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00] 잠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어떻게든 자기 위해 눈을 감고 버틴 시간들이 있다. 잠을 자려고 마음을 먹을수록 잠은 더 멀리 달아나기만 한다. 도무지 어쩔 수 없는 불면은 그렇게 반복된다.
잠 따위는 필요없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잠을 못 자는 것 때문에 내가 '존재 기반'을 잃는다고 해도, 설령 미쳐버린다고 해도, 그래도 좋아.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경향적으로 소비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서 나는 잠을 못 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일은 없다. 요컨대 나는 인생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밤 열 시부터 아침 여섯 시까지의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하루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그 시간은 지금까지 잠이라는 작업에ㅡ'쿨다운하기 위한 치유행위'라고 그들은 말한다.ㅡ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제 나만의 것이 되었다. 다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내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나 좋을 대로 쓸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요구받지 않으면서
잠을 자지 않고 각성된 상태로 사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방법이다. 며칠 밤을 새고 아침 일찍 나가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각성되어 쨍하게 또렷한 기분이 책을 읽는 내내 지속되었다.
나는 그때까지 잠이라는 것을 이른바 죽음의 원형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즉 잠의 연장선상에 있는것으로서 죽음을 상정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한 마디로 평소의 잠보다 훨씬 더 깊은, 의식이 없는 잠ㅡ영원한 휴식, 블랫아웃이다.ㅡ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이란 잠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인지도 모른다ㅡ.그건 어쩌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한없이 깊은, 각성한 암흑이 아닐까? 죽음이란 이런 암흑 속에서 영원히 각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이 휴식이 아니고 영원히 각성하는 상태라면 살아있을 때 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며 괜스레 나의 나태함을 합리화해본다. 하지만,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기에 성립되지는 않는다.
와! 책!
그렇습니다! 책입니다!! 이제야 채워넣....
살아있을 때 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건 이번 생이 그럴수도 오늘 낮이 그럴수도 있습니다. 낮은 무의미하고 잠은 꿈은 생생하게 연속되는 때가 있는데 그때의 저는 낮에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꿈에서 사용해야하니 말이죠. 언젠가 하루 새고 하루 자던 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자려고 애를 쓰다가 그냥 놓아주니 하루가 24시간이 아니게 되더군요. 48시간일수도 72시간일수도 인생도 하나의 생이 아니니.
저는 신경쓰이던 것들이 꿈에 미묘하게 확장되어 썩 유쾌하지 않은 꿈을 꿀 때가 많은데 그걸 벗어나려면 정신의 휴식을 더 취해야겠네요. 그런게 반복되면 꿈이 재밌지 않고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