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오실 때만...

in #vietnam6 years ago (edited)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한 장은 미군의 것이다. 적의 공격에 박살이 난 모양이다. 탱크 위에 후송 중인 부상자들이 널려 있다. 팔과 복부, 얼굴에 붕대를 감았다. 다리에서는 피가 흐른다. 후에 지역에서의 교전 직후라고 한다. 전장의 살벌한 긴장감, 소리 없는 절규가 손에 잡힐 듯하다.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렸다. 

또 한 장은 한국군의 것이다. 백마부대(제9사단) 병사가 캄란의 한 마을에서 소이탄 연기를 뚫고 사지에서 헤매는 어린이를 껴안은 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한다. 군인들은 정의롭고 용감하고 유능해 보인다. 완벽한 프레임이다. 1968년 한국 신문에 실렸다. 

두 사진의 대비는 상징적이다. 베트남전 기간, 한국 언론의 보도 사진에서 부상병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군은 용맹한 전투를 하거나(전투장면을 연출하거나), 베트콩 시체를 여유롭게 지켜보는 승자로만 그려졌다. 생사의 경계에 선 병사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준 미국 언론의 보도사진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군 병사들은 그저 아무 걱정 없는, 늠름한 용사이거나 향수에 젖은 표정으로만 나온다. 보도사진보다 홍보사진에 가깝다. 베트남전 파병이 국가부흥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박정희 독재치하의 통제 시스템 아래서, 남의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의 악몽과 비극을 드러내는 일은 일종의 사회불안 조성 행위였다."    


고경태의 1968년 못다 한 이야기_5. 야수가 야수에게_마지막회


맨 앞의 사진은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린 것.

<라이프>의 사진들을 가려 뽑어 재편집한 <더 베스트 오브 라이프>가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1979년 발행됐다.

아버지가 사다놓아 어렸을 때부터 흥미롭게 봤다.



<라이프>에 실렸던 미국의 베트남전 보도사진엔 부상병이 억수로 나온다.

전쟁의 아픔이 사진마다 담겨있다.



이 사진은 부상당한 위생병이 부상병을 치료하는 모습이다. 

베트남전 때다.

사진을 찍은 이는 이 사진으로 '로버트 카파 용감상'을 탔다고 한다.

한국의 보도사진에도 가끔, 아주 가끔 부상병이 나오는데...


장군님이 위문하러 올 때다.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이 기자들을 대동하고 왔다.


베트남전 당시의 한국-미국 보도사진을 갖고 대학원 논문을 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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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판 라이프 사진책이 흥미롭네요. 이 글에 보팅기한이 지난 게 아쉽네요. 더 자주 방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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