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강화인가, 각자도생의 노후인가

in #vop3 years ago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하라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결과가 17일 공청회를 통하여 발표될 예정이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납부연령을 연장하거나 수급연령을 조정하는 등 가입자 부담을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심지어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언급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관련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것은, 그동안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의무조차 법에 명시하지 않고 국민연금이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기금고갈론을 내세워 수차례에 걸친 개악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깎아 온 정부에게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삼성일가가 정권에 청탁을 하고, 그 이후 국민연금기금이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찬성표를 던지고 이로 국민연금기금이 손해를 입었던 사건은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고 급격한 연금개혁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적연금의 미래에 대하여 사회적 대화를 폭넓게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기금고갈론 내세워 소득대체율 깎아 온 기존 정부에게 우선적 책임
늦은 도입·사각지대 등으로 제도 신뢰 형성되지 못 해
70년 뒤 미래 추계결과 근거로 개악, 국민 동의 쉽지 않아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하여 시행된 공적연금이나 1988년에 시행되기 시작하고, 1999년에 와서야 도시 지역의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와 자영업자까지 가입대상이 되어서, 제도의 전면적 도입이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늦은 도입 이후 가입자들 상당수가 수급자가 되는 연금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명목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다시 40%로(2008년 법개정으로 50%가 되었으며, 이 때 이후 매년 0.5%p씩 삭감되어 2028년 40%가 될 예정) 두 차례에 걸쳐서 삭감되었다. 2018년 기준 40년 가입기준 소득대체율이 45%, 국민의 평균 가입기간인 20년 남짓을 기준으로 볼 때 실질 소득대체율이 20%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과연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OECD 평균 평균소득자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52.9%이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9.3%에 불과하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OECD 국가 공적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납부예외자, 체납자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상당수 남아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늦은 도입과 급격하게 낮아진 소득대체율, 여전히 남아 있는 사각지대로 인하여 제도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고, 국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65세 이상 연령의 38%에 불과하여, 점차 수급자 비율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국민연금이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처럼 제도에 대한 신뢰조차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계출산율의 하락과 지속, 수명의 연장으로 인하여 노인인구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하여도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열심히 납부해봤자, 나중에 못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이다. 제4차 재정계산도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여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보험수급연령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조차 형성하지 못한 국민연금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70년 뒤의 미래 추계결과를 근거로 제도 개악을 시도한다면, 이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지 의문이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더욱 우려스럽다. 구시대적인 기금고갈론을 통하여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도 이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공적연금을 기금을 쌓아두고 이를 통하여 지급하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적연금 도입 이후 초기 가입자가 연금수령자가 되는 연금의 성숙기가 되면 그때 그때 걷은 보험료과 세금으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변경된다. 독일과 미국의 공적연금 또한 이런 방식으로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변경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부담을 나누어지며 국민연금을 안정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제도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제도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팍팍한 현실에서 거의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 폐지가 답 아냐
공적연금 신뢰회복·안정화 위해 정부 발 벗고 나서야

그렇다면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는 것처럼 국민연금 폐지와 청산이 답인가? 국민들이 각자 노후대비를 하게 되면 어떤 노후가 펼쳐질 것인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국민들 중 53.3%가 국민연금을 노후대비수단으로 응답하였으며(2017년 통계청 조사), 국민연금은 팍팍한 현실에서 많은 국민에게 거의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축소될 경우, 그 피해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적연금의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 현 노인세대의 노인빈곤율이 46.5%(2016년 기준)로 OECD 평균(12.5%)의 3배가 넘는 것을 보면, 각자도생의 노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명백하다. 지금은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각자 책임지는 노후를 설계할 시기는 분명히 아니다. 개인연금의 경우 근로자의 17%만이 가입하고, 그나마 10년 이후에는 42%가 해약하여, 실질적 노후대비대책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퇴직연금 또한 95.2%가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적연금이 적절한 노후대비책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적연금의 축소는 더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제도개혁은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국민연금에만 쏠려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기금고갈론을 내세워 스스로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온 정부는 이제야 말로 신뢰회복과 공적연금의 안정화를 위하여 발벗고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현격한 차이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깎는 주요한 요인이다. 공무원연금은 수 차례의 개혁으로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의 비율인 실질적 수익비가 국민연금과 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 납부하는 보험요율이 높고, 민간 영역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로 가입기간이 길어서 연금수령액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받는 연금수령액에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 전반적 통합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정부는 책임있는 태도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고 공적연금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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