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이프] 열셋. 한산한 토요일 오후, 방콕 어슬렁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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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 늘 놀긴 하지만 암튼 그동안 계속 원고 마감에 시달리다가 오랜만에 좀 자유로운 토요일입니다. 집앞 쌀국수집에서 쌀국수 곱배기 한 그릇 시켜먹고 세븐을 갈라 하다가 좀 큰 마트에 걸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입던 후줄근한 반바지에 여기저기 구멍이 난 티셔츠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런걸 눈여겨 볼 사람들이 없습니다. 여긴 태국이니까요.

물론 여기도 어떤 면에선 더 권위나 계급의식이 우리에 비해 결코 약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서민들의 삶에서 시내서 길거리 지나가는 후줄근한 모습을 보고 왜 저러고 다닐까 쳐다보는 사람은 없죠. 백화점에도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이제 조금씩 변하고 있어서 가끔 그런 차림을 하고 들어가면 경비 아저씨가 스톱시키는 일들도 생겨서 가끔 소란도 있지만 그야말로 그런일은 '뉴스에 날 만큼' 흔치 않은 일이죠.

도심속의 시골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서울에선 여기서 하고 다니던 평소 차림으로 다니다가 노골적인 스캔을 사방에서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속에서 우뚝 설 만큼 많이 발전했지만, 낯선 차림이나 얼굴을 보면 경계합니다. 그게 뭐 나빠서는 아니라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좀 더 많은 이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자주 만나다보면 이런 감정들로부터도 자유로워지겠죠. 언젠간.

상대적으로 이곳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다양하게 생긴 차림들에 대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살피질 않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나도 거기에 익숙해집니다. 그게 이곳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큰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처음 보는 한국사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스캐너 모드가 켜집니다. 저도 한국인이니까요. 빨리 고쳐야 할 악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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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 가는 길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큰 도로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여긴 인도가 걷기 불편합니다. 전신주와 가로수가 한가운데 떡 서있거든요. 도로가 좁아서기도 하고, 날씨, 그리고 심한 매연 때문에 현지인들은 왠만해선 인도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시내를 관통하는 전철 아래에 고가를 설치하여 편의를 돕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 옆에도 1년 전쯤 공사를 시작하더니 드디어 완공해서 오픈을 했군요. 매연도 덜 올라오고 머리 위로 엄청난 두께의 전철이 지나가니 햇볕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됩니다. 아주 시원한 길이 끝도 없이 뻗어 있습니다. 이제 좀 걸을만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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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도로가 한산하네요. 가게들도 문을 많이 닫았습니다. 태국사람들은 왠만해선 별보고 가게문 열고 별보고 문닫는거나, 휴일없이, 혹은 24시간 이렇게 영업하지 않습니다. 휴일을 가장 즐깁니다. 아마 세계에서 휴일 많기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쉬는 사람들입니다. 국수집도 아침일찍 문여는 집은 2-3시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습니다. 반면 저녁까지 여는 국수집은 11시쯤 점심시간이 되어야 문을 열죠. 한국 교민들은 대개 입을 모아 태국인들이 게으르고 대충 산다고 손가락질 많이 하는데요. 사실 이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삶을 왜 그렇게 억척같이 바둥거리며 사냐고 반문합니다. 어느쪽이 더 옳다 맞다 할 순 없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태국인들이 점점 한국인들의 태도를 닮아가고 있는 사실이 별로 반갑지는 않습니다.

이제 만 4년을 이곳에서 살았는데요 무엇인가를 판단하기에 짧은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짧은 시간동안 제 눈에도 변화가 보이는게 사람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거의 들을 수 없었던 경적소리를 매일 몇 차례 듣게 되고, 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태국인들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에 태국인들의 성격은 한국인과 놀랄만큼 닮아있습니다. 급하고 욱하는 성격, 자존심 강한 태도, 타인에 대한 관심들. 하지만 그 온도, 끓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좀 더 빨리 식히려고 하는 태도가 다를 뿐이죠. 그래서 한국사회의 모습과 유사한 점을 많이 보인다는 건, 사회환경이 한국과 뭔가 비슷해져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태국의 느림의 미학이랄까요. 이게 사라져가는걸 이 짧은 시간안에 발견한다는게 결코 기쁘지 않은 거죠. 한국은 이제 속도를 늦추려고, 느림의 미학을 찾으려는 노력중인데 말입니다.

