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의 비애
헛다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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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의 시어머니에게 밥을 주지 않아 시어머니가 반지하방 철창을 통해 이웃에게서 밥을 얻어먹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을 땝니다. 실제 시어머니가 이웃에게서 밥을 얻어먹는 걸 확인한 뒤에 저희는 집 앞에서 말뚝을 박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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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잠복하는 형사들처럼 중국집에서 음식 시켜 봉고 차 안에서 허겁지겁 먹으면서 매서운(?) 눈매를 번득이고 있었지요. 가해자로 보이는 며느리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확인도 해야 했고 만약 집 밖으로 나온다면 뭘 하고 다니는지 미행을 해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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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9시부터 와서는 점심으로 짜장면에다가 간만에 인심 쓴 탕수육까지 해치우고 철가방이 차 아래에 놓은 그릇을 가져갈 때까지도 그 집에선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지하 빌라에서 나오면 우리 눈에 안 띌 수가 없는데 말이죠. 고개를 좌로 90도로 돌리고 관찰을 해야 했기에 목뼈가 퍽 뻐근해지던 해거름 무렵 갑자기 50대 아줌마가 지하 빌라의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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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먼저 발견한 기사 아저씨가 나왔어 나왔어를 부르짖었고 후배 PD는 빛의 속도로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저 역시 오케이를 부르짖으며 손끝부터 발끝까지 팽팽해지는 긴장감과 알 수 없는 쾌감에 사로잡혔죠. 잘 나오셨어요. 일요일날 집안에 틀어박혀만 계시면 되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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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를 한참 따라가 보니 동네 어귀의 큼직한 갈비집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엔 무슨 모임인지 아줌마들이 열 명쯤 둘러앉아 웃음꽃밭을 일구고 있더군요. 갈비가 상에 올라와 지글지글 구워지고 열심히들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아줌마도 아까 후배 PD가 카메라를 켜던 속도로 갈비를 해치우시더군요. 식당에 잠입해 있던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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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잘도 먹네요. 시어머니 굶긴다면서" (실제 문자는 이거보다 좀 험악했습니다만 순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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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먹는지 깡그리 담아 놔." (역시 마찬가집니다)
"선배님 저도 소갈비 먹고 싶어요."
" 죽는다. 젤 싼 걸로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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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오고 가는 사이에 우리는 어제 그 아주머니의 시어머니가 이웃이 건넨 빵과 우유를 게걸스럽게 먹던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준 걸 알면 며느리가 혼을 낸다며 창틀에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주워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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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과 내 앞의 식신 아주머니를 오버랩시키다보니 분노가 총출동을 하더군요. 어떻게 생겨먹은 아줌마야. 카메라를 있는대로 줌인해 봤습니다. 주걱을 들면 놀부 마누라에 코만 높이면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 정도의 관상입니다. 험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아 생긴 대로 노는구만. 느아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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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지나서야 아주머니들은 배를 두드리면서 식당 문을 나섰습니다. 분기가 땅을 울리고 사기는 하늘을 찌른 PD 둘은 발걸음도 가벼이 우리의 주인공을 뒤쫓았지요. 밥 먹은 뒤에는 또 어느 집으로 몰려갑디다. 벽에 귀를 대고 들어 보니 고스톱 소리 요란하더군요. 싸고 먹고 고도리에 홍단이 난무하더니 밤도 제법 깊어서야 집으로 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잽싸게 차로 돌아와 있었지요. 집으로 들어가는 그림이 필요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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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어머니 밥은 당연히 안 주겠네? 아까 나와서 지금 들어가면"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나쁜 엑스예요. 와 진짜 열받네 뭐 저런....."
