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 사람은

in #u12 years ago

“얼핏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인간으로 보이잖아요.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은 본인이 지향하는 특정한 가치만은 한 번도 버린 적 없어요. 가끔 존재하죠. 그런 사람들이.” 제주에 출장 오신 선생님과 식사하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분이 누군가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언급하신 그 공인에 대해 사실 그다지 관심 없었지만 저 말씀은 깊이 닿았다. 발화내용에 동의했다기보다 발화자의 시선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위안 같은 걸 받았다. 다음날 커피 마시면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아침 방송에서 본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농담의 소재인 줄 알고 키득거릴 채비하던 내게 그분이 이야기했다. 겉으론 실리를 추구하며 세속에 젖어 사는 것처럼 보여도 혀끝만 정의로운 자들보단 세상에 무언가 더 보태는 이들이 있다고. 그런 일상의 삶들을 자신은 좋아하며, 지켜주고 싶다고.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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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리적’ 혹은 ‘세속적’보단 차라리 ‘몽상적’이나 ‘착한 척’ 같은 비판이 어울릴 부류에 속한다. 또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서까지 추구할 어떤 가치를 품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 선생님이 지켜주시려는 대상 범위에 아마 포함되지 못할 거다. 그럼에도 스치듯 하신 저 두 이야기가 마음에 깃들어 지금껏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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