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망해버린 페낭, 하지만 익숙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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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0분이었다. 말레이시아 페낭 항구에서 중심가인 조지타운까지는. 서늘해서 여행하기 딱 좋았던 싱가포르의 날씨와 달리 페낭은 무자비하게 덥고 습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구글 지도가 기준으로 삼는 걸음 속도가 빠른 건지 한적한 도로를 말없이 30분 정도를 쉬지 않고 걷고 나서야 조지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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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의 명물인 벽화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으니 딱히 할 것도 없었다. 더위나 피할 겸 아이스크림을 먹고 또 자리를 이동해 아이스 커피까지 마셨다. 늘 잘만 걸으시던 란이의 어머님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엄마는 괜찮다 했지만 발을 계속 절뚝였다. 여기에서 인간으로서의 나와 가이드로서의 내 자아가 부딪혔다.

인간 : 다들 지친 것 같으니 그냥 계속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2시간 뒤에 야시장이나 가야겠어.
가이드 : 여기에 힘들게 온만큼 남은 2시간 동안 어디라도 한군데 더 구경 가야겠어.

가이드 자아의 승리였다. 조지타운 끝자락의 웰드키 해안가를 따라서는 중국 이주민들이 19세기부터 생계를 이어온 수상가옥 집성촌이 있다. 츄제티, 림제티, 탄제티, 여제티 등등 기타 다양한 성씨들이 모여 사는 수상 가옥촌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9개였으나 재개발 프로젝트로 둘은 사라지고 나머지는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츄제티는 수상가옥 집성촌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수상가옥촌이다. 길을 잘못 들어 츄제티 바로 직전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는데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나는 자동적으로 구역질을 했다. 갯벌 밑에 시체가 썪어가고 있다 말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지독한 냄새였다. 뼈대만 남은 수상가옥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뒷걸음 치며 나왔다. 수상가옥 하나하나가 기념품 상점이 되어있는 상업적인 츄제티를 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적나라한 모습을 보며 역한 냄새를 견디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아주 짧게나마 생각했다. 이때쯤 엄마들의 얼굴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희미한 웃음기 조차 사라진 걸 보았다. 나는 내가 잘못 판단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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