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베네수엘라 경쟁자???????

in #zzan5 years ago

오전 6시 20분 출근, 오후 5시 5 0분 퇴근
79인분 판매. 헥헥.

오늘 정말 바빴다.
끝나고 나서 몇인분 팔았나 확인하는데 깜짝 놀랐다.
매일 대략 60인분 선으로 재료 준비를 하는데
19인분은 어떻게 만들어 낸건지 지금도 의문.

1시쯤 되었나, 준비했던 밥이 거의 다떨어지고 새로 밥을 지어야 해서 30분 정도 손님들한테 양해를 구했다.
주문 할 사람들은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가고 그랬던것 같다.

알바생이 있어서 엄청 바빴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일했다.
아니면 음식을 하는 나까지도 홀에 나가서 서빙을 하고 테이블을 치우고 가끔은 주문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 진행속도가 더뎌져서 못기다리고 가는 사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음 굳이 비교하자면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음식을 두고 인내하는데는 하수...랄까 ㅋㅋㅋㅋㅋ
줄 서서 기다리고 그런거 진짜 없는 것 같다.

남편이랑 매주 금요일 퇴근하고 저녁먹으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같이 보는데 볼때마다 신기해 한다.
한국사람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멀리서 찾아가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긴 프랑스에서 한 번도 그런거 못봤다면서.
아마도 맥도날드가 처음 프랑스에 들어왔을때 정도 그랬던거 같다고.

가끔, 아주 가아끔 우리가게도 짧지만 줄을 서는 경우가 있다.
주문하려는 사람, 전화로 주문하고 픽업 하려는 사람, 자리에 앉아서 먹고가려는 사람들이 작은 가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런 모양새다.
주문 받는 사람이 여럿이면 그럴일이 없는데 남편 혼자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 남편도 나도 마음이 너무 급해지고 손님들 기다리고 있는 쪽은 의식은 되지만 못쳐다보겠고...

골목식당에서 줄 서있는 사람들 보면서 멘붕온 가게 주인들 심정이 이해가 된다.
몇 명만 기다리고 있어도 너무 미안한 마음에 몸도 마음도 엄청 분주해지는데 수십명이 기다리고 있으면 내 멘탈로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실수도 더 하게 되고. 너무 바쁘면 내 경우엔 손이 떨리기도 한다. 아들레날린 과다인가? ㅋㅋㅋ
오늘은 손은 안떨었다. 대신 남편에게 썽을 내었다.
넘 바쁘고 주문 너무 밀려서 정신 없는데 옆에서 말을 자꾸 해서.
머릿속으로 외워놓은 주문 순서를 자꾸 훼방놓고 가서
이 꽉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버럭 한 번 했는듯..ㅋㅋㅋ

재밌는게 다른 식당 주인들이 생각보다 우리가게에 밥먹으러 자주 온다.
오늘도 두 군데 식당 주인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갔다.
재료가 거의 다 소진되었을 무렵 와서 못 먹고 갈 뻔 하다가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서 만들어 주고 먹여 보냈다.
같은 식당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이해해주고 그냥 잘 먹고 고맙다고 하고 갔다.

한 주인은 베네수엘라에서 온 커플인데, 버팔로 윙이라는 식당을 다른 커플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꽤 규모가 있게 식당을 했었나 보다. 오늘 들어 보니 그 때는 직원이 40명씩 있었다고.
지금 여기서 하는 가게는 10명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가게를 팔까 생각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둘이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거 보면서 정말 딱 좋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아마도 큰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한 눈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모든게 간단하고 쉬워 보여서 그런것 같다. 내 생각도 그렇다.
물론 우리도 우리 나름의 문제와 불편함이 있지만, 작은 가게는 작은 문제가 있고 가게가 크면 문제도 같이 커진다. 아무래도 기본 운영비용이 확 높아지니까.

그래도 우리 가겐 너무 작은거 같아.... 탈출하고파

얼마에 내 놓을 생각이냐니까 300,000달러에 내놓는다고. 헉.
그러면서 우리가 사면 레시피고 뭐고 다 알려주겠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너희가 우리 가게를 사면 나도 다 알려줄게 라고 했다 ㅋㅋㅋㅋ

우리 가게는 월세가 지금 24스퀘어미터에 800유로인데
그 가게는 네덜란드령에 있고 사이즈는 우리보다 훨씬커서 월세가 3000달러라고 한다. 아마도 평당 월세 따져보면 비슷할거 같지만 절대적으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단숨에 포기 ㅋㅋ 월세는 길면 3일 짧으면 1일 매출로 감당이 될 정도여야 한다는게 철칙이라면 철칙인지라..

그건 그렇고.. 약간 찜찜한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 밥 위에 순살치킨을 올려서 파는 메뉴가 있는데 이 메뉴를 자기네 가게에서 해도 되겠냐고 했다. 우리가 컨펌을 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꽤 진지해서 이미 메뉴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거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 때부터 아 뭐랄까 기분이 쌔...ㅋㅋㅋㅋ

자본주의 경쟁사회라 이런 일이 언젠가는 있겠거니 하긴 했는데 이분들이..??(나는 사실 이게 싫어서 다른 한국식당과 경쟁 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찾아서 온거였다.) 경쟁해야 한다면 한국 식당이라고 생각했는데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될줄이야 ㅋㅋㅋ
저번에도 우리가게 와서 비빔밥에 올라가는 계란 후라이 만드는 기계보고 어디서 샀냐고 어디서 구했냐고 계속 물어봐서 그냥 저기 앞에 전자제품 가게서 샀다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오픈했다던 레스토랑 어떤 메뉴 위에 계란 후라이가 올라가 있었다 ㅎㅎㅎ
아니 뭐 비빔밥 위에 올라가 있는 계란 후라이가 예뻐 보여서 그걸 카피 했겠어.. 그냥 자기네 음식이랑 궁합이 맞으니 한거겠지....그렇겠지..???

기-승-전-계란후라이는 사랑입니다??

아니 치킨.. 그냥 우리 가게를 인수하라니까요..

근데 오늘같이 장사가 잘 되는 날이면 가게를 내놓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간다. 어떤 값을 줘도 팔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2년 반이 넘게 운영하면서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어떻게 값으로 매기나 싶기도 하고.

더 키우려면 더 큰 곳으로 가는게 맞긴한데 첫 가게라서 그런지 애착이 남다른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끝나지 않는 고민으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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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한 고민하시니까 좋네요~^^

그런가요?? ㅜㅜㅋㅋ

계란후라이 만드는 기계가 있었군요.. 대형식당이 저렇게 베껴가려고 하는건 참 ㅠㅠ

아니요 사실 계란 후라이를 위해서 나온 기계는 아니고 프랑스 음식?간식? 이라고 해야하나 크레이프 만드는 기계인데 (마치 우리나라 명절때 전부치는 전기팬 처럼 생겼어요) 그걸 쓰고 있거든요. 계란 부칠 화구가 부족해서 ㅎㅎ
저 날 팁을 10불을 주고 가던데 그 값일까요?ㅋㅋㅋ 하 넘 싼데.. 그러면

아.. 아이디어가 좋으시네요. 크레이프 만드는 기계라니.. 전부칠때 써도 편하겠어요.

오늘 장사 성공하신 거 축하드려요.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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