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급물살.. 안전장치 실효성은 ‘글쎄’

in #vop3 years ago

안전장치도 법망을 피한 ‘꼼수’까지 막아내기엔 역부족... 전성인 교수 “얼마든지 대주주 지원 가능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의지를 밝혔다. 국회가 나서 계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들의 입법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일으킬 수 있지만 제도적 보완을 하면 문제가 없다는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제도적 보완으로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고 본다.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정책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인터넷전문은행 제정안이 담고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는 무엇일까. 보안장치는 과연 우려를 해소할 만큼 튼튼한 수준일까?

국회 계류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제정안 세 건
지분 보유 한도, 자격·신용공여 제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제정안은 총 세 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유의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국회는 이들 법안을 기반으로 입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들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을 안전장치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 상향폭, 둘째는 지분 보유 자격 제한, 셋째는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대한 자본조달 규모(신용공여) 제한 등이다.

먼저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 상향(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존의 4%에서 34%) ▲‘개인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은 해당 법안 적용대상에서 제외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에게 신용공여 금지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 발행 지분증권 취득 불가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정 의원의 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해 대대주 신용공여와 대주주 발행 지분증권 취득이 가능한 ‘예외 허용’ 조항을 두고 있다.

김관영 의원의 법안은 정 의원의 법안과 유사하다.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한도를 34%로 규정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개인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대주주 신용공여와 대주주 발생 증권 취득도 금지하고 있다. 예외 허용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의동 의원의 법안은 앞서 두 의원의 법안과 큰 차이가 보인다. 우선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적용 대상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자본의 10%’ 한도지만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도 가능하게 돼 있다. 대주주 발행 증권 취득 역시 제한이 없다.

지분 보유한도 4%→‘34%’로 상향? 아니면 ‘50%’?...
'개인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적용대상 제외 여부도 엇갈려

우선 해당 법안들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지분보유한도를 상향하는 데 있어 34%와 50%로 차이를 보였다. 34%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은 34%로의 상향을 주장하고 있다. 두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주로 참여하는 ICT 기업이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3을 초과해 소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대 2대 주주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34%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 의원의 경우 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대폭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법상 금융주력자가 은행 지분을 100%까지 보유할 수 있는 만큼 ICT 기업이 최소한 금융자본과 동등한 비율의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게 하려는 취지라는 것이 유 의원 측의 설명이다.

국회 내에서는 유 의원의 법안에 대해 “은산분리원칙에 따른 현행법상의 지분 보유한도인 4%와 비교할 때 50%에 이르는 지분 보유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금융지주회사들의 주주 구성을 보더라도 한 대주주가 50%의 지분을 가진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경영권 주도를 위해 반드시 50%까지 지분 확보를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개인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엇갈렸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의 법안이 ‘개인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반면 유 의원은 적용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같은 안은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에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업계에서는 ICT 기업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주주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정 개인에게로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만큼 ‘개인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대주주 발행지분 취득 금지’로 부작용 해결될까?
... 전성인 교수 “교차대출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주주 지원 가능해”

세 의원 모두 ‘대주주 신용공여’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중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은행이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에 대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취득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의 제정안은 공통적으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 취득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정 의원의 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김 의원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 의원은 자기자본의 10% 한도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가능하게 하는 안만 내놨다.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와 ‘대주주 지분증권 취득 금지’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고객이 맡긴 예금이 대주주인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권 유지 또는 계열기업의 확장 등에 활용되는 소위 ‘은행의 사금고화 현상’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은 모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경우 은행으로 부실이 전가돼 자칫 모든 피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이같은 안전장치로 은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인수하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생기는 아주 초보적인 형태일 뿐”이라며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더라도 교차대출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주주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차대출이란 서로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들이 합의하에 상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대출받아 필요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 교수는 또 “더 큰 문제는 산업자본이 지금의 설계(은산분리 완화)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를 푸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시간이 지나 다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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