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미로

in #synopsis9 years ago

 승민은 실패한 소설가이다. 젊은 시절, 한 출판사의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데뷔, 재기발랄한 문체와 세상에 대한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을 받으며 신진 작가로 부상했지만 초기 몇 편의 소설 이후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초창기에 만나 결혼한 부인과의 사이도 많이 멀어진 상태다. 자신의 팬이었던 소녀는 이제 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여장부가 되어 더 이상 남편을 존경하지 않는다. 그가 쓰는 작품이 말하려고 하는 의미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별거한 지 1년이 넘었고, 아내는 얼마 전부터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승민은 자신이 부딪힌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다. 소설을 통해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어느 날, 승민은 낯선 곳으로 떠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시골로 떠나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쓰려고 한다. 여정 없이 길을 나선 승민은 강원도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일부러 산골 깊숙한 쪽으로 들어가던 그는 출판사의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얼마 전 보내준 새 원고에 대해 물어보지만 기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승민은 지금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고 이번엔 잘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 쓰려는 작품은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번엔 승민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온다. 승민의 부인이다.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에게 승민은 운전 중이라며 신경질을 내며 끊어 버린다. 그의 눈 앞에 어떤 마을 입구가 보여 그쪽으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 조그만 수퍼가 있다. 승민은 음료수를 사며 주인에게 마을에 민박할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묻는다. 수퍼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한 중년의 남자가 그 얘기를 듣더니 승민을 부른다. 평상에 승민을 앉으라고 하고 자신의 집이 민박을 하니 거기서 묵으라고 말한다. 둘은 함께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승민은 사내에게 자신은 소설가이며 작품 구상을 하기 위해 낯선 마을로 찾아온 것이라고 말하고 사내는 자신도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말하라고 한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두 사람은 저녁 느지막이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승민은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한다. 민박집에서 나와 여기저기 다니며 승민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원고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여러 군데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얘기를 했지만 신통치 않은 대답을 듣고 승민은 결국 마지막 전화를 건 출판사의 기자에게 거친 욕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번에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인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따지기 시작한다. 이혼하려는 정확한 이유가 뭐냐며 따진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냐며 소리를 지르며 전화기를 집어 던진다. 승민은 민박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집에 돌아온 승민에게 민박집 주인이 말한다. 동네에 상이 났다. 자기가 잘 아는 동생인데, 상가에 가서 계속 있어줘야 할 것 같다. 밥을 차려주기 어려우니 그냥 같이 가서 오늘은 거기서 밥 먹고 자신과 같이 고인을 위해 술도 한잔 하면 어떻겠냐고. 승민은 알겠다고 방에 들어가 노트를 한 권 챙겨온다. 상가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함께 절을 하고 조문객들이 앉아 있는 상에 앉았다. 동네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민박집 주인이 같은 상에 앉은 사람들에게 승민을 소개시키고 승민도 가볍게 인사를 했다. 

 동네 사람들은 고인에 대해 말을 나눴다. 죽은 사람의 직업도 소설가였다고 한다. 어려서 글을 잘 지어서 서울에 올라가 책도 몇 권 냈는데, 요 몇 년 동안은 일이 잘 안돼 힘들었다고 한다. 부인도 바람이 나서 남편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고, 몸에 병까지 난 남자는 고향에 요양하러 왔다가 결국 죽어버린 것이다. 승민은 이야기를 듣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인의 영정 앞으로 다가간 승민은 자신과 똑 같은 얼굴이 그 속에 있음을 발견한다. 동네사람들에게 다시 와 승민은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마치 승민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 누군가 다시 말한다. 죽은 사람이 결국 소설에 미쳐 자살한 거라고. 쓰지도 않은 백지 원고지를 출판사에 보내고 도망간 부인을 저주하다 분에 못 이겨 죽은 거라고. 아직 다 쓰지 못한 이야기 죽어서도 쓰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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