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보드와 포트 사이드

in #vessel6 years ago

우선 인용 좀 하고. 아래를 보니 나도 잘못 알고 있었군요. ㅎㅎ

비행기나 선박의 좌우 방향을 말할 때 우현(右舷)·좌현(左舷)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진행 방향으로 각각 오른쪽·왼쪽을 말하고 영어로는 스타보드ㆍ사이드(starboard side), 포트ㆍ사이드(port side)라고 부른다. 여기서 오른쪽을 가리키는 ‘starboard’란 창공의 별을 바라보는 방향이라는 뜻이 아니라 ‘steering board’, 즉 조타판(操舵板=방향조절장치)이라는 발음이 어느새 ‘starboard‘로 변형됐다고 전한다.

우현이라는 표현은 초창기 선박의 관행에서 비롯됐다. 옛날 바이킹들의 선박을 보면 그들은 당시 오늘날의 방향타(rudder)가 생기기 전에 노(櫓:oar)를 사용하여 방향을 바꾸었다. 노는 배 뒤쪽에 위치한 노잡이(oarsman)가 맡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였다. 그래서 조타용 노(steering oar)는 선미 오른쪽 부분에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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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는 그 옛날 라보드(larboard)라고 불렀다. “lar”란, 라레스(Lares), 즉 로마신화에 나오는 ‘도로·해로의 수호신’으로 처음에는 그 수호신의 이름을 따서 불렀는데 나중에 ‘스타보드(starboard)’와 발음상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항구에 배를 댈 때 조타판이 방해받지 않는 방향(왼쪽)을 “항구 쪽(port의 side)”이라고 부르게 된 셈이다. --- 인용 끝---

벨기에 앤트워프 항은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내륙까지 진입해서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포인트 마케팅이 주요하여 오래전부터 정기선사의 기항지 중 하나로 반드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항만이 좁고 오가는 길이 복잡해서 현지 도선사의 승선은 필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선사란 외국의 배가 들어올 때 안전운항을 위해 승선해서 항구까지 길잡이를 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여하튼 보트를 타고 올라오는 벨기에 도선사, 촐싹대는 양이 내가 봐도 영 미덥지가 않더군요. 게다가 웬 말이 그리도 많은지. 하기사 비정상 회담에 나오는 벨기에눔도 말이 드럽게 많죠. ㅎㅎ

하여간 이눔이 타고 나서부터 말더듬이 선장님, 얼굴이 벌겋게 변하는 양이 좀 있으면 터지겠구나. 나야 잘 모르니 그냥 옆에서 구경할 밖에요. 그런데 갑자기 선장이 어어, 이거 뭐여? 이거 뭐여~~~ 하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지 뭡니까?

오늘 신문에 18,000 TEU를 실을 수 있는 배들이 돌아다닌다나요? TEU는 Twenty-foot equivalent unit 이니 20피트짜리, 즉 길이 6미터 정도 되는 컨테이너를 18,000개를 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시 내가 탔던 배는 2,800개. 길이가 아마 240미터였으니 초등학교 운동장 두 개를 합친 길이보다 길었습니다.

3항사와 한참 노가리까다가 고함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어라? 배가 좀 이상하게 서네요? 그러니까 포트 사이드가 아닌 스타 보드가 항만 쪽으로 향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헉.......

이런 큰 배는 자력으로 접안하지 않습니다. 선장 지휘 하에 기관실과 연락하며 속도 줄이고 멈추고, 하여간 접안할 땐 초비상입니다. 자칫 들이박았다간 그야말로 족 되는 거죠. 한 척에 몇 백억하는 배도 문제지만 그렇게 가대한 덩치가 옆의 배를 들이 받거나 항구를 친다면? 보험으로 해결하겠지만 선장 이하 전부 줄초상 치를 각오는 해야지요. 회사도 큰 타격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일단 적당한 위치에 서면 터그 보트란 예인선이 앞뒤로 위차하여 조금씩 항구 쪽으로 밀어붙이게 됩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이 선장이 급기야 한국말로 떠듭니다.

'너 이 새끼,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어잌후야, 이걸 안에서 보면 잘 안 보이지. 다들 바들바들 거리는데 난 밖으로 나가 레이더가 달린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철딱서니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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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앤트워프가 저런 구조였는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어떤가요? 240미터 짜리를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겠지요?

그런데 이 벨기에 도선사, 무전기 잡고 한참을 떠드니 갑자기 배가 항만 중앙으로 밀려나더군요. 보니 터그 보트 2대가 교대로 밀어 수평을 잡고 있고. 이윽고 한 대가 부웅 하고 밀자 그 큰 배가 한 바퀴 돌기 시작하더군요.

흐미... 뱃머리가 맞은편 항구를 향할 땐 뱃머리에서 뛰어도 육지에 닿겠더라고요.

거진 한바퀴 다 돌고 난 다시 조타실로 갔습니다. 선장은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려 털썩 주저앉아 있고 도선사는 뭐가 즐거운지 신나게 떠들 고. 이거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선장 왈, 30년 배 타면서 저런 골 때리는 새끼는 처음 본답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글 쓰지만 사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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