에 도착하면 아,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구나 싶다. 겨울이면 다른 지역보다 더 추운 파주. 하지만 공기가 맑고 거리가 깨끗한 우리 동네. 점점 울창해지고 있는 운정호수공원과 아이들이 놀기 좋은 운정건강공원까지. 하나둘씩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마음에 드는 장소들이 생겨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해솔도서관. 출판단지 쪽의 명필름아트센터나 한국영상자료원 보존센터까지. 최근엔 파주맘 카페의 온라인 활동으로 인간적인 정도 나누고 있다. (실은 이 공모전이 있다는 것도 파주맘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 ^)

다시 또 나는 파주에서 꿈을 꾸고, 소원했던 언니와의 사이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루하루 내가 사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려고 한다. 내 독립생활의 시작을 파주에서 했다는 것이 의미있고 감사하다. 나처럼 이곳에 정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파주가 더욱 발전하고 살기 좋아지는 것이겠지.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동네를 산책해야지 싶다. 저녁이 있는 파주에서의 삶. 오늘도 설. 렌. 다.

• 2016년 7월, 파주시민으로서 공모전에 낸 에세이이다. 입선해서 받은 5만원 문화상품권으로 맥주를 사먹었다는 후기. 이젠 언니와 다시 사이가 좋아졌고, 4년의 독립생활을 청산하고, 일산으로 이사 와 이곳에 정들고 있는 중. 내가 사는 곳에 정을 붙이고 애정을 갖는 건 삶에 행복을 더하는 일 같다. 이제 일산이 다르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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