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subway ep1

in #writing7 years ago

겨울이라 하기엔 너무나 온순한 체온의 저녁이었다.
날이선 칼같은 바람도 없고, 마치 겨울에 겪어야할 모든 희생을 생략해 버리고 예고 없이 봄의 계절이 다가왔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나른했다.
나는 지하철에 탔고. 무, 유의미 하게 자리에 앉아 귀가 하고 있었다.
그날은 유독 재미있었다. 조금 심심한듯한 생김새의 베이지색 맥코트를 입은 남자 한명과 말끔한 차림에 여자 두명이 국화꽃 비스무레한것을 들고 탔는데
그 세사람이 유독 나의 시선을 끌었다.
맥코트의 남자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는 두 여자의 시선이었다. 그 두여자는 일행인 맥코트의 남자를 거짓없는 눈빛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두여자에 눈빛은 너무나 긍정적이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번갈아 가며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난 두여자가 가지고 있는 꽃은 결혼식에서 받은 부케 이거나, 뭐 어디든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분에 취해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오는 쓸데없는 물건이겠거니 생각했다.

미안하게도 그들이 들고 있는 꽃은 공원 어디선가에서 꺾은 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 저것은 국화가 아닌 수국이구나. 작은 꽃잎들이 동그랗게 풍성한 수국..

궁금했다.

이 겨울에 ... 그런 신선한 생화를 꺾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며, 그리고 당신들 여자 둘이서 한남자에게 보내는 그 눈빛의 의미는 무엇인지..나는 묻고 싶었다.

이제 두개의 역을 지나면 내려야 한다.. 궁금한건 참을 수 없다.

나는 용기 내어서 자리에 일어나 세사람이 있는 칸으로 걸어갔다. 나는 맥코트를 입은 남자를 배제하고 여자들에게 물어볼 것이다.

무릇 남자라는 동물은 여성들이 있는 앞에서 본능적으로 수컷을 경계하는걸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켓이 참 멋지네요!"
"내여자에게 찝적 대지마.." ( 자기야 봤어? 내가 검증 안된 남자놈을 자기로부터 보호 하고 있는걸.. )

또는
"잠시만요, 내릴께요 비켜 주세요.."
"내여자에게 찝적 대지마.." ( 자기야 봤어? 내가 검증 안된 남자놈을 자기로부터 보호 하고 있는걸.. )
" (미.. 미친놈아 내릴꺼라고 .. 뭐라는 거야...) "

나는 세사람에게 다가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맥코트의 남자 옆에 서서 두여자를 빤히 보고 있었다.

세사람은 당황했고, 역시 수컷인 맥코트는 " 내 여자들(?) 에게 찝적 대지마.." 라고 말할 기세였다.

나는 쉼호흡을 하고.. 옆에서 째려보는 맥코트를 무시한채로 용기내어 말했다.

"그 꽃은 어디서 꺾은 거에요?"

둘은 내말에 꺄르르 하고 웃었다. 옆에 맥코트도 공감한듯 방긋 웃었다. 맥코트가 경계할거란 나에 예감은 빚나갔다.

그리고 오른쪽 좌석에 앉은 여자가 들고 있던 꽃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알고 싶으면 같이 가실래요?"
나는 당황했고, 맥코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증안된 남자놈인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함께해요'라는 미소를 던졌다.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맘껏 신이나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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