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작가-수필] 꽃가루

in #zzan4 years ago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늦게나마 꽃구경을 다니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 근처 공원에 나간 것이 전부였지만 우리 가족 역시 벚꽃과 산수유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꽃잎이 떨어지면서 휑해 보이는 나무가 한순간 쓸쓸해 보였으나, 첫눈처럼 새하얗고 잘익은 바나나처럼 샛노랗던 꽃잎이 가슴속에 다시 싹틔워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주말 동안 외출이 많았던 아내가 갑자기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코로나감염을 의식한 나는 가려워도 참으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눈이 뻑뻑하니 쿡쿡 쑤시는 듯 아프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났다. 휴일이라 병원을 갈 수 없어 집에 있는 안약을 넣어주며 달래주었다.

안과를 다녀온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요즘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알러지성 눈병이 생긴 거라고 했다. 순간 꽃가루가 원망스러웠다. 온 사방에 날리며 알러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코로나같은 전염병처럼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뿐 아니라 새차를 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샛노랗게 꽃가루로 뒤덮힌 차를 보면 한숨이 나왔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놓았는데 집안에 꽃가루가 가득해 환기를 시킨 것만 못하게 되었을 때도 화가 났다.

한참을 꽃가루를 원망하다가 왜 꽃가루가 날리게 되었는지 원천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식물들은 꽃가루를 날려야 수정이 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 종족 번식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면 날릴수록 내년에 더 많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러면 아름답게 핀 꽃들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할 것이고 풍성하게 맺힌 열매를 보며 기뻐할 것이다. 분명 그 중 한 명이 나일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세상 모든 일은 인과 법칙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모두가 아는 그 뻔한 사실을 나는 망각하고 있었다. 매년 봄 아름다운 꽃을 감사하길 원한다면 지금 흩날리는 꽃가루조차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겠지. 노랗게 쌓인 꽃가루를 닦아내며 내년 봄 찾아올 산수유 꽃을 떠올려 본다.


참여 부분 : 수필
참여자 : @epitt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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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

감사합니다~ ㅎㅎㅎ

순간 꽃가루가 원망스러웠다

너무 원망마세요!! 그들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잖아요^^

밑에는 안읽으셨군요;;ㅋㅋ

꼭 그렇게 ㅎㅎㅎㅎ내년 꽃을 원하는 것은 너무 먼 미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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