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노숙하다 봉변 당할 뻔하다..늦은 밤 르바를 찾아온 정체는?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어제의 이야기
아는 사람만 가는 [포르투갈]의 파라다이스, 라고스(Lagos) (feat. 대놓고하는 공항노숙여행기)
전편은 포르투갈 남부도시 파로(Faro)의 공항에서 라운지에서 먹고 자며 1박(공항 노숙)을 하고, 히치하이킹을 통해 아름다운 휴양지 라고스(Lagos)와 유럽 대육의 끝 사그레스(Sagres)를 소개했습니다.
오늘의 여행기는 사그레스(Sagres)에서 수도인 리스본(Lisbon)으로 떠나, 세계여행을 하는 한국인 여행자에게 히치하이킹, 카우치서핑, 노숙, 즉석 요리하기 등 제 방랑스킬을 전수하기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ㅎㅎㅎ
사그레스까지 차를 태워준 스테판의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얻어자고, 이왕 이 곳에 온 김에 한 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유럽 대륙의 끝이라는 이 곳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지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과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는 무슬림 국가들의 주요 공격 루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날에는 카톨릭과 이슬람 혼합 문화들도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에 하나이지요. 대륙의 끝은 단순한 마지막 땅이라는 지리적,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거점이었을 겁니다.
또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신항로 개척에 가장 앞서서 나섰던 나라들 중 하나였습니다. 지구는 둥글게 생긴 것이 아니라 평면일 것이라는 사상에 입각한 시대였다면 이곳을 넘어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다른 도전이었을 겁니다.
사그레스에는 규모가 있는 성곽으로 둘러쌓인 요새가 있었고, 해안가는 절벽과 해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간혹 절벽 중간에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인한 자연 동굴이 보였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아름다운 지형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 여정은 리스본으로 향하는 것이었기에, 여러 친절한 분들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타며, 수도인 리스본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실 리스본에 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도로도 일직선으로 이뤄지지 않고, 꼬불꼬불해서 어느 곳에 서서 차를 잡아야 리스본으로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어려웠습니다. 결국 남부의 다른 대도시인 포르티마오(Portimao)까지 와서 다시 시도하게되었습니다.
리스본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고, 따로 호스텔을 예약하지 않은 저는 눈 앞에 보이는 공원에서 노숙을 하기로 합니다. 돌아다니면서 나무가 우거져있는 잘 안 보이는 곳을 찾아봤지만,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위의 사진처럼 살짝 가려진 곳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차피 잘 안 보이는 밤이기에 히치하이킹으로 피곤한 저는 잠자리를 서둘러 만들어봅니다.
사건은 제가 잠에 곤히 빠져있을 때 일어났습니다!!
칠흙 같이 어두운 밤, "스스스스" 하는 희미한 소리에 저는 깨어났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니 새벽 2시였는데, 사람이 다가오는 인기척도 아니었고, 수도와 같은 대도시에 있는 공원에 뱀이 있을리는 만무했습니다. 희미한 소리는 제 잠자리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비몽사몽 잠에서 덜 깨었지만, 수년간의 노숙으로 단련된 저는 혹시라도 외부의 침입(강도, 경찰?)으로 부터 대처를 하기 위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윽고, 제 옆 2m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 고개를 들더니 "푸스스스스스스" 하며 소리와 함께
스프링쿨러가 물을 뿜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에헤라디야~ 잠자는 곳에 스프링쿨러라니..ㅋㅋㅋㅋ
이런 자기재생능력이 뛰어난 공원은 또 처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노숙은 보통 물에 방수가 되는 텐트 타프를 덮고 자기 때문에, 물로 부터 젖는 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자는 곳 옆에서 스프링쿨러가 터진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배낭과 신발은 당연히 타프 아래에 두고 잤고, 보조가방은 이미 방수 재질이어서 아무런 피해는 없었습니다.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노숙하는 느낌, 꼭 비 오는 날 동해안에서 수영하는 기분입니다ㅎㅎㅎㅎ
따뜻한 햇쌀이 떠오른 아침, 타프에 오른 물방울들을 잘 걷어내고, 리스본 도심으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저는 주로 걸어서 모든 것을 보려는 도보여행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따라서 배낭을 매고, 무작정 걸어가는 편입니다.
