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티(Dolomite)산맥 -1]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와 호수 '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

rbaggo (69)in #tripsteem • 5 years ago

당신은 나보다 부유할 수 있으나, 자유로울 수 없다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안녕하세요.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오늘은 이탈리아 동북부의 아름다운 돌로미티 산맥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도시 '베로나(Verona)'에서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깔랄조 디 까도레(Calalzo di Cadore)'로 이동합니다. 이후 히치하이킹을 이용해 돌로미티 산맥 여행의 베이스캠프 격의 도시인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를 여행합니다. 저녁에는 해가 지기 전에 근방의 산 위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인 '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를 보러 이동하고, 그곳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베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깔랄조 디 까도레(Calalzo di Cadore)'입니다. 연두색의 푸른 잎사귀를 가진 나무들이 방문을 환영해주듯 시원한 산맥의 바람과 함께 가지를 흔들었습니다.

잠시 눈 앞에 보이는 저렴한 슈퍼마켓인 Lidl에 들려 메론 1통과 여러 먹을 것을 사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여 코르티나 담페초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이 때 버스가 없다는 말을 듣고 저렇게 보드를 만들었었는데, 역시나 이탈리아!! 히치하이킹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히치하이커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ㅠㅠ 그러나 제일 허무한 것이 여성 여행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이탈리아 히치하이킹은 쉬웠어'라는 소리...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에 도착했습니다. 도시 안내판이 눈에 띄였는데, 지도와 근처의 숙박업소에 대한 정보를 나열해놓았습니다. 덕분에 지역 주민들이 광고도 할 수 있고, 관광객들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돌로미티 산맥은 워낙 유럽 사람들에게 유명해서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이고, 우리나라에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로 알려져있습니다.

도착했으니 배도 채울 겸, 짐도 줄일겸 아까 샀던 메론을 먹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메론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달고 맛있는데요. 할인하는 경우에는 메론 1통의 가격이 1kg당 약 0.5유로 / 평상시에는 1유로 정도 합니다. 보통 메론 1통이 2kg 정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1~2유로면 메론 한 통을 사서 실컷 먹을 수 있는 거죠!! 과일이 비싼 우리나라에서는 메론만 열심히 먹고 가도 본전입니다 ㅎㅎ 항상 캠핑 여행을 할 때는 작은 과도와 칼집 그리고 수포크(수저+포크)를 들고 다니며 자유롭게 먹곤 합니다.

돌로미티 산맥의 아름다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트레킹 코스를 통해 올라가며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한 3시간을 걸어올랐을까.. 저기 언덕 위로 집과 창고가 보입니다. 한 1~2시간 더 오르면 '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 호수가 등장할 것 같습니다. 제 여행은 숙소를 안 잡고 하는 노숙여행이라서 여행하다가 잠자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있으면 며칠 숙박업소에서 머물기도 하며 여행을 하는데요. 그래서 대체로 짐을 늘 매고 다닙니다.

거의 다 도착하니 어느새 어두운 저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간혹 산을 오르면 딸랑딸랑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근처 목장의 소나 염소가 풀을 뜯어 먹게 방목을 하곤 하는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목에 방울을 달아 두었습니다. 어두운 때에 방울 소리와 함께 갑자기 커다란 검은 무언가가 나타난다고 놀라지 마세요. 소나 염소는 공격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우리가 놀래키지 않으면 됩니다.

거의 저녁이 다 되어서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수 옆에는 산장이 하나 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방문하고 산장에서 하루 묵으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는 듯 합니다.

밝은 낮 사진을 봤을 때, 에메랄드 녹색 빛의 아름다운 호수 사진을 보았었는데, 저녁이라 어두워져서 판별이 불가했습니다.

산장에 붙어있던 레스토랑에서는 많은 이들이 맛있는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요. 저도 식사를 주문해볼까 메뉴판을 봤는데, 가격이 엄청 높은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배낭 안에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들도 신선할 때 먹어야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성비를 따지며 제가 준비한 저녁을 따로 먹기로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산장을 나서기 시작한 때부터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내리는 모양은 꼭 소나기 같이 퍼붓는 비였는데, 산 근처로 모인 회색빛 구름은 꽤 오래 지속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산장의 숙박비는 1박에 16~22유로였습니다. 늘 노숙을 감행하던 저로서는 그냥 노숙하고 16~22유로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메뉴판에서 보이는 '밤새'와 '하룻밤 회원'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산장은 물을 어디서 끌어오는지 샤워 요금을 3.7유로 따로 받고, 관광 세금도 1유로를 받는 군요.

출처 : http://www.crodadalago.it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산을 내려가는데는 무리가 있었고, 산 어디선가 노숙을 하다가 산 관리인에게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경고도 있었지만, 제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장의 담벼락에 붙어있던 처마 밑에 캠핑용 비닐과 방수 타프를 덮고 노숙을 했습니다. 쏟아지는 빗소리 외에 다른 소음은 없던 고요한 밤, 시원한 비와 높은 산의 차가운 공기 덕분에 모기 마저 없어서 아주 편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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