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 예담출판사

in #vangogh6 years ago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p.13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일하는 것이 금지된 채 독방에서 지내는 죄수는 시간이 흐르면, 특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면,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된다. 내가 펌프나 가로등의 기둥처럼 돌이나 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다정하고 애정 어린 관계나 친밀한 우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련되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런 애정이나 우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무언가 공허하고 결핍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p.14~15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p.16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최초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p.20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 (중략) 문제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규칙은 지켜졌을 때만 인정받을 수 있고 가치가 있다. 깊이 생각하고 늘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은, 그런 자세가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다양한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p.91

난 사랑이 명확한 사고를 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랑할 때 더 분명하게 생각하고 이전보다 더 활동적이 되거든.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물론 그 외양은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 전과 후의 모습은 마치 불 꺼진 램프와 타오르고 있는 램프만큼이나 다르다. 어느 쪽이든 램프는 거기 존재하는 것이고 그게 좋은 램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램프는 빛을 발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램프의 기능 아니냐. 그리고 사랑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자기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 되어간다. p.95

테오야, 나는 미래를 예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법칙은 알고 있다. 10년 전을 생각해보자. 그때는 모든 것이 달랐지. 환경, 사람들의 분위기...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10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작품은 남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p.125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있어야 한다. (중략) 많이 즐기고 많은 재미를 느껴라. p.154

대학생 때 이미 한번 읽었던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재독했다. <러빙 빈센트> 영화를 보고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다시 꺼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강력하게 느낀 바는, 사람의 사상은 그리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10년 전에 읽으며 접어두었던 책의 귀퉁이, 그 페이지에 적힌 빈센트의 문장들에 10년이 지난 오늘도 공감했다. 빈센트는 말했다. 10년이 지나면 환경, 사람들의 분위기 등 많은 것이 변한다고. 10년 전과 지금의 나? 나는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의 밑바탕은 변화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고, 겨울을 나고 있다. 또 가끔은 이 겨울이 끝나기는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더 이상은 못하겠다.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내게 등을 돌리더라도 늘 다정하고 애정 어린 말을 건넬 사람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있다. 빈센트가 말했듯 나 역시도 미래를 예견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0년 후에도 나의 밑바탕이 변화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많이 즐기고 많은 재미를 느끼며 나 자신으로 살아있고 싶다.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빈센트의 영혼의 조각들이 깃든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의 삶 중 일부분을 내가 받아들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그릇된 방향은 아님을, 괴연(傀然) 하다고 평가받는 누군가도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갔음을 문득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한 번 생을 살아낼 힘을 준다. 한 사람의 일생이 타인의 삶으로 걸어들어오는 일은 실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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