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문학혁명 (一场静悄悄的文学革命)

in #wuxia4 years ago

조용한 문학혁명 (一场静悄悄的文学革命)

옌쟈탄

#무협 #김용

김용소설논고 3

-“5.4”문학혁명으로 소설이 사람들에게 경시되던 “한서(闲书)”에서 문학의 신성한 전당에 올랐다면 김용의 예술은 근대무협소설을 처음으로 문학의 궁전에 입성시켰다.
-이는 또 다른 문학혁명으로, 조용하히 진행 중인 문학혁명이다.

오늘, 베이징 대학은 이 자리에서 성대히 의식을 거행하노니, 차량용(查良镛) 선생에게 명예교수 칭호를 수여한다.

나는 먼저 중국현대문학의 한 연구자로서, 먼저 차 선생에게 열렬한 축하를 표하고자 한다!

중화문화의 거대한 수수께끼

차량용 선생은 중화권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는 “김용(金庸)”이라는 필명으로 무협소설을 발표하여, 다양한 층위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진정한 아속공상(雅俗共赏)을 이뤄냈다.

“김용신드롬(金庸热)”은 이미 30여년이나 지속되어왔다. 처음에는 홍콩과 마카오의 독자가 환영했고, 이후 홍콩과 마카오의 “열기(热)”는 대만과 동남아로 옮아갔다. 그리고 다시 그 “열”은 해외 화교권으로 넘어갔으며, 80년대가 되자 그 “열”은 대륙에 도달하였다.
 
시민과 청년학생, 그리고 다소 문화적인 농민이 애독할 뿐만 아니라, 과학자, 공학자, 대학교수, 청치가 그리고 지도자적 인물까지 팬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 양전닝(杨振宁), 리정다오(李政道), 천싱션(陈省身), 화뤄겅(华罗庚)에서부터, 국제적으로 저명한 중국문학자인 천스샹(陈世骧), 샤지안(陈世骧), 청친판(程千帆)까지 모두 김용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과학이 흥성한 20세기에, 김용의 무협소설은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독자를 얻었다.

“5.4”문학혁명이 70년 지나, 신문학이 이미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 지금, 무협소설은 홀연히 나와 끊임없이 번성하고 있다.

이게 어찌 금세기 중국문화의 일대 커다란 수수께끼가 아니겠는가?

김용소설이 넓은 독차층의 환영을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록 홍콩의 상업화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구식무협소설 같은 그런 저급한 재미나 저속한 기운이 없다. 김용소설은 신이한 상상과 사람을 끄는 이야기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고아한 격조, 심도 있는 사상을 갖췄기에 대중적이지만 통속적이지는 않다.

그의 소설은 겉이 무협임에도, 안에는 세상물정을 담고 있다. 수많은 무림인물의 묘사를 통해, 그는 깊이 역사와 사회의 인물군상을 써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하고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고 작가의 진지한 소견을 드러내었다.

<천룡팔부>에서 소봉(萧峰)의 죽음을 통해 민족투쟁이 첨예한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얼마나 풍부했던가. 내용이 감명 깊으니, 그 예술적 역량이 가슴 벅찰 정도이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벽혈검>은 또 얼마나 생동감 있고 감정적인 필치로 곽정(郭靖)이나 원숭환(袁崇焕)처럼 민중의 이익에 헌신하는 “중국의 척추(中国的脊梁)” 같은 인물을 빚어내서 찬미하였는가! 실로 중화민족의 늠름한 정기를 고양하였다!

<소오강호>가 묘사한 악불군(岳不群), <녹정기>에 그려진 위소보(韦小宝) 등의 형상은, 모두 깊이가 있는 예술적인 인물전형이자, 삶에 대한 독특한 발견을 해낸 것으로, 그 의의가 극히 크다.

