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파라솔

in #sun5 years ago

파라솔을 사고 싶다. 뭉게구름이 하늘에 떠 있었고, 바람은 선선하게 부는 날이었다. 누군가는 집에 있는 걸 아까워하며 무작정 한강을 따라 걷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집 밖에 나가기 귀찮았고, 옥상에 갔다. 옥상에 간이 의자를 펼쳐 놓고 다른 옥상을 바라봤다. 분홍색 원피스와 회색 후드를 입은 사람이 흔들거렸다. 사람이 아니었다. 바람에 분홍색 원피스와 회색 후드가 살랑거렸다. 햇빛이 강해 하늘을 똑바로 올려보지 못했다. 모자를 쓰고 올라 갔지만 반팔을 입은 팔은 자외선을 그대로 흡수해야 했다. 몸은 금방 뜨거워졌고 얼마 안 돼서 다시 내려 왔다. 옥상에는 버려진 큰 화분들이 많다. 흙이 가득 차 있고, 어떤 곳에는 봄이라고 지 맘대로 풀이 자랐다. 여기에 파라솔을 꽂으면 딱이다. 테이블과 캠핑용 누울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아이스 커피만 있으면 야오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된다. 마음만 먹으면 담배도 태울 수 있다. 만약 파라솔이 오고, 의자가 오고, 테이블이 오고, 커피까지 온다면 담배를 태우고 싶은 마음이 진심으로 우러나올 듯하다. 파라솔. 처음에는 파라솔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햇빛 가리개. 우산 같은 거. 해변에 꽂힌 거. 해변에서 햇빛 가림막. 꾸역 꾸역 이런저런 유사 단어를 생각하다, 파라솔에 도달했다. 파라솔은 컸다. 대부분 해변용이나, 정원용 혹은 편의점용이었다. 너무 큰데.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미니 파라솔을 검색했고, 예쁘지는 않지만 크기가 괜찮은 미니 파라솔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너무 작은 게 아닐까 걱정이다. 큰 걸 사야할까, 작은 걸 사야할까. 파라솔이 오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고 싶어질텐데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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