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in #zz2 years ago (edited)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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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이 이야기를 나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그 뿌리는 별거 없는데, 평소처럼 심리테스트를 하며 <자금의 나>를 가늠하는 중에 결과에 "선택과 집중"을 해보라는 충고를 보았다. 으레 점쟁이에게 점을 보러갔더니 아글쎄, 물을 조심해~ 이번 달은 꼭! 이라고 들은것 처럼 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테스트가 끝난 후 몇주가 되어도 이상하게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 테스트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어떤 테스트였는지, 결과가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에는 없고 오로지 선택과 집중만 내 안에 남아 하나의 과제처럼 자리잡았다. 아마도 테스트 결과 내용을 읽던 나에게 신선한 충고로 받아들여 진듯. 내 정신이 어쩌고 저쩌고 내 행동이 어쩌고 저쩌고 짜여진 틀처럼 생년월일과 간단한 테스트를 거치면 나에 대해 얼씨고 좋다 길게도 어림잡아 설명하던 그 글속에서 그 단어는, 흔해빠진 전략이지만 나에게는 한번도 시도해본적 없는 어떤 권유로 받아들여졌다.

내가 뭔가를 선택적으로 집중해본적이 언제였던가. 그건 학교 시험때나 대학교 과제, 일하는 시간 퇴근시간에 쫓겨 막바지에 빠르게 일을 갈무리하는 그때가 아닌가.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의 선택과 집중은 뭘까하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그걸 생각해보았다. 나는 몇 년전부터 노년에 대한 준비에 큰 책임감을 느끼며 이 블로그에 가입도 하고, 이리저리 작게작게 귀여운 사이즈로 툭툭 건드려는 보았던 것 같다. 취미는 많을 수록 좋고, 수입원도 많을 수록 좋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엇하나 진중하게 파고드는 법 없이 겉핡기식 이었다.

그런 세월 속에 결국 나에게 남은 잔여물은 1. 읽기 싫지만 왠지 많이 읽어두면 내 일기에 글빨을 올려 줄거 같은 소설책 읽기 2. 하찮지만 아무생각이라도 올려서 눈꼽만큼 돈을 벌어다 줄 블로그 3. 또다른 마무말 대잔치 블로그 4. 너무나 소량이라 잃어도 그만인 금액만큼 넣어놓은 업비트 코인계좌 5. 조금씩 사다보니 약간 금액이 형성된 해외계좌주식 6. 백만원치 삼전주식사고 그대로 방치중인 국내주식계좌 7. 죽어도 하기 싫은 근력운동 5분, 너무나 즐거운 유산소운동 몇시간 8. 옷이나 머리 그딴건 육아하며 다 포기했지만 절대 포기할수 없는 선크림 사수(최근에는 5~6시간에 1번씩 새로 바르는 중, 차단율을 더 높이기 위해) 9.무지성 영어공부 10. 은근히 신경쓰이는 부동산 굴리기

요정도가 나에게 남은것인데. 선택과 집중에 대입해보기로 한다. 일단은 과감하게 노력대비 얻는것이 미미한 걸 쳐낼까 생각하다... 그것이 모여 뭔가가 되지 않을까 고민도 하다가... 그렇지만 선택과 집중을 대입해서 일단은 영어공부는 이제 인정하고(인정해! 바보인거 인정하라고!) 손을 놔주기로 한다. 그리고 부동산도 년에 한두번 들여다보지 신경쓰지 않는 방향으로 놔주기로(남편아 힘내라... 남펴누 하고 싶은거 다해) 선크림은 당연한거니 절대 포기못함(이 여자, 집에서도 바르는 사람임. 주말, 공휴일 없음;;) 절대 양보란 없지. 이미 기미랑 난리났어서 더이상 손을 놨다간 늙다리 할망구된다고.

7개남았군. 우선은 업비트와 해외주식, 국내주식은 달에 한두번 슬쩍 들어가보는 지라 이건 이미 나에게 선택받지 못한것 같다. 그리고 다른 블로그는 어차피 스쳐지나가는 시간정도 접속하기에 놔두자. 3가지.책읽기 글쓰기 운동만 남았다. 결국 이건가;; 운동이야 인간으로써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쳐도 결국 글쓰고 읽는것만 남았다는 사실이 허탈함. 내가 자주 하는 행동중에 선택받은게 그거라니. 정말 인정하기 싫다.