“문혁”초기 린뱌오(林彪)와 “사인방(四人帮)” 한창일 때, 개인숭배가 극히 성행한 그런 시절, 감히 소설을 통해 이런 현상을 슬그머니 풍자하려면 얼마나 탁월한 식견과 담력이 있어야겠는가!

사상의 깊이와 그 독특함에 있어 김용의 소설은 일부 신문학 대가들의 걸출한 작품에 못지않다. 김용소설은 비록 수백 년 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진정한 현대의식이 스며들어 있다.

봉건****에 반대하는 민주사상은 물론, 민족억압에 반대하는 평등관념도 있다. 소박한 계급의식도 있고, 프로이트와 융 이래의 현대 심리학 지식도 있으며, 현대 비극관념-희극관념은 물론, <녹정기>로 대표되는 선봉의식도 있다.

김용소설은 뚜렷한 시대인식을 가진, 20세기 중서문화 교류시대의 산물이다.

무협 소설의 고차원적 승화

김용의 무협소설은 매혹적인 문화적 정취와 풍부한 역사지식, 그리고 깊은 민족정신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의(義)”를 중심으로 싸움에 문화를 담았다. 무협의 무예를 빌려 중국문화의 내적 정신을 써냈으며, 전통문화의 학리를 빌려 무공수양과 인생의 철학을 자세히 해석했다.

이 요소들은 서로 깨우치며 상부상조한다.

소설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 묵자, 제자백가가 언급되며, 천백 년 간 중화민족의 문학, 역사, 과학, 기술 서적이, 그리고 시, 사, 부, 곡, 회화, 음악, 조각, 서예 등등 전통문예의 각 방면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이 방면에 있어 폭넓은 학문을 동원하여, 무협소설의 수준을 한 단 계 더 높은 문화적 층위로 끌어올렸다.

천스샹(陈世骧) 교수가 지적한 <천룡팔부>와 같은 '시대를 탄식하며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悲天悯人)’, 넓고 숭고한 격조 같은 것은, 저자의 불교철학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다면 써내기 어렵다.

우리는 예로부터 김용소설처럼 풍부한 전통문화 내용 및 문화학술적 품위를 갖춘, 그런 통속문학을 본 적이 없다.

<벽혈검>의 부록인 <원숭환 평전(袁崇焕评传)>만 한 번 읽어보아도, 저자가 역사문제에 있어 일찍이 매우 큰 공력을 들였으며 동시에 얼마나 정교한 의견을 형성했는지 알 수 있다. (원숭환을 연구한 역사학자를 아득히 능가하는 몇몇 견해도 살펴볼 수 있다.)

김용의 무협소설은, 그야말로 문화소설이기도하다. 상상력이 극히 풍부하고 동시에 문화적 교양도 매우 해박한 작가 겸 학자만이, 이러한 소설을 창작해낼 수 있다.

엘리트문화로 통속문화를 개조한 “전 종목 챔피언(全能冠军)”

예술로 말하자면, 김용소설은 문학고전이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시중의 그런 대강대강 만들어진 작품들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작가는 서양근대문학과 중국신문학의 예술경험을 통해 무협소설을 창작했으며, 무협소설을 개조하여 이를 미증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용의 펜 아래서 무협소설은 삶이 되었다.

김용은 소설의 플롯을 중시하면서도, 마음대로 플롯을 짜는 게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중시했다. “줄거리는 성격의 역사”라는 말을 믿으며, 성격에 입각하여 플롯을 설계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소설 스토리는 생동감 있게 드라마틱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때문에 예상을 뒤엎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또한 김용소설은 예술리듬의 균형과 변화를 매우 중시했다. 숨 막히게 긴장감 있는 대결 장면 뒤, 쾌활하기 그지없어 제비소리 지지배배 우는 장면이 나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한 장면 한 장면은, 활발하게 변화하는 예술적 리듬으로, 독자에게 큰 심미적 향락이다.

