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한옥

seo70 (66)in #tripsteem • 6 years ago

명품 예술관 운보의 집은 행랑채, 비단잉어 연못, 정자, 안채. 사슴공원, 분재공원, 운보미술관, 수석공원. 연꽃연못, 조각공원, 운보 우향 묘소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미술작품공원과 같았습니다.

역시나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임을 알리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주차장에 걸려 있는데요. ‘이렇게 보니 그 장면에서 나왔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운보의 집만 봤을 때는 언제 나왔지?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죠.

들어가는 입구에 운보의 말씀이라는 글이 비석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로 시작되는 글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청각장애자이자 벙어리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장티푸스에 걸려 장애인이 되셨다고 하는데 운보의 글을 읽는 동안에 아내의 목소리와 아이들과 친구들의 다정한 대화소리를 듣지 못함이 한이라는 말씀에 숙연해졌습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가볍게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삶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져 있는 숭고한 성지 같은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활짝 열린 대문으로 예쁜 한옥을 만나러 들어갑니다. 대문 앞에서는 마치 ‘이리 오너라.’를 외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요.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 머슴들이 대의를 위해 자진해서 죽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장면에서 죽기 전에 제일 하고 싶은 말이 ‘이리 오너라.’였다는 대사에서 아픔과 찐한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비단 잉어가 있는 연못과 함께 안채를 바라보았습니다. 연못 안에서 안채의 반영을 바라고 갔는데 아쉽게도 반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의 비단잉어들은 인적소리가 나면 강아지마냥 열심히 쫓아오는데 이곳의 비단 잉어들은 멀찌감치 도망을 가 버립니다. 아마 어쩜 이 모습이 정상일 거 같은데 항상 비정상인 모습만 보다가 정상적인 모습을 보니 어떤 게 정상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연못 위에서 비단 잉어를 보며 유유자적 휴식을 취하셨을 운보 김기창 화백을 상상해 봅니다. 아쉽게도 정자로 들어갈 수는 없어서 그냥 바라만 보고 왔습니다.

안채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사용했던 다양한 도구들과 부인인 우향 박래현 사진이 병풍으로 꾸며져 있었는데요.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웠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로 보는 것만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셨을 애틋한 사랑에 다시 한 번 감동을 느꼈습니다.

호피무늬 가죽도 이었습니다. 이 방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사진이 병풍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보니 감히 귀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갓 쓴 예수의 일대기인 예수의 생애관이 있습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역작으로 예수의 수난상을 한국화로 표현한 예수의 생애 성화 30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운보 김기창 화백께서는 예수의 일대기가 동족상잔의 우리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빨리 전쟁이 끝나고 통일된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그리셨다고 합니다. 한복을 입은 예수의 일대기는 마치 풍속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전시였습니다.

운보의 집에서 조금 올라가면 운보미술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독창적 예술세계와 전 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인이신 우향 박래현 화백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벼루인데요. 크기가 보통의 벼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서예라는 과목이 있어서 학교에서 서예를 했었는데 아마 요즘엔 과목이 없어져서 요즘아이들은 벼루가 참 생소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