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71]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 일제시대 해외 이주민의 삶을 공유하다

in #zzan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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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아버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도적단에게 쫓기던 중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마땅히 존경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가족력이다. 하지만 나는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는 이름을 남길만큼 위대한 분은 아니었고, 할아버지는 전쟁 후유증 때문에 전쟁망령 같이 느껴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립과 이념,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댓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남겨진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허기와 외로움으로 보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 주인공인 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버들은 동네 친구인 홍주, 송화와 함께 사진 결혼으로 하와이로 떠난다. 그곳에 가면 끼니 걱정없이 지내면서 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가혹하고 냉혹한 현실은 성난 파도와도 같았다.

버들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셨고, 큰오빠는 일본순경에 항의하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강경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남편 태완이 몹시 걱정되었다. 그나마 조선이나 중국으로 건너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완은 중국에 가기로 결심한다. 후손들에게 독립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겠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결국에는 부상과 지병을 안고 돌아올 그의 미래를 예상했다면 버들의 손을 잡았어야 했다. 하와이로 돌아 온 후 그의 자식들과 소원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잘못이다. 가족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어찌보면 조국의 독립보다 남편과 아버지의 존재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홍주와 송화도 버들 못지 않게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간다. 결혼한지 몇 달만에 과부가 되고, 아들마저 빼앗긴 후 세 번이나 결혼을 한 홍주나 무당의 자손으로 태어나 무병이 도져 친딸을 놓고 조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송화의 삶도 참으로 가련하다. 누구 하나라도 잘 되었으면 싶었으나 그리 행복한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의 아들처럼 여겨졌던 버들의 큰아들은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버들의 딸 진주는 사실 송화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무거운 결말에 다가선다. 그러나 버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농장에 가득할 카네이션을 기다리는 그녀는 여전히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자신이 하와이로 향하며 희망을 꿈 꿨던 그때처럼 말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면서 십 년 전쯤 읽었던 "별들의 들판"이 생각났다. 가족과 조국을 위해 타지로 나간 우리의 선조들. 그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러워졌다. 하와이로 향했던 분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하고 성금으로 모금하면서 학교를 세우고 한마음으로 독립운동에 동참 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다. 그러나, 힘겨운 삶의 연속일지라도 그속에서 그들의 삶을 보았고, 역사를 보았고, 또한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인생 역시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앞으로는 잘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한다. 모쪼록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분들이 희망으로 가득찬 오늘을 보내길 간절히 바란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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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랑스러운 가족력이네요~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잠시 생각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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