김용은 항상 극적 구성을 사용하여 소설 내용의 구성하여, 어떤 소설장면은 무대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는 줄거리의 희극성을 높임과 동시에, 소설 구성을 치밀하게 만든다.

김용의 언어는 전통소설과 신문학의 종합이다. 양쪽의 언어가 가진 장점을 융화시켜 생생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는 소설을 발표한 후 끊임없이 다듬으며, 더 나아지려 애썼고, 어떤 경우에는 서너 번이나 수정했다. 또 어떤 것은 아예 다시 쓰기도 했는데, 이러한 엄숙한 창작태도는, “5.4”이후 우수한 신문학 작가들도 보여준 것이다.

물론, 김용은 옛날에 있던 여러 장르의 통속소설에 대해 주의하며 그 장점들을 흡수했다. 그의 소설에서는 항상 저자가 무협소설, 로맨스소설, 역사소설, 탐정소설, 유며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적 예술경험을 종합하여 창조적으로 흡수했음을 느낄 수 있다. 요컨대 그는 통속소설을 집대성한 사람이다.

김용은 서양근대문학과 중국신문학을 참고하여 무협소설을 창작함으로써, 그의 소설이 사상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로운 질적 수준에 이르게 했다. 이는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지점이다.

김용소설은 실질적으로 엘리트문화를 통해 통속문학을 개조하여 얻어낸 성공이다.

김용은 이렇게 다방면으로 비추어보고, 흡수했으며, 새로이 만들어냈다. 그는 걸출한 소설의 대가이니, 그가 무협소설에서 가지는 지위는 그냥 챔피언이 아니라 전 종목 챔피언이다.

새로운 문학 혁명

문학은 예로부터 고상한 것과 통속적인 두 부분이 서로 대치하거나 충격을 주며, 또 서로 추진되는 매커니즘 속에서 발전해왔다. 고아한 것과 통속적인 것은 서로 제약하며 영향을 주는, 문학발전의 내적 동력이다.

오랫동안 중국봉건사회에서 소설은 “한서(闲书)”나 “작은 도(小道)”로 취급되어 문학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는 문학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했다.

70년이 지나 “5.4” 문학혁명은 마침내 수천 년의 편견을 부수고, 소설을 문학의 전당에 등극시켰다. 그 시기의 문학혁명은 거대한 역사적 공적을 남겼다. 허나 이 혁명은 불완전한 것이기도 했다.

“5.4” 선구자들은 신문학에 속하는 소설만 전당에 진입시키고, 당시 유행하던 통속소설은 경멸하거나 심지어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신문학 자체가 가진 일종의 유럽화 경향도 이와 상관있다)

통속소설은 수십 년간 사회의 하층으로 들어가 문단의 아래서 흐르게 되었다.

비록 자오슈리(赵树理) 같이 뜻있는 사람들이 통속문학의 경험을 모아 일종의 신문학을 창제하여 농민 사시에 뿌리내리고자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통속문학과 그 문학의 발전에 관한 역할은 여전히 중시되고 있지 않다.

김용소설의 출현은 중국신문학과 서양근대문학의 경험을 통해 통속문학을 개조하려는 노력이 거대한 성공을 얻어냈음을 보여준다.

5.4 문학혁명으로 소설이 무시 받는 “한서”에서 문학의 신성한 전당에 올랐다면, 이제 김용의 예술작품 또한 근대무협소설로는 처음으로 문학의 궁전에 오를 것이다.

이러한 문학혁명은, 조용히 진행된 문학혁명으로, 김용소설은 20세기 중화문화의 한 기적이자 문학사의 빛나는 장이 되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차량용 선생이 사업과 문화에서 얻어낸 두 가지 거대한 업적에 탄복하니, 이에 그에게 매우 간곡히 경의를 표한다! 1994년 10월 25일. (홍콩 <명보월간(明报月刊)> 1994년 12월호에 원본이 실려 있음.)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211.44
ETH 2631.43
USDT 1.00
SBD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