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친구 하나 달고 사는거지 뭐.
연어입니다. 감기같지도 않은 목감기 때문에 약먹고 헤롱거리는 중입니다. 잠시 약기운이 떨어진 김에 글이라도 좀 남겨놓을까 키보드를 두들기네요.
전반적으로 건강한 몸이지만 딱 한군데 쥐약인 것이 기침감기입니다. 기관지와 관련되었다 하면 몸을 사려야할 정도로 유독 목이 약한 편인데, 기관지가 예민하고 약하게 되면 줄곧 켈룩켈룩 기침을 하게 되고, 아무리 몸이 건강하고 다른 곳이 멀쩡해도 기침을 해대니 주변에 몸이 약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억울하지요.
저의 기관지가 이렇게 예민하게 바뀐 것은 10여년 전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10여년이 되었지만 예전과 같은 탄탄한 기관지를 되찾지 못했다는 뜻이네요. 나이가 들면 평생 달고 가야 할 '친구' 하나쯤 생긴다던데, 저에게는 아무래도 기관지가 그런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이런 것보다는 나은듯 합니다만...
2008년 봄, 단기 목표로 뛰었던 프로젝트가 마감되면서 긴장이 풀렸던지 그동안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부터 역풍을 맞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잦은 기침을 동반한 몸살감기인가 했는데 한 달 가까이 온갖 병원, 온갖 진료과, 그리고 하다못해 한의원까지 다녔지만 기침을 잡지 못하더군요. 기침이 너무 심하다 보니 밥을 먹든 약을 먹든 이내 구토를 하기 마련이었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가 없어 하루에 10~30여분 정도 소파나 이불 쌓아둔 옆에 기대어 앉은채로 눈만 잠깐 붙이기 일쑤였습니다.
어찌나 고생이 심했던지 이렇게 앓느니 그냥 팍 죽어버리는게 속 시원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 달새에 7kg 정도 살이 빠질 정도였고, 어릴 때부터 스카이씽씽+스카이콩콩에 온갖 운동으로 단련한 허벅지가 홀쭉해질 정도로 근손실이 컸으니 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병원마다 별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그러니 병원에 입원하거나 누워있을 상황도 아니고 이래저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다하다 열이 받을대로 받은 저는 집근처의 한 종합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검진을 담당한 의사 선생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달째 이런저런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녀보고 있지만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몸만 더 지쳐가고 있습니다.
- 원인을 한 방에 찾기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동안 받은 진찰과 처방이 다 따로국밥이라 제 상태를 어떻다고 판단하는건지, 어떤 추정들에 의해 어떤 처방들을 내리고 실패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 한달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상관없으니 의사 선생님이라면 환자와 함께 진찰을 해 나가면서 병의 원인을 잡아나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의사 선생님을 믿고 온 것이니 뭐든 솔직하고 정확하게 제 상태를 알려드릴 것이고, 마찬가지로 의사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모든 처방을 따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그러니 선생님의 모든 판단을 저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꽤 젊은 편이었던 의사 선생님은 제 얘기를 듣더니 아마도 이전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진찰과 문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몇 시간에 걸쳐 기침과 관련한 모든 검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채혈부터 수십가지의 알러지 방응 검사, 엑스레이 검사, 그리고 TV에서 운동선수들이 테스트 받는 심호흡과 심전도 검사 등등 여하튼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별의별 검사를 다 마쳤죠.
그리고 그 결과들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식으로 기침과 관련한 모든 가정을 세우고 하나씩 원인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결핵이나 천식부터 의심하던데,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서 결핵은 확실히 아니고 천식과 알러지부터 의심하고 처방을 해보자는 식이었습니다.
