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어린시절의 그녀

in #venti8 years ago

아직 휴대폰보다 삐삐가 대세던 시절...
지금이야 카톡에 친추하고 말걸면 되지만
그때는 만나서 편지하거나 삐삐에 음성을 남겨서 만나곤 했었다.
그 천안의 한 고등학교는 남자학교와 여자학교가 강당 하나를 두고 분리된 교문만 같은 이상한 학교였다.
그 당시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동호회등을 통하여 쪽지를 보내는 이른바 남매를 맺는게 학교에서 유행이었는데 아무래도 여학교가 나중에 지어지다보니(내가 입학했을땐 2학년만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리라.

거기서 그 아이를 알게 되었던것은 어찌보면 내 인생에 작은 추억.
기억 한구석에 벚꽃색으로 간직하고 있던 그 아이는 참으로 밝았다.
쪽지로 미주알 고주알 적던 이야기 중에 참 슬퍼야 하는 일도 있었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던 아이
그아이에게 편지가 올때면 반 아이들의 부러움과 시기가 동시에 커지던 양과 정성의 편지 폭탄...
쉬는 시간에 이런거 써서 공부는 언제 할거냐고 써서 보내면 더 많은 양을 보내던 아이.

편지로 보다가 그 아이를 처음 보게 된건 한화가 우승하고 1달뒤. 한화재단의 학교라 통크게 학교에서도 축포를 쏘았던 터라 늘 기숙사에 갇혀있던 나와 집에서 등교하던 그 아이는 자연스레 학교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자연스러웠다기 보단 어버버 하다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 주었고 선물이라고 청포도사탕을 하나 사서 손에 쥐어주고 손을 잡았던 그때의 떨림이란...

그 아이 손을 잡고 학교 단상에서 보던 불꽃놀이보다 그 아이의 얼굴을 더 열심히 보면서 심하게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어떻게 헤어졌는지 다음에 무얼 하고 어떻게 만날지 정하지도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나에겐 행복했던 어린시절 가을날의 추억

밝게 빛나던 불꽃도 내 졸업과 함께 사그라지고
안쓰던 메일로 보내온 그아이의 근황은 조금은 아쉽고 안타깝지만 조용히 키보드에 손을 올려 글을 써나갔다.

힘들지만 잘 지내고 있구나.
동생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 언제나 응원할게
젊은 시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동생이자 친구에게...

한켠에는 그 아이를 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저 이 기억이 벚꽃색으로 남아있길 바라면서 그저 추억의 한 구석에 접어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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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저도 떠오릅니다~

남고였는데도 이런기억이 남아있네요... 남녀공학이었다면 달라졌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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