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소성리’ 할머니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in #vop6 years ago

진짜 평화를 망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올초 남북의 정상이 직접 만나고, 사회, 정치, 외교적 교류가 이어지면서 사드 배치의 명분이었던 북핵 위협은 사라졌다. 하지만 소성리에는 여전히 사드가 있다. 지난 4월 사드기지에 공사 장비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의 출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후 2개월 뒤엔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규모 집회가 소성리 진밭교에서 진행됐다.

사드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다큐 영화 ‘소성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심고, 모를 심고, 감자를 골라내는 등 아주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삶에 ‘사드’가 들이닥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성주 일대와 광화문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사람들의 구호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평화’가 무엇인지 체감되지 않았다. 평화라는 단어가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박배일 감독의 영화 ‘소성리’는 평화가 무엇인지 해답을 안겨준다.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에 아주 구체적인 색을 입혀 보여 준다.

87분이라는 상영 시간동안 영화가 자주 보여주는 것은 소성리에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일상이다. 할머니들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먹을거리나 소일거리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 모를 심는 모습, 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 손가락으로 땅을 콕콕 찔러 그 안에 씨를 심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터전을 건강하게 가꾸고, 그곳에서 정직하게 얻은 수확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때론 그 수확물들을 주민들과 나누면서 삶을 채워나가는 할머니들의 삶이야말로 평화라고 영화는 말한다. 또한 영화는 흙, 열매, 나무, 모내기 등의 자연풍경이 할머니들의 일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장면을 포착해 내며, 생명력 넘치고 건강한 삶의 터전도 보여준다. 진짜 평화다.

하지만 조용한 할머니들의 삶에 사드가 들어서면 마을의 분위기는 완전 뒤바뀐다. 지난해 6월부터 9월초까지 촬영된 영화 속에는 ‘사드’로 인해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에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들까지 가세해 긴장감은 높아진다. 평화는 사라지고 고성과 충돌만 있다.

영화는 ‘사드배치’에 대한 양쪽 단체의 입장을 치우침 없이 전달한다. 사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할머니들의 모습과 서북청년단, 경찰의 모습을 동시에 비춘다. 두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누가 평화를 무너뜨린 것인지 분명해 진다.

작품은 지난해 사드 문제가 뜨거웠을 당시 현장을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넘어서서 ‘사드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임을 알려주고 있다. 개봉일은 오는 8월 16일이다. 박배일 감독, 도금연, 임순분, 김의선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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