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가 된 손자/노자규steemCreated with Sketch.

in #touched9 years ago (edited)

해녀가 된 손자

                

울산 동구 해안 우가 마을에

17세 소년 해녀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어부였고요

어머니는 해녀였답니다

정우가 태어나기도 전에

                 풍랑으로 아빠를

돌이 지나기도 

                  전에 엄마까지

    저 바다에 묻어야 했습니다


조손가정이라

 피붙이라고는 할머니가 전부기에

할머니의 사랑과 애정으로 자라

이제는 든든한 친구이자 

효자 손자가 되었답니다


할머니가 주는 

사랑의 농도를 알기에

토란잎에 물 몽그는 물방울같이

비고인 낮은 자리 라도

 뭉글게뭉글게 살아가는 정우


할머니가 물질하면 

옆에서 트로트도 구성지게 불러주고

동네 해녀 어르신들 

힘들까 봐 옆에서 노래 불러주며 

재롱둥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우는 학교 갔다 오면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습니다

할머니 따라 물질하며 

생활비라도 보태어야 하기 때문이죠

질퍽거리는 가난에 힘겹기도 하것만

       꿈 많은 부자로 살아가며


    만인의 손자역할

    학교에선 학급반장

동네 출동 만능 재주꾼 홍반장까지 

할머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런 손자입니다



평생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다닌 할머니는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

 바다의 딸이 되었고

바람이 섬기고 돌담이 품은 섬마을에

숨비소리 울려가며 

바다 밭농사 일구는 삶을 택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바다에

    젊음을 바치고도 

          늙음도 모자라


                장작더미 뒤웅박에

    망사리 띄우고 물질 해대며

물숨 참아야 사는 사람으로

참을 수 있는 숨만큼의 행복이

저 바다 

저 물결에 

하루로 곤히 채워진지 오래이고

아기 낳고 사흘이면 

아기 구덕에 눕혀놓고 물질했던

검푸른 성게의 가시 같은 지난날에

한숨소리 그림자보다 

긴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태풍의 길목마다 

저승의 언덕을 오고 가는

숨비소리 한 번이

        아이들 연필이 되고

숨비소리 두 번이

        남편의 술 한 잔이 되었습니다


낮달이 

핼석한 얼굴로 먼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학교 

갔다 오니할머니가 집에 계신다

관절염에 온몸이 아파 물질을

 못 나가시고 계신 것이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몰래 할머니들 따라 물질을 대신 나간다

어느새 잠이 깬 

할머니는 정우를 찾는데

선착장 끝자락을 지나

 올라오는 정우는 신이 나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어댄다


“소라 전복 많이 잡았데이”

                      하고 소리친다

“할머닌 공부나 하제 뭐 하러 갔노”                                     하고  역정을 내신다


가을 담장시래기 걸어놓듯 잡아온 

미역을 널어놓는 손자


영동 할멈세찬 바람에

숨비소리 메아리 되든 날

억척의 고단함을 납덩이에 매달고

밀물에 누웠다 썰물에 일어서며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사는

바다가 집이고 밥인 물녀의 삶을 

닮아오는 손자가 달가울 리 없는 할머니다


"황량한 모래알 같은

        할머니 몸속엔 늘 비가 내린다"


바람이 손톱 되어  

할퀴듯 펄럭이는 바람 등지고

정우가 학교에서 돌아와

해진 가방에 할머니의 숨은 마음을 

닮은 도시락을 내어놓는다 


오늘이 엄마 아빠 

제삿날이라 부엌에서 할머니가

 분산스럽게 음식을 만드신다


저녁이 다 되어도 정우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인 할머니

가로등 불빛 아래 정우가 구석진 

거름 더미를 지나쳐 온다

징검다리 같은 위태로운 정우의 

손에는 생선 몇 마리 들려져있다


“그게 머냐"

“할메가 안 그랬나 

엄마 아빠 생선 좋아한다고”


고깃배 허드렛일 도와주고 

얻어온 생선을 마저 올리고선

할머니는 향하나 피우고 

눈물바람 훔치며 나가신다


정우는 넢적 엎드려 절을 하고 선

한참을 엎드린 채

한질 두질 자맥질 하듯 운다


"아부지!어무이!"

“무지무지 보고 싶데이!”


한번도 본적없는 지애미애비

보고싶어 우는  손자의눈물에

모래언덕 조각구름 같은 맘이된 

할머니는 마당 앞 평상 끝자락에 

걸터앉아 소주 한 잔 부어놓고 

먼 달을 올려다보고 있다


울고 계신다

~꼴~꼴~꼴 따르는

 술잔에 노오란 달빛이 어린다


내야 이리 살다 

빈 몸뚱이로가면 되는데


“돈 한 푼 물려 줄기 없는데 

             너 혼자 어찌 살 것노”


매일매일 뒷걸음질 치며 

늙어가는게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말없이 다가와 할머니 무릎 베고선

“할무이 무슨 걱정이고”

“저 앞에 바다가 다 돈 아니가”

“저 바다가 내 집이고내 땅 아니가”

그렇게 하루가  또 저뭅니다



선생님께서 교실로 

         황급히 뛰어오신다

물질하다 협심증에 

호흡곤란이와 앰뷸런스에 

실려갔다는 할머니


응급실에 할머니가 안계신다

의사를 붙들고 할머니를 물어보니

영안실을 가르쳐준다

실려 나오는할머니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오열하는 정우



늘 할머니가 타고 물질하든 

그 배에 올라 

영정사진 가슴에품고

할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는 정우


아빠가

엄마가

그리고 할머니가 묻히신 이 바다


정우에게  전부인 

        가족을 데려간

             바다가 한없이 밉다


숨이 멈춰야 

살수 있는 삶을 살다간 할머니


허리에 무거운 납덩이 달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삶이 아니라

깃털 같은 가벼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길..


오늘도 정우는 ‥


한없이 한없이 

         그리운 가족이 있는

         저 푸른 바닷속으로 


끝없이 끝없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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