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일기] 페린 공원, 가을날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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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집앞 공원. 잡 생각들이 떠올라 일이 도저히 진행이 안될땐 나만의 작은 여행을 떠난다. 천 가방에 주섬주섬 물을 넣고, 킨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고맙게도 가을이 당도하였구나. 나만 빼고 다들 부지런히 자기의 자리에 서서 할일을 하고 있다. 같이 오고 싶은 몇 사람이 떠오르지만 올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들.

    공원으로의 짧은 여행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주는 세가지. 말없이 비추는 햇빛과 소소한 디저트, 그리고 아이들 웃음소리.

    파리 대부분의 공원은 국가 소유이고 관리인이 따로 있어 깨끗하게 관리가 되는 편이다. 그 흔한 파리의 개똥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날씨가 맑은 날엔 걱정 없이 큰 담요를 가지고 가서 들판위에 깔고 누워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먹기도 좋다.

    공원에서 먹으려고 오랜만에 르노트흐에서 마카롱 몇가지를 골라 왔는데, 새로 나온 구뜨라며 건네주신 살구맛까지 총 7개.

    멍 때리러 와서 결국 또 다시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과제들, 레슨 일정, 장비 생각 등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문득 섹스 앤더 시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캐리의 생일날, 가까운 친구들끼리 레스토랑에 모여 생일을 축하하자며 일을 벌이는데, 거창한 건 싫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는 결국 설득당하고 당일날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예쁘게 차려입고 설레면서 예약해 놓은 자리에 앉아 친구들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서 하염없이 시간은 가고... 엇갈린 친구들을 기다리며 들떴던 마음이 지쳐가고, 결국 내 행복을 움직이는 기준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잠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치에 나는 행복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내 자신과 씨름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미련없이 내 사람들과 웃으며 맛있는 한끼를 차려 먹는것이 제일 행복하다. 언젠간 이 예쁜 공원에 모두를 데리고 피크닉을 와야지.




[파리일기] 페린 공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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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의 가을 맞이! 부러워요ㅎ
가을 햇살 아래서 홀로 간식을 즐기던 이 시간들도 훗날 미소를 일으키는 추억이 되겠지요^^ 많이 즐기세요!!

한국의 예쁜 가을 단풍이 그리웠는데 여기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죠? ^^ 멍 때리고 싶을때 자연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참 소중해요. 아이들이 부모님 손잡고 나와서 뛰어노는 모습도 너무 예쁘네요.
편안한 주말 저녁 되세요!

공원, 마카롱 다 좋네요. 산책가고 싶은 그 어떤 가을날이네요.

가을 기운이 전해지셨나봅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집근처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나요??(엄청 부럽습니다.~) 산책가고싶게 만드는 여행지를 소개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여행지 많이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래일라님의 파리 공원 포스팅을 보면서 샹송가수이자 영화배우 였던 이브 몽떵(Yves Montand)의 샹송 고엽(Les feuilles mortes)이 떠오르네요.
잘 지내시죠?

어텀 리브스와 어울리는 추운 날씨 같네요! 몸 추스리게 되는 계절인듯 합니다. ^^

쌀쌀한 가을 날씨에 감기 조심 하세요. ^^
Bon dimanche.!

가을, 공원, 마카롱, 파리... 멋지네요~^^ 그리고 멋진 피크닉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권프란시스코님. ㅎㅎ 좋은 주말 저녁 되세요!

저는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웠는데, 영어 선생 할 줄 알았다면, 불어를 공부할 걸 그랬어요 ㅋㅋ 가끔 고전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불어대사를 또 영어로 다시 읽어 이해해야 하는 수고가 없었을텐데~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가즈앗!!! ㅋ

ㅎㅎ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공부하셨다니 소수정예(?) 셨네요.
불어엔 영어와 비슷한 단어와 문법이 많은 편이라서 영어를 구사한다면 더 빨리 배우는것 같아요. 튜터초님은 금방 습득 하실듯 합니다. ^^

집앞공원이 대형식물원수준이네요.ㅎㅎ

파리 중심부는 아니여서 좀 규모가 큰 공원이 종종 있어요.^^ 키위파이님의 피규어 같은 퍼그들도 자주 보여요.

같이 오고 싶은 몇 사람이 떠오르지만 올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들

그리운 느낌이네요. 그래도 laylador님 집 앞에 공원, 마카롱, 햇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언젠간 그분들과도 피크닉 가겠죠. 사람이 또 은근 단순해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D

마카롱 너무 좋아요.. 한국가면 먹으려고 요새 맛집 정보를 모으고 있답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내 사람들과 먹는거 그걸 보고 사는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가을 갬성에 이렇게 주책글을 또.. 고물님도 그리운 분들이 계실테지요. 그나저나 며칠전 그 일은 잘 마무리 되었나요?

공원에서 햇볕과 바람과 새소리만 들어도 절로 힐링이 되죠^^
거기에 달달한 마카롱이면 말이 필요없네요 ㅎㅎ
따뜻한 아메랑 먹고 싶네요 :)
편안한 하루 되세요^^

힐링 포스팅을 자주 올려볼까 해요.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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