그러나 시간이 날때는 글을 쓸까? 걸을까? 노래나 들으면서 청소를 할까? 책 읽을까? 이 네개중에 갈등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므로 어쩌면 나는 엄마, 근로자, 글 읽고, 쓰는 사람 이걸로 하루를 꽉 채우는 것 같다. 비중으로 보자면 근로자>엄마>글읽기>글쓰기 이 비중인데 몇 년전에 한창 블로그의 재미에 푹빠져 읽지도 않고 오로지 일기쓰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쩜 그렇게 수다스러운지 몇 천자의 수다를 써대며 몇 개월을 보냈더니 어느날 부터는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되었다. 나는 아주 말이 많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끝도 없는 자기 혼잣말에도 끝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3백번대의 일기였던가.

내가 내 일기에 질리면 어떤 느낌인지 아는사람, 손들어 보세요. 네. 발표해보세요. 아주 질려요. 또 내얘기네. 했던 말 또 하겠군. 하면서 생각이 들어요. 아, 맞아요. 훌륭한 답변입니다. 또 다른 친구는? 아 저기 손 든 학생 말해보세요. 오히려 독자가 늘어나던데요? 그런가요? 독자가 뭐라던가요? 지 할말 다 하고 아몰랑 하고 한마디 던진다던데요 (전체 웃음) 아주 잘 했어요. 훌륭합니다. 여러분. 이렇듯 매일 아무말 일기를 쓰면 그러 이미지가 형성되고 독자도 생기겠지만 결국 내 안에 나를 파고드는 행위라 언젠가는 쓸 말이 없어진다는 기가막힌 단점이 있지요. 그렇다면 아무리 써도 써도 끝나지 않는 글쓰기는 무엇이 있을까요? 소설이요! 네, 정답입니다. 소설쓰기는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서술하다보니 쓸 말이 아주~ 많아지겠네요. 그렇다면 소설은 어떻게 쓰죠? (일순간 조용해지는 교실) 3초간 그 교실을 바라보던 선생님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본다.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하다가

저도 잘...



아니! 선생님이 소설쓰기를 모르면 어떻햏! 글쓰다가 또 좌절한다. 사실... 어릴때는 상상력이 넘치는 시기가 있었다. 한 스무살 중반까지? 그러다가 무엇때문인지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게 되니 상상따위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던 것 같다. 이것이 현실.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내 안에 상상력은 다 죽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슬프다...)

가끔 생생하고 희안한 꿈을 꾸면 뭔가 지금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꿈 이야기를 약간의 각색을 넣어 길게 써보고는 다 쓰고 내가 다시 읽으며 흐뭇해 하는 정도? 나에게 상상력이 동원된 글쓰기가 참으로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 여사는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다. 음? 생각나서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왔는데 어릴때부터 글을(...6살때부터 동화를 짓다니요;... 근본작가) 6살과 10대때의 나는 그림(낙서)에 미쳐있었을 때인데... 나 어쩌면 저 10가지 중에 그림을 넣지 않은게 가장 큰 실수인가;;

내가 하는 일과중에 그림과 관련된 것이 아무것도 없네...무엇... 나 근데 뭘 선택하... 이런거 혹시 사업가들한테나 해당되는거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생기자 찡여사는 조용히 타자를 그만 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위에 적은 글을 다시금 읽어보고 도대체 선택할 것이 없는데! 뭘 선택하란거야! 하고 내면에서 꽥 소리한번 지르고는 글을 마무리 하기로 한다.

아 아니지. 마무리 하기 전에 최근 소설을 즐겨읽다보니 약간의 지푸라기 같은 상상을 했던 것이 있어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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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 인플루언서로 가상의 인물이 꽤나 언급되는 모양인데 한 회사가 아주 작정을 하고 사람인척 인플루언서를 연기해서 몇 년간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됨. 그러다가 매번 인스타에서만 보던 그녀를 유투브나 TV에서도 콜라보를 통해 보고 싶다는 독자의 말에 직원들이 투닥거리며 회의한 끝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인간으로 믿고 있기도 하고 요구가 점점 구체적이고 다양해지다보니 그녀를 자살시키기로 결정한다.

