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스틸 앨리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누구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때로는 왜곡된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생각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니 거기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 한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어디에서나 이야기한다. 어디에서나 이야기하는 그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순간은 사실 별 것 아니다. 고작해야 신념에 어긋나는 것과 타협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싫으면 타협하지 말던가. 피할 수 없었다며 합리화 할 뿐인, 별 것 아닌, 사실은 신념이라 부르기에도 한심한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에 대한 관념, 그것이 조금 변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인지도 잊게 되는 병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도 하는 알츠하이머. 나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그 상태가 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대니 크레인도 그랬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앨런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겠다며, 자신이 그 상태가 되면 머리에 총을 쏘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나에게도 이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친족이 있지만, 그분이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이야기한 적 없고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건 정말 지독하다. 가끔 자신의 상황을 자각할 때는 계속 미안하다고 할 뿐인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지독하다.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소중했던 앨리스. 그녀는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며 학생을 가르칠 수 없게 되고, 형광펜으로 줄을 긋지 않으면 읽은 곳을 계속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읽어야 하고, 형광펜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Yellow thing'이라 부르고, 딸의 이름조차도 잊는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스스로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해'라 했고 증상은 계속해서 심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앨리스는 앨리스가 아니게 된 걸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신을 규명하는 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타인의 태도다. 스스로는 모든 걸 잊어가더라도, 곁에 있는 누구라도 계속해서 앨리스를 환자1이 아닌 앨리스로 대해준다면, 그녀는 앨리스라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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