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

in #sunceon6 years ago (edited)


순천만은 바람, 물, 철새로 가득하다. 순천만은 바람이 떠난 빈 하늘, 물이 빠진 빈 갯벌, 철새가 떠난 빈 들판도 있다. 자연으로 가득하기도 하고, 자연으로 텅 비어 있는 곳. 생명의 땅 순천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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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갈대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눕는다. 바람이 지나가면 갈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일어선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와도 갈대는 의연히 잠시 눕는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

자연과 사람의 믿음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수식어는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3월 하순이 되면 흑두미는 순천만을 떠나 먼 시베리아로 이동한다. 겨우내 사람들의 따뜻한 정성에 감사 인사라도 하듯 떠나기 전 빈 하늘을 휘휘 돈다. 흑두루미는 10월 하순이면 어김없이 순천만으로 되돌아온다. 철새가 오기 전부터 순천만 사람들은 철새 마중으로 분주하다. 갈대로 가림막을 만들어 도시 불빛이 순천만에 들지 못하게 한다. 대대포구 주변 논의 벼는 수확하지 않고 먹이로 내버려둔다. 순천만 사람들의 노력을 어찌 아는지 매년 찾아오는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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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초는 일 년에 일곱 번 색을 바꾼다고 하여 사람이 붙여준 이름이라 하였다. 무지개 빛깔처럼 일곱 색을 갈아입는 칠면초를 보니 아름답다는 생각은 뒤로 가고 그저 그 처지가 참 딱하다. 수없이 편한 곳을 마다하고 왜 하필 이 험한 갯벌에 뿌리를 내려 쉼 없이 쉼 없이 색을 바꾸며 살아가는 건가. 돌아보니 내 삶이 칠면초와 다를 게 없다. 누구의 부모로, 누구의 자식으로 친구로 직장동료로 쉼 없이 옷을 갈아입으며 이 험한 세상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는가. 그래도 모르는 누군가는 내 삶을 찬란한 일곱 빛깔 무지개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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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오르는 길에 동백꽃 진달래 화창하다.

잔바람에도 흔들리는 색깔 고운 꽃잎이 아름답다. 가는 길마다 봄꽃이 있으니 화창한 봄날이다. 긴 겨울을 이기고 핀 여린 꽃을 보니 움츠러들었던 내 어깨가 절로 펴진다.

 

바다에도 농사지을 수 있는 밭이 있다. 뻘밭이 그곳이다. 갯마을 사람들은 물이 빠지면 질퍽거리는 밭으로 농사일을 나간다. 작은 널판을 이리저리 밀며 꼬막을 캔다. 물이 들면 더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으니 한눈 팔 시간이 없다. 갯마을 사람들의 분주한 새벽은 붉은 빛깔로 뻘밭과 함께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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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빌딩과 수직을 맞추려 아등바등 부자연스럽게 살아가지만 갯벌에서는 갯벌과 수평을 맞추며 사는 게 자연스럽다. 너른 갯벌에 사람이 들어가면 아닌 듯 그러하게, 그러한 듯 아니게 자연과 하나가 된다. 갯벌에서는 사람도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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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반대 되는 것이 하나가 될 때 움직인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다.
달이 있으면 해가 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다.
세상은 반대 되는 것이 하나가 될 때 움직인다.
정반대에 있는 것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나와 정반대에 있는 것임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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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든 소금은 고작 3퍼센트에 불과하다. 3퍼센트의 소금이 바다를 썩지 않게 하고 정화시킨다. 순천만 자연 생태계 보전도 3퍼센트의 힘에서 시작되었다. 갯벌 생명의 활동이, 철새의 월동이 활발할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든다. 순천만은 살아 숨 쉰다.

 

글. 이근욱 사진. 조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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