한동안 피드에 아무것도 업데이트 하지 않던 그녀. 나중에 그녀의 친척인척 계정을 통해 그녀의 죽음 사실을 알리고 대중들은 큰 의문에 휩싸인다. 그러다가 현실에서 그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시골에 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가 그녀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로 인해 화제가 된다. 유명인인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 시골에 한 작은 마을의 CU편의점 알바생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탓에 각종 온라인 사이트 실시간 인기글로 올라가게 되었고, 사람들의 질문공세와 관심에 적지않아 놀란 그녀를 발빠르게 AI를 기획한 소속사에서 데려간다. 그리고 자살 헤프닝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표명을 한 후, 캐릭터를 닮은 현실속 그녀가 그전까지의 AI계정의 주인공이 되어 다시 피드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그러던 중 그녀가 학폭 가해자라는 동창의 진술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게 된다. 가난하게 살며 간신히 성공길에 오른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글의 작성자인 동창을 만나고. 서울에 한 프렌차이즈 카페안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사진촬영이 되는 와중에 그녀를 까내리기 시작하는 동창. 그런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리액션을 취한 주인공. 그러나 카메라가 꺼지고 기자들이 물러나기 무섭게 동창을 폭행한다. 한번만 더 인터넷에 그런 글을 올리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거라고 협박을 하고 사라짐.

그러나 이런 장면을 빠짐없이 동영상으로 촬영한 한 남자. 그가 인스타 댓글로 주인공을 협박한다. 결국 소속사 몰래 그를 처리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흉기를 들고 그를 찾고, 그녀의 진심어린 팬으로써 그냥 데이트나 한번 하고 싶었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남자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국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그녀.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미 경찰과 입을 맞춘 소속사에서는 그녀가 AI였던 인플루언서 그녀와는 전혀 무관한 그냥 닮은 꼴의 여자라는 기사를 낸다. 그래서 살인도 학폭도 결국 AI계정의 그녀와 닮은 꼴인 전혀 다른 그녀가 저지른 것이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주장. 그리고 그걸 뒷받침 하기라도 하듯 유유히 바다가 보이는 멋진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AI의 사진이 인스타에 올라온다.

자신이 그녀가 맞다며 다급히 인스타 로그인을 해보려 하지만 비밀번호가 맞지 않고 황급히 자신에게 대역을 시킨 자들과의 연락을 증명하려고 폰을 뒤졌지만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이미 그녀가 경찰서에 왔을때 폰 검사를 한다며 가져가서 손을 써둔 것. 결국 감옥에 가게 된 그녀. 그리고 인스타에는 여전히 AI그녀가 활동 중이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커플링을 자랑하는 사진을 업로드.

그 시각 회사에서는 회의가 한창이다. 이번에는 커플 AI로 두명의 인플루언서를 키우기로 한다는 회의이고, 저번에 같은 꼴 대역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끌어모아 팔로수가 두배 급증했다고 보고를 들으며 회의를 끝마친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댓글로 그녀의 인스타에서 같은 꼴 욕을 하고, 그때 회사에서 햄버거에 콜라를 먹으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남자직원이 쩝쩝 거리며 컴퓨터로 AI 그녀인척 "아니예요. 그녀도 그녀만의 사정이 있겠죠.."라는 대댓글을 다는 모습으로 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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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작은 플롯이었는데 글로 쓰다보니 뭔가 살을 많이 붙여넣게 되었네; 닮은 꼴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쓰다보니 넣어졌다. 나름대로 짧은 단편소설 정도의 줄거리구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 글이 길어졌네. 몇 자냐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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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만 치면 천개 정도 되려나? 그래도 1시간동안 열심히 잘 썼습니다. 오늘의 일기 끄읕.

다른 이야기 생각한 것도 있는데 저 글쓰다 보니 사라져버림; 어쩌면 생각나는 줄거리는 메모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일요일 주말 잘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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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ㄷㄷ 줄거리만으로 빠져들었어 이제 본편을 내놓으시지!!!!!!!!!!!!!!!!!!!

본편은 오이작가가 ㅋㅋㅋㅋ

찡여사님
이달의 작가 멀었나요?

네?

네?

네?

네?

일단 예고편 던지고 시작하시죠 ㅋㅋ

오~ 그래서 본편은 언제나온다고요??
기다리겠~~~

오이작가님이 써준다고 하십니다

오ㅎㅎㅎ 소재 신선하다ㅎㅎㅎ
소설보다 영화나 웹툰으로 만들어지면 진짜 재밌을듯ㅎㅎㅎ
영화사나 웹툰에 극본공모 고고 ㅋㅋㅋㅋㅋ

웹툰 공모 시, 그림작가로 김미파 추천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잼이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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