가는 길에 저멀리 수도교가 보여 놀랬습니다. 리스본에 수도교가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수도교를 걷는데는 입장료가 있습니다. 학생이 아마 0.5유로쯤이었던 것 같고, 성인은 그의 2배인 1유로입니다. @raah님의 최근 포스팅에 따르면, 수도교는 과거 로마제국의 영토임을 알리는 유물 중에 하나라고 하셨습니다. 과거 로마제국이 이탈리아 반도와 이베리아 반도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을 상상하게 하는 멋진 건축물입니다.
보통 리스본에 가면 도심에만 주로 걸어다니시는데, 꼭 시간을 내어 이 수도교를 걸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전망도 좋고, 정말 멋있습니다.
수도교 안 쪽에는 물을 옮길 수 있는 통로가 있었는데요. 제가 설명서를 읽기로는 산에 있는 수원지로부터 도심까지 꽤나 먼 거리였는데, 수도교를 지을 때, 약간의 경사를 줘서 도심까지 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건축했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수도교의 위치는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 'Campolide' 라는 기차역과 그나마 가까우나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메트로(지하철) 역에서도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습니다.
리스본에는 '에두아르두 7세 공원'이 있습니다. 이 공원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지하철 역인 Marquês de Pombal역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도심이 시작되는 곳이고요. 도로는 정말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리스본입니다. 리스본은 다른 유럽 도시에서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서 전경이 일품입니다.
아 리스본을 여행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요.
딸기를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는 건데요 ㅎㅎ
작은 크기의 딸기는 1kg에 1.1유로 / 큰 딸기는 1.95유로에 팔고 있었습니다. 곧장 작은 딸기는 2kg어치 사서 들고 다니며 먹었습니다. 더운 나라 답게 딸기의 맛은 당도가 풍부해 맛있었습니다.
리스본에 가면 특별한 아저씨가 있습니다. 바로 균형점을 잘 찾아서 돌을 쌓는 장인인데요. 보는 이로 하여금 팁을 드릴 수 밖에 없는 놀라움이 있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을 드리고 왔습니다 ㅎㅎㅎ
이 친구는 제가 세계일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여행 소그룹 '세계일주자'라는 그룹에서 소통하던 여행자인데요. 우연히 일정이 맞아서 리스본에서 만나게 되었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같이 여행하며 제 노숙여행을 전수하게 됩니다 ㅎㅎㅎㅎ
저녁으로 제가 맛있는 갈비찜을 해주었습니다 ㅎㅎㅎ 근처에 아시아마켓에서 산 튀김우동 컵라면도 있네요. 역시 잘 먹고 다니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ㅎㅎ
여성 여행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남성 여행자보다 짐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여성용품(화장, 세면 그리고 마법용품을 포함하여 옷들)이 현저하게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2배인 혹은 남성 여행자의 것보다 크게 불어난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하곤 합니다.
배낭의 무게가 크면, 허리 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무릎과 발목에 큰 압력이 가게 됩니다. 그래서 짐을 줄이는게 중요한데요.
이 친구에게 들고다니지만 안 입는 옷을 바로 버리게 했습니다. 계륵 같은 존재거든요. 언젠가는 입을거야... 하는 옷들은 과감히...바이바이
이 이야기는 이전에 게시했던 [포르투칼] 당신만 알고 가자!!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익스트림 노숙 여행기 (in 신트라 Sintra)로 이어집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도 즐거운 여행기로 찾아올게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제발!