일주일간 천식과 알러지에 대한 처방을 따랐으나 별 차도가 없으니 두 가지 원인은 아닌 것으로 제껴버리더군요. 그리고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 왜 환자의 원인을 이러한 것으로 추정하였고, 그에 대한 처방을 어떻게 내렸으며, 어떠한 반응을 기대했고, 그간의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였는지 정말 자세하고 과학적으로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음 가정에 의해 처방을 실시하였습니다. 즉, 10가지 가능성을 보고 2~3가지씩 원인을 줄여나가는 방식이었죠. 그렇게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추정, 처방, 반응, 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초점을 좁혀나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기침이 나오고 몸이 허약해지고 있는건 바뀌지 않았지만 저 역시 이런저런 가정을 좁혀가며 병의 원인에 근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사 선생님과 같이 파이팅 중이었지요. 그러다 마침내 주요 원인 중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 '부비동염'
이런 가장에 들어서자 다시 얼굴쪽(콧농을 살펴보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어보게 되었고, 부비동염이 큰 원인중에 하나란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약을 중심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일주일 정도는 복용을 해야 차도가 느껴질 것이란 얘기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정말 5일쯤 되다보니 농이 잡히면서 기침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몇 시간이나마 잠을 잘 수 있었고요.
그 때 병원에 가면서 어찌나 기뻤던지...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치료의 가닥을 제대로 잡기 시작한 셈이었으니 그 때부터 시간을 좀 걸렸지만 완치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원인은 꽤 복합적인 것이었고, 근본 원인은 역시 과로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메인이 되는 '부비동염'을 잡으면서 부터 나머지 곁가지 원인들도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기침에 시달리면서 이후에 저의 목은 매우 예민한 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기온이 다르거나, 공기가 안 좋거나, 조금 과식을 하거나,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정말 모를 여러 이유로 여전히 켈룩켈룩 기침을 하기 마련이지요.
평소에는 역류성식도염 증세도 좀 있어 생활 습관으로 조심해야 하지만 뭐 사는게 그렇게 되나요? 지금은 몸 컨디션과 건강 상태를 적절히 잘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기침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도 환절기가 되면 컨디션이 떨어지고 기침이 자주 유발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워낙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는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어지간하면 참고 인내하는 편인데, 목과 관련해서는 두손 두 발 다 든지 오래입니다. 왠만하면 바로 병원에 가지요.
헌데 이번에 진찰을 담당한 의사 선생님을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목기침 때문에 왔는데 목구멍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질문 한 두 마디로 진찰을 끝마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할 말을 잊었습니다. 뭐라고 좀 따져볼까 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용한 의사'가 척~하면 척~하고 처방전 내리는 사람을 칭하는 분위기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름 '용한 의사'로 불리겠다 싶어 걍 나와버렸습니다.
진찰은 채 1분도 걸리지 않고 질문 한 두마디로 끝내놓고는 처방된 약을 보니 속된말로 '한트럭'입니다. 이건 뭐 그냥 약으로 몸을 다스리라는건지. 그때 두 달동안 목에 대한 이런저런 처방을 다 받아본지라 대략 어떤 추정으로 처방을 내린지 알 것 같았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을 염두에 둔 약, 기관지 확장약, 몸에 열은 별로 없었으므로 몇 가지 기침약을 섞어 칵테일식 처방을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안에 수면 성분이 있는 약이 들어있나 봅니다. 보통 가래 증상이 있을 때 수면 성분이 들어간 적이 많은 듯한데.. 여하튼 이놈의 약만 먹었다 하면 헤롱거리기 바쁘네요.
하.. 이제 이 글 좀 올리고 다시 약먹고 있다보면 잠이 빠져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푹 잠들고 푹 쉬는게 어쩌면 가장 좋은 처방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래나 저래나 앞으로 평생 달고 가야할지 모르는 이놈의 약한 기관지.. 누구 말대로 '평생 친구 하나 달고 사는' 인생인가 봅니다.

그 친구 질이 안좋은 친구군요 이참에 확 떨쳐 버리세요
ㅋㅋㅋ 매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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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관지가 안좋은데 환절기에 항상 문제지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픈거랑 친구하면 안돼요!! ㅎㅎ 저도 지난 추석때 걸린 감기가 아직도 귀찮게 하네요! 친구하기 싫은데...
목이나 기관지에 좋은 약초를 꾸준히 달여 드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제대로 된 의사분을 만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네요.
친구녀석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