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지하에서 본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살이’

in #vop3 years ago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22일부터 시작한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를 끝냈다.

박 시장 부부가 옥탑방을 떠나는 19일 주민들은 골목까지 나와 배웅하며 정든 이웃을 떠나보내듯 아쉬워했다.

옥탑방살이를 하는 동안 박 시장은 반바지와 고무신 차림으로 아침 청소를 나오기도 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했으니 이웃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시장실과 관사를 떠난 박 시장을 보기 위해 옥탑방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쉽게 발 닿을 수 있는 곳에 서울시장이 산다는 것은 인근 주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에게 특이한 경험이었다. 심지어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를 반대하는 시민들도 찾아와 집회까지 벌였으니 모든 시민들이 박 시장을 찾아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맞는 말인 듯하다.

옥탑방을 경험해 본 서울시민으로서 박 시장의 ‘옥탑방 한달 살이’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경험한 옥탑방이 겨울의 옥탑방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옥탑방은 겨울은 겨울대로 살기 힘든 곳이다. 하룻밤 신세진 선배네 옥탑방에서 밤새 집안에 스며드는 찬바람 때문에 잠자리를 설쳤었다. 다음날 아침 집안과 바깥의 기온차로 축축해진 벽을 덮은 곰팡이를 보고 기겁을 한 기억도 난다.

지금은 반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지만 옥탑방과 비교해 딱히 나을 건 없다. 길 위의 먼지와 매연이 들어올까 쉽게 창문을 열기 힘들고, 겨울엔 벽에서 나오는 냉기로 유독 춥다. 비가 와서 방안에 습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돈벌레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반지하에 가고 싶어서 간 것은 아니지만 많지 않은 수입을 생각하면 선택지는 옥탑방과 반지하 뿐이었다. 옥탑방과 반지하는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박 시장이 강북의 평범한 주택이 아니라 옥탑방을 고른 것이 의미가 있다. 서울시의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에어컨도 없는 옥탑방에서 박 시장은 부채, 선풍기는 물론 ‘얼음수건’, ‘얼음앞치마’, ‘자연에어컨’ 등으로 폭염을 이겨냈다.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쪽방촌이나 전기세가 무서운 서민들의 사정이 딱 그렇다.

물론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가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체험이 스며든 서민 지원 정책을 내놔야 한다. 시민들이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박 시장이 ‘옥탑방살이’를 할 동안 정치권에서는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도 많았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굳이 체험해야 아느냐”고 핀잔을 줬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더워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느냐”면서 조롱했다.

그런 비판에 박 시장이 소개한 한 네티즌의 댓글을 돌려주고 싶다.

“정치인 모두가 일 년에 한 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응원했을 거다. 일도, 책임감도, 애민사상도, 아무것도 없으면 쇼라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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