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밥 한 번 살게.

in #zzan6 years ago

연어입니다.


현지 사정과 언어도 모른채 외국에서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한국인이 나타나면 얼마나 고맙고 반갑겠는가. 그러나 그 관계가 비참하게 끝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한 경우는 도움을 주며 나타나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경우다. 이 케이스는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므로 패쓰.

다른 경우는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는 경우다. 한 쪽에서는 인지상정(人之常情), 그것도 같은 한국인이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도움을 준다. 받는 쪽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천군만마가 생긴 기분이다.

감사의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도움 요청은 계속되고, 도움을 주던 사람을 개인 가이드 쯤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슬슬 한국인 특유의 '알뜰' 정신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는 사이끼리 왜 이래. 좀 싸게 하자.

아는 사이이니 더 싸게, 더 많이 요구하는 셈법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런 상황에 제값을 받으려 하는 쪽은 되려 못된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처음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구만. 결국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던 사람이 되려 나쁜 사람으로 취급되어 간다. 힘들게 말을 배우고 우왕좌왕 실수를 거듭하며 얻게 된 팁들은 그저 한 순간의 서비스로 취급되고 끝난다.

이런 관계가 좋게 끝날리 없다. 결국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댓가를 지불할 줄 모르는, 답례라는 것을 모르는 인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세심히 챙기고 존중해야 하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중국어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객지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 하는 친구가 있다. 비결은 간단했다.

가까운 이웃에게 늘 웃고, 인사하고, 그들을 정중히 인격체로 대했다. 인사를 잘 받아주거나 자그마한 도움을 주고 받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늘 답례를 했다.

주변에 나에 대한 평판이 돌기 시작했다. 객지에 나와서 고생하는, 그러나 늘 밝은 외국인.

이제 그 분들이 나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한다. 언어 장벽이 있으니 그분들 나름대로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덕분에 한국어에 능숙한 중국인 세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중국인들도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며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린 듯 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 때부터 마음을 크게 열고 현지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중에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에 근무하다 불합리한 업무 요구, 인격 모독, 고의적 임금 체불과 해고로 2년에 가까운 소송을 진행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중에 승소하였음)

그 때의 충격으로 비단 한국인과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 자체를 거부하던 이 친구가 OK 한 덕분에 난 현지 언어와 제도를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미션들을 하나씩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늘 감사한 마음과 답례를 잊지 않았다.


결국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사람부터 챙긴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취급하고 그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가까운 사람부터 잘 살피고 챙길 줄 알아야 한다.

'밥 한 번 살게'로 퉁치고 넘어가는 세상. 아는 사람 덕분에 품을 아꼈다고 셈하는 만큼 아는 사람은 한 발자국 더 멀어지는 법이다. 그게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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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려하고 작은 것도 계산 제대로 하는 것 참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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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왠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지도 ㅎ

공감되는 글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손내밀려고 하지 않게 되는가 봅니다. 친하게 지내다가 더 멀어지게 되구요. 흔히 주다 안주면 변심했다는 말이나 듣지요. 적절한 예의와 선이 필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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