"아이템 된다 이거. 야 야 온다 온다 잘 찍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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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맥주 한 잔도 걸쳤는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빌라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속으로 그래 지금 실컷 노래 불러라 하면서 그 꽁무니를 쫓는데 바로 2초 후 기사 아저씨와 나, 후배의 입에서 동시에 어 어 어 어 하는 비명이 크레센도 (점섬 세게)로 울렸습니다. 분명히 나올 때는 101호에서 나온 거 같았는데 들어가는 문은 분명 102호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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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아줌마? 아까 나오는 걸 처음 봤던 기사 아저씨가 강하게 부인합니다. "아냐 분명히 101호에서 나왔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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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방문을 한 건가? 그러나 방문객 치고는 일요일 밤의 체류 시간이 길었습니다. 제보자 아주머니를 불러 우리가 오늘 하루 종일 기다리고 쫓았던 아줌마를 확인시켰을 때 우리는 밤하늘이 노랗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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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02호 아줌마야. 101호 아줌마는 더 작고 퍼머 안한 단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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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를 짚어도 이렇게 호되게 짚은 적은 드뭅니다. 60분 테잎 두 개를 돌리면서 시어머니 밥 굶긴 채 저만 호의호식하고 다니는 며느리를 열심히 쫓아다녔건만 그 며느리가 이 며느리가 아닌개벼....... 울음 같은 탄식을 터뜨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침울한 어조로 후배 PD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영규야. 테잎 지워라. 그 테잎 절대 작가에게 넘기지 마라. " 헛다리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지요. 그러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후배가 답합니다. "아까..... 작가한테 며느리 소갈비 뜯는 거 찍었다고 자랑했는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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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따져 보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었습니다. 101호에서 나오는 것으로 잘 못 본 것이야 우리 셋 모두의 착각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만으로도 그 아주머니를 충분히 의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머리가 짧긴 했지만 퍼머였고 중학생같이 키가 작다고 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친구들과 어울렸을 때 작은 티가 나지 않았었지요. 체구는 보통이라고 했는데 오늘 우리에게 누명을 쓴 아줌마는 전형적인 항아리형 몸매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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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제나 저제나 누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우리의 바램이, 그리고 시어머니 굶기는 며느리가 소갈비를 뜯고 있다는 이 드라마틱한 설정이, 밤 늦도록 고스톱에 열중하며 시어머니는 안중에 없는 이 고약한 풍경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켜 듬직한 헛다리 하나를 우리 다리 사이에 하나 더 붙여 놨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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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 넘쳐 흐르는 속내 때문에 뻔히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끝내는 호된 헛다리에 코가 깨지는 일은 의외로 흔합니다. 기대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싫어하는 잔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남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헛다리를 짚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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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은 가끔 보는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것을 보게 되니까요. 최근 페북 담벼락 보면 그게 순수하고 올바른 믿음이든 확증편향이든 너무나 결연하고 날선 가운데 한 현상을 두고 정 반대의 해석들이 태백산맥처럼 돋아 있어서 좀 무섭습니다....... 저더러 '쿨한 척'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뭔가를 확실하게 믿어버리기에는 위에 언급한 헛다리의 경험들이 남들보다 좀 많아서 그런 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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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를 짚었다가 넘어지면 ...... 디게 아프더라구요. 그러니 가끔은 내가 믿는 것도 의심하고, 내가 옳은가 수시로 되돌아보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너무 화내지도 말면서...... 땅에 발을 잘 디디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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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문제의 102호 아주머니는 글쎄 제보자 집단의 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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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아주머니 다시 뵈니 심술은 커녕 마냥 푸근하고 인정 많으신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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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학대 자체도.... 팩트를 까 보니 이웃 주민들이 오해할만도 했지만.... 확증편향도 있었습니다. "방송국하고 가해자하고 짠 거 아니냐."는 사람까지 있었으니까요다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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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의 시어머니에게 밥을 주지 않아 시어머니가 반지하방 철창을 통해 이웃에게서 밥을 얻어먹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을 땝니다. 실제 시어머니가 이웃에게서 밥을 얻어먹는 걸 확인한 뒤에 저희는 집 앞에서 말뚝을 박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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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잠복하는 형사들처럼 중국집에서 음식 시켜 봉고 차 안에서 허겁지겁 먹으면서 매서운(?) 눈매를 번득이고 있었지요. 가해자로 보이는 며느리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확인도 해야 했고 만약 집 밖으로 나온다면 뭘 하고 다니는지 미행을 해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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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9시부터 와서는 점심으로 짜장면에다가 간만에 인심 쓴 탕수육까지 해치우고 철가방이 차 아래에 놓은 그릇을 가져갈 때까지도 그 집에선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지하 빌라에서 나오면 우리 눈에 안 띌 수가 없는데 말이죠. 고개를 좌로 90도로 돌리고 관찰을 해야 했기에 목뼈가 퍽 뻐근해지던 해거름 무렵 갑자기 50대 아줌마가 지하 빌라의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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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먼저 발견한 기사 아저씨가 나왔어 나왔어를 부르짖었고 후배 PD는 빛의 속도로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저 역시 오케이를 부르짖으며 손끝부터 발끝까지 팽팽해지는 긴장감과 알 수 없는 쾌감에 사로잡혔죠. 잘 나오셨어요. 일요일날 집안에 틀어박혀만 계시면 되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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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를 한참 따라가 보니 동네 어귀의 큼직한 갈비집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엔 무슨 모임인지 아줌마들이 열 명쯤 둘러앉아 웃음꽃밭을 일구고 있더군요. 갈비가 상에 올라와 지글지글 구워지고 열심히들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아줌마도 아까 후배 PD가 카메라를 켜던 속도로 갈비를 해치우시더군요. 식당에 잠입해 있던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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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잘도 먹네요. 시어머니 굶긴다면서" (실제 문자는 이거보다 좀 험악했습니다만 순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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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먹는지 깡그리 담아 놔." (역시 마찬가집니다)
"선배님 저도 소갈비 먹고 싶어요."