보팅/댓글/리스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여행지 정보
● Sagres, 포르투갈
● Portimão, 포르투갈
● Lisbon, 포르투갈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노숙도 하시고 진정한 여행자시네요.^^
그래도 스프링쿨러라 다행이네요.
정말 뱀이나 강도를 만났다면 끔찍했을것 같습니다.^^;;
네 정말 뱀이나 강도가 아닌게 천만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뱀이었으면 진짜 난리났겠네요 ㅎㅎㅎ
오늘도 포루투갈여행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정말 노숙여행을 한다는게 쉽지 않을것 같은데...정말 대단하세요~도시간 이동중 차를 태워준 분들과의 기념샷도 정말 멋집니다~ @rbaggo님께 노숙여행 노하우를 전수 받으신 여행자들은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노숙여행은 왠지 그게 편해져서 그렇습니다. 호스텔 예약도 언제까지 체크인하고 아웃하고 시간에 속박 당하는 기분이 있기도 하고, 리스본에는 밤에 도착해서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제목보고 너무 놀랐는데 스프링쿨러라 다행이네요. 노숙도 전수가 되나요? ㅋㅋ 저분이 수제자?
저도 처음에는 뱀인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노숙은 주의할 점과 위치 선정을 잘 할 줄 알면 되죠 ㅎㅎㅎ 수제자는 아니고, 기본만 가르쳤습니다 ㅎㅎㅎ 맛보기만요 ㅎㅎㅎ
그 여자분 한국사람? 노숙을 전수받다니 대단합니다. ㅋㅋ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이야기'에 몇권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비중있게 수도교에 관해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얼핏 기억하기로는 로마에만 11개의 수도교를 건설했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 로마 인구가 100만 정도 됐으니...마시고 씻는 물이 많이 필요해서 그렇게 많이 건설한 것 같더군요.
암튼 이베리아 반도에도 로마 제국의 유물이 남아있다니..엄지척이 저절로 나오네요. ^^b
아아 그렇군요!! 최근 @raah님께서 말씀해주시기를 스페인 마드리드의 근교도시인 세고비아(Segovia)에도 수도교가 있다고 합니다. 아주 멋진 곳이죠.(그곳에서도 노숙을 했답니다 ㅎㅎㅎ)
진정한 노숙여행자로 인정합니다~ㅎㅎ
인상이 참 좋으시군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즐거운 노숙여행입니다 ㅎㅎㅎㅎ
여행기마다 새로운 사건들이 끊임이 없네요 스프링쿨러 옆에서 자게 될 줄이야ㅋㅋ 세계여행 다니다가 아는사람을 맞나게 될 확률도 많지 않은데 말이죠. ㅎㅎ이번 여행기 우연의 연속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항상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 스펙타클한 여행입니다 ㅎㅎㅎ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나올때 순간 아 씻으시는건가 했는데 아니었군욬ㅋㅋ
아아 스프링쿨러 샤워!!!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ㅎㅎㅎ 물통에 물을 담을걸 그랬어요!!
ㅋㅋㅋㅋ 노숙하다 난리날뻔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 스프링쿨러가 옆에서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아이구~ 지난번 포스팅에서 고급(?)식당을 가시더니 결국 노숙을 하셨군요! ㅎㅎ
친절한 분들이 많으셔서 다행이네요!! 차도 태워주시고... 저라면 르바고님 안태워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야밤에 스프링쿨러...? 제대로 봉변당하셨네요~ ㅎ
고급 식당이 그립습니다 ㅎㅎㅎ 술도 무한정으로 주고 말이죠..!! 어딜가나 도움 주시는 분들 덕에 여행을 이어나갑니다 ㅎㅎ
한국에서는 남자분들이 원래 남자 여행자를 안 태워준다는 소문이....ㅋㅋㅋㅋㅋ 스프링쿨러의 기습에 놀랐던 밤입니다 ㅎㅎㅎ
(╹◡╹)제목보고 큰일나는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다행입니다.
네 다행히 아무일 없었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