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기관 -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센터장 (2/2)

in #zzan5 years ago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사회적, 제도적으로 국내 제조 기반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무상교복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무상교복 사업처럼 무상 신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산시에는 32만 명의 초중고생이 있는데 이들에게 무상으로 학생화를 지급하면 지역 공장 5~6개 정도는 1년 내내 충분히 가동 시킬 수 있다. 무상교복에 35만 원이 지원되고 심지어 무상으로 18만 원가량 하는 수학여행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무상 신발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F사의 신발이 1만3천 원대에 가능한데 3만 원 정도면 충분히 학생들이 선호할만한 신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와 교육청에서 서로 예산확보를 떠넘기고 있는데 만약 시행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신발 산업의 존속 가능성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상 신발 역시 모든 신발 공정이 부산 지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시행되어야 한다.

  • 시설 투자가 지지부진하면 산업의 경쟁력도 확보되지 않는다. 부산 업계의 투자 현실은 어떤가?

지금 부산은 과도기에 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 현 상태에서 산업의 축소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 부산 신발봉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봉제 역시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업계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산 사상구에 신발융합허브센터가 개소했다. 신발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여 보다 편리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추고 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신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번 허브센터 개소 과정에서 우리는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한 봉제라인을 시범적으로 설치하자고 주무 기관에 요청했다. 그러나 4차 산업 시대에 무슨 시대에 덜 떨어진 봉제라인을 만드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신발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신발 봉제는 과거와 같이 재봉기만 많이 돌리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 신발 봉제에서 평재봉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이포스터 등 특수 재봉기를 비롯해 컴퓨터 재봉기 등 특종 사용이 대세다. 봉제 자동화를 활용해 국내 생산 가능성도 충분히 제시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되었다.

센터내 생체역학적 성능평가 실험 모습

  • 신발 제조기술에 있어서는 부산은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 진출로 기술 유출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상황은 어떤가?

부산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보유한 세계적인 신발전문제조업체들을 많이 배출했다.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은 요즘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홍콩계 등 중화권 업체들이 무역전쟁의 여파인지 미주 바이어와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는 틈을 타 국내 업체들에게 많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표적으로 태광실업이나 창신 같은 경우는 오더 증가에 따른 증설 요청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나이키의 최고급 오더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던 업체들이다. 신발 생산 기술도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한편 오랜 세월 축적한 세계 최고의 기술도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하나 둘 외국에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 이전은 보유업체가 의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신발 밑창에 중요한 고무 배합기술은 국내 업체들의 기술이 세계적이다. 국내에서 주요 핵심 공정을 거친 후 베트남 등 현지 공장으로 가져가 후가공을 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바이어는 국내에서 처리한 고무를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지 공장에서 모든 공정을 소화하라고 요구한다. 한 두 번은 난색을 표할 수 있지만 계속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외공장으로 나가서 생산하면 결국 그 배합기술은 이전될 수밖에 없다. 과거 신발 소재의 경우 80% 이상이 부산에서 만들어 실어갔다. 지금은 그 비율이 20% 선으로 줄었다. 핵심 기술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이전을 막을 수는 없다. 기술 유출 방지보다 신기술을 계속 개발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앞으로 신발업계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지?

소량 고부가 제품에 중점을 둔 국내 생산과 대량 생산에 포인트를 둔 해외생산,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한다. 먼저 국내는 최소한의 산업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이 필요하다. 고가 고부가 가치 위주로 아이템을 개발해서 한국의 부산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품목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노바인터내쇼널(대표: 이효)의 올버드(Allbirds) 신발 개발은 지극히 칭찬받아야 할 모범 사례이다. 신발계의 애플로 불리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추구하는 올버드 신발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지금은 전량 독점 생산 수출하고 있다. 최고급 소재인 베리노울을 갑피로 사용했고 밑창 역시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신발을 세계의 주요 인물들이 신고 칭찬해주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사례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 부산 신발산업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발업계도 북한 진출을 오래 전부터 고대해 왔다. 신발업계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베트남을 비롯해 해외 주요 투자진출국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북한이 개방된다면 신발은 아마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것이다. 북한에 신발 관련된 특구 몇 곳이 조성되면 관련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길이 열릴 것이다. 물론 북한 생산은 국제적 기준에 모든 것이 부합되는 수준에서 허용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상황에서는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 부산은 신발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신발에 있어서만큼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허리우드 영화 속에서 나온 상상속의 신발은 부산에서 모두 만들어졌다. 신발에 관한 한 모든 것이 통하는 곳이다. 이 기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업이 얼마나 갈까하는 패배주의보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부산 신발이 어렵다고 해도 그간 계속 이 업에 새로운 인물과 업체들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성공 사례도 계속 만들어왔다. 이제 신발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그 사실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 신발은 의류보다는 보다 복합적이고 세분화된 산업이다. 화학, 섬유 등 관련 산업이 연계되어야 하는 장치산업에 가깝다. 따라서 융합이 필수적이다. 신발은 단순한 신는 것이 아니라 패션, 의료, IT 등이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치매 노인을 위한 위치 정보 수집이 가능한 신발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소량으로 고급화된 신발을 만들어 작지만 독보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아주 세분화된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들 다 신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신발산업의 가능성이 높은 시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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