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북한산 숨은벽 능선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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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고는 하지만 1년 7개월만입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죠.

지난 번엔 혼자 갔지만 오늘은 저와 같이 밴드를 하기도 했던 오랜 벗과 함께 했습니다.

아침 8시에 구파발에서 만나기로 한 터라 6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살면서 가슴 설레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이렇게 해 뜨기 전에 산 타러 집을 나설 때 가슴이 설렙니다.

심리학 스터디를 두 개 운영 중이고 매주 마감일까지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오늘이 두 번의 마감일 중 하나라 부랴부랴 지하철에서 초집중하여 책을 읽고 데드라인을 맞춥니다. 집에서 구파발까지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펜타포트 락페 때 보고 못 봤던 벗을 구파발에서 만나 컵라면 두 개, 맥스봉 세 개, 김밥 세 줄, 물을 삽니다.

구파발역 2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에서 704번을 탑니다. 보통 등산객들이 많이 하차하는 북한산성 입구까지 가는 노선이 704번과 34번 버스뿐이라 시간을 잘못 맞추면 콩나물시루마냥 끼어가게 마련인데 오늘은 좀 한산합니다. 일찍 나와서일까요.. 아니면 날이 좋지 않아서일까요..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숨은벽 능선을 가려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북한산성 입구가 아니라 효자2통에서 내려야 합니다.

숨은벽 능선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밤골매표소입니다.

가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백운대 방향으로 오릅니다. 오랜만에 힘든 산 타는 거라 약간 긴장이 됩니다. 예전엔 허리가 말썽이었는데 요즘엔 무릎이 시원찮아서 걱정입니다. 뼈가 영 부실한, 그야말로 약골입니다.

그래도 옆에 벗이 있으니 적적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쉬엄쉬엄 오르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휴가 온 것 같습니다. 네.. 와이프가 휴가를 결재해주어서 오늘 산행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휴가 및 지방산행 결재가 나서 백대 명산이자 경기도 최고봉 중 하나인 화악산을 가려 했으나 체력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 북한산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오늘 동행한 벗은 원래 산에 별 관심이 없다가 비박에 흥미를 느껴 등산화도 사고 스틱도 사고 종종 혼자 산을 탄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오르지만 이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방망이질 칩니다.

이게 숨은벽 능선입니다. 핸드폰으로는 멋진 풍경이 다 안 들어오네요. 조망 좋고 쉬었다 가기에도 좋은 곳이라 아침에 사두었던 컵라면을 꺼내 벗과 흡입하기 시작합니다. 전 거의 올해의 라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벗은 3시에 일어나서 밥을 많이 먹고 온 터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자장구 타는 것도 컵라면(정확히 말해 육*장 작은컵) 먹기 위해서고, 등산하는 것도 컵라면 먹기 위해서입니다. ㅎ

숨은벽 능선에서 백운대로 가려면 급하게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급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야 합니다. 힘든 구간이 이어집니다.

사진으로는 별로 안 위험해 보이는데 난간을 잘 잡고 한참을 조심해서 내려가야 하는 이런 구간도 있습니다. 아내 되시는 분께서 '여보 없이 나 혼자 못 사니까 조심해서 내려와' 애교 떠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부부가 금슬이 좋아보였습니다. 저도 애기들이 크면 다시 와이프와 열심히 산에 다닐 생각인데, 멀고도 먼 얘기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는 얘기지만 저는 와이프를 등산하다 만났습니다. ㅎ

정상인 백운대는 많이 가봤기 때문에 skip하고 백운산장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서 수유 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그럼 너무 멀어지는 감이 있어서 방향을 틀어 백운봉암문으로 향합니다. 백운봉암문에서 북한산성탐방센터로 하산했습니다. 딱 네 시간 정도 걸렸네요.


하산 중에 마주친 고양이입니다. 길고양이 치고는 귀나 꼬리가 멀쩡하고 털의 윤기도 양호해서 누가 버리고 간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맥스봉 따위를 작게 잘라서 돌 위에 올려주니 잘 먹습니다. 어떤 산객은 아예 츄르처럼 보이는 고양이 전용 간식을 꺼내 주더군요. 터를 잘 잡아서 굶어죽진 않을 것 같은데, 산에는 고양이에게 위협적인 동물도 많을 테니 냥이님의 안녕을 기원하며 하산을 마무리합니다.

뒤풀이는 벗이 제안한 태국 음식점 땀랍타이에서 했습니다. 구산역 근처에 있습니다. 이제부터 테O스O 모드로.. ㅎ

가게 남자 사장님이 태국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바로 저희 같은.. ㅋ). 한국에서 출생하신 토종 한국인이십니다.

똠양꿍, 팟타이, 새우볶음밥을 시켰는데 전부 맛있네요. 밥 한공기 추가해서 33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사장님이 등산 후에 똠양꿍 먹으러 온 사람은 처음 본다고 신기하게 여깁니다. 밀크티를 서비스로 주셔서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날이 추우니 허기가 금방 졌는데 여기서 든든하게 먹고 나오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합니다.

하산 후에 특별한 무언가가 땡기시면 한 번 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촌동 2-5


여행지 정보
● 서울특별시 우이동 북한산



오랜만에 찾은 북한산 숨은벽 능선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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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곳에 너무 멋진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제법 위험한 코스가 있는걸 보니 가벼운 트래킹 구간은 아닌 것 같네요ㅎㅎ 북한산과 태국요리의 조합은 재밌는것 같습니다ㅎㅎ 맛도 있었다니 너무 좋으셨겠어요~!^^ 즐거운 등산 여행기 잘보았습니다.

이렇게 글 하나하나 찾아와서 댓글 달아주시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텐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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