또 이야기가 엉뚱한데로 갔습니다. 암튼 다리가 너무 좋아서 저기서 자전거 타고 이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딱 붙여뒀군요. 뭐 오늘은 어차피 설렁설렁 걷는게 목적이었으니까요.

ห้าม ปั่น จักรยาน [함 반 짜까얀]
자전거 운행 금지

짜까얀은 자전거, 함은 금지, 반ปั่น은 사전에 '돌리기'라고 사전에 나오는 걸로 봐선 운행이란 뜻 같은데.....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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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대형마트는 빌라Villa, 고메goumet, 빅씨Big C, 탑스Tops, 테스코Tesco 등이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사는 가까운 곳에 탑스가 있어서 그리 가기로 합니다. 여기 마트는 대개 혼자 있지 않고 큰 공간을 공유하는데요 대개 하나의 공간안에 마트, 약국, 식당, 카페 등 생활필수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을 공유하죠. 이런 소형 쇼핑타운들이 꽤 많이 있기 때문에 볼일을 볼 때 대단히 합리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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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처럼 이보다 큰 규모의 주차타워를 갖춘 대형쇼핑몰도 있습니다만, 여러곳에 있는 쇼핑타운들은 대개 가까운 시내 생활 반경안에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죠. 아마 여행자들께선 시내에 있는 K-Villige는 아실겁니다. 생긴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태국식 소형 쇼핑타운의 모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죠. 태국식 발음으론 께윌렛이라고 해야 알아듣습니다. 케이빌리지 아니죠.

암튼 여기는 집옆이라 자주 왔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이 쇼핑타운 이름은 Piyarom Place란걸 처음 알았군요. 여기 스벅이 좀 작긴한데 가까워서 작업하러 자주 왔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대표적인 태국식 샤브샤브집인 MK도 있어서 좋죠. 근데 여기도 현재 새로운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기 위해서 공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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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어와서 어슬렁거리며 신제품(?)들을 탐색합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니 선물이 많아서 우리 커뮤니티에 과자선물이나 해볼까 하고 적당한 걸 샀습니다만, 통만 예쁘고 내부의 봉지과자 두개, 급 선물기획은 급 취소입니다. 눈에 다래끼가 나서 마이신 안연고 하나, 빵이 땡겨서 1200정도 하는 빵 두개, 그리고 비싼원두를 대체할 인스턴트 가루커피 하나 - 요건 다먹고 양념병으로 쓸 요량으로 통보고 선택했습니다. 인스턴트 먹으면 훨씬 싸고 맛난데 비싼 원두커피 먹지말고 대체하자고 @himapan님이 하도 그려서셔 도전해봤는데 나쁘지 않네요. 편하기도 하고요. 하나는 태국과자인데 400원 정도... 태국 현지 과자들 10개 사면 9개 성공합니다.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습니다. 새로운 과자 하나씩 사서 시식해보는게 취미생활 중 하나죠. 오늘의 어슬렁거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몇 년 사니 많이 익숙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해외에서 사는 것 자체가 아직은 늘 새로움이죠. 방콕 토요일 오후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행지 정보
● Piyarom Place, Sukhumvit Road, Bang Chak, Phra Khanong, 방콕 태국



[태국라이프] 열셋. 한산한 토요일 오후, 방콕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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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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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trips.teem입니다. 태국분들이 저희 모습이랑 많이 닮으셨군요~! 문화를 알 수 있는 여행기 너무 좋습니다. ㅋ 앞으로도 멋진 여행지 많이 많이 추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시는 트립스팀님께 미약한 풀봇!

원고 마감이라 함은, 준비하신다는 전자책인가요? 원고 잘 돼가시나요? :)

아뇨 발표가 하나 있는데 그거 쓰느라 얼반 죽다 살았습니당 ㅋ 책은 지금 경아님께 표지 부탁드려 놓고 써둔 원고 이리수정, 저리수정... 뭐 그러고 있답니다.

오~~~ 전자책 나오는거에욤? 우왕!!!!

@bulsik에서 작업한 원고 준비중이랍니다^^

주말 산책을 하셨군요. 좋은 주말 만드세요.

고맙습니다~ @himapan님~

태국 이야기 잘 봤습니다.

@tailcock님 감사합니다

태국과자 먹어보고 싶네요. 뭔가 여유가 느껴져서 좋네요. ^^

맞습니다, 역시 인생은 여유죠. 현실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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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성비를 무시할수 없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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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님 항상 감사합니당~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욥~

좋은 정보 고마워요.^^

@dokebi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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