" 죽는다. 젤 싼 걸로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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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오고 가는 사이에 우리는 어제 그 아주머니의 시어머니가 이웃이 건넨 빵과 우유를 게걸스럽게 먹던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준 걸 알면 며느리가 혼을 낸다며 창틀에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주워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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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과 내 앞의 식신 아주머니를 오버랩시키다보니 분노가 총출동을 하더군요. 어떻게 생겨먹은 아줌마야. 카메라를 있는대로 줌인해 봤습니다. 주걱을 들면 놀부 마누라에 코만 높이면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 정도의 관상입니다. 험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아 생긴 대로 노는구만. 느아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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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지나서야 아주머니들은 배를 두드리면서 식당 문을 나섰습니다. 분기가 땅을 울리고 사기는 하늘을 찌른 PD 둘은 발걸음도 가벼이 우리의 주인공을 뒤쫓았지요. 밥 먹은 뒤에는 또 어느 집으로 몰려갑디다. 벽에 귀를 대고 들어 보니 고스톱 소리 요란하더군요. 싸고 먹고 고도리에 홍단이 난무하더니 밤도 제법 깊어서야 집으로 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잽싸게 차로 돌아와 있었지요. 집으로 들어가는 그림이 필요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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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어머니 밥은 당연히 안 주겠네? 아까 나와서 지금 들어가면"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나쁜 엑스예요. 와 진짜 열받네 뭐 저런....."
"아이템 된다 이거. 야 야 온다 온다 잘 찍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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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맥주 한 잔도 걸쳤는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빌라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속으로 그래 지금 실컷 노래 불러라 하면서 그 꽁무니를 쫓는데 바로 2초 후 기사 아저씨와 나, 후배의 입에서 동시에 어 어 어 어 하는 비명이 크레센도 (점섬 세게)로 울렸습니다. 분명히 나올 때는 101호에서 나온 거 같았는데 들어가는 문은 분명 102호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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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아줌마? 아까 나오는 걸 처음 봤던 기사 아저씨가 강하게 부인합니다. "아냐 분명히 101호에서 나왔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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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방문을 한 건가? 그러나 방문객 치고는 일요일 밤의 체류 시간이 길었습니다. 제보자 아주머니를 불러 우리가 오늘 하루 종일 기다리고 쫓았던 아줌마를 확인시켰을 때 우리는 밤하늘이 노랗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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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02호 아줌마야. 101호 아줌마는 더 작고 퍼머 안한 단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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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를 짚어도 이렇게 호되게 짚은 적은 드뭅니다. 60분 테잎 두 개를 돌리면서 시어머니 밥 굶긴 채 저만 호의호식하고 다니는 며느리를 열심히 쫓아다녔건만 그 며느리가 이 며느리가 아닌개벼....... 울음 같은 탄식을 터뜨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침울한 어조로 후배 PD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영규야. 테잎 지워라. 그 테잎 절대 작가에게 넘기지 마라. " 헛다리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지요. 그러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후배가 답합니다. "아까..... 작가한테 며느리 소갈비 뜯는 거 찍었다고 자랑했는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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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따져 보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었습니다. 101호에서 나오는 것으로 잘 못 본 것이야 우리 셋 모두의 착각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만으로도 그 아주머니를 충분히 의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머리가 짧긴 했지만 퍼머였고 중학생같이 키가 작다고 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친구들과 어울렸을 때 작은 티가 나지 않았었지요. 체구는 보통이라고 했는데 오늘 우리에게 누명을 쓴 아줌마는 전형적인 항아리형 몸매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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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제나 저제나 누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우리의 바램이, 그리고 시어머니 굶기는 며느리가 소갈비를 뜯고 있다는 이 드라마틱한 설정이, 밤 늦도록 고스톱에 열중하며 시어머니는 안중에 없는 이 고약한 풍경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켜 듬직한 헛다리 하나를 우리 다리 사이에 하나 더 붙여 놨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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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 넘쳐 흐르는 속내 때문에 뻔히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끝내는 호된 헛다리에 코가 깨지는 일은 의외로 흔합니다. 기대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싫어하는 잔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남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헛다리를 짚곤 하지요.
전문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은 가끔 보는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것을 보게 되니까요. 최근 페북 담벼락 보면 그게 순수하고 올바른 믿음이든 확증편향이든 너무나 결연하고 날선 가운데 한 현상을 두고 정 반대의 해석들이 태백산맥처럼 돋아 있어서 좀 무섭습니다....... 저더러 '쿨한 척'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뭔가를 확실하게 믿어버리기에는 위에 언급한 헛다리의 경험들이 남들보다 좀 많아서 그런 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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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를 짚었다가 넘어지면 ...... 디게 아프더라구요. 그러니 가끔은 내가 믿는 것도 의심하고, 내가 옳은가 수시로 되돌아보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너무 화내지도 말면서...... 땅에 발을 잘 디디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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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문제의 102호 아주머니는 글쎄 제보자 집단의 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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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아주머니 다시 뵈니 심술은 커녕 마냥 푸근하고 인정 많으신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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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학대 자체도.... 팩트를 까 보니 이웃 주민들이 오해할만도 했지만.... 확증편향도 있었습니다. "방송국하고 가해자하고 짠 거 아니냐."는 사람까지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