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 2/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edited)

친정 아버지 2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q5949a/221372876921
친정아버지 2

외동딸에 늦둥이라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뜸뿍 받고 자랐습니다
결혼해
서울 사는 딸내미 생일이라며
얼굴 한번 보고 싶다고
착지를 기억하는 새처럼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조차
마다하고 서울로 오셨습니다
"아빠.... 잘 찾아오셨네예“

“우리 달님이 있는 곳이라면
달나라든 못까것나..”

사돈들과
안절부절을 숟가락에 얹고
허둥지둥 에다 젓가락질을 하시더니
소죽도 챙겨줘야 하고
감자씨도 심어야 된다며
서두르며 일어선 아버지는
“택시 타고 서울역까지
쪽 바로 갈테이까네 걱정말거레이
빨리 더가서
시댁 어른들 잘 챙겨 드려야제...
내 신경 써지 말고 퍼떡 더가라“

“추수 때 김서방이랑 같이 내려갈게예..“

오래된 바람처럼 걸어가신
아버지를 보내고
분사스러움이 지나간 자리를
헐렁해진 마음으로 정리하려 할 때
아버지가 앉았던 자리 밑에
상자 하나와
핸드폰이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열어본 상자 안에는
생일선물을 줄려고 사온
구두 한컬레가 들어 있었고
핸드폰은
낡고 만신창이가 되어
액정화면은 금이가고 깨어져
걸 수도 없이
받기만 겨우 할 것 같았습니다

전화걸면
“달님이“이라고 나타나질 않으니
첫마디가 늘 “누구십니꺼”라고
받은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니
아버지의 핸드폰은 내 목에 가시가 된 채
저는 “더 씩씩하게 살게예 아버지“
소리만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계절의 틈바구니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먹빛 하늘이 지난 자리에
누런 들판 가을볕을 등판으로 견듸며
봄이 버린 시간들을
주워가는 농부들의 바쁜 일상을 건너
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달려가고있었습니다
“아버지예...

“ 우리 달님이 오는가베... 라며
새벽을
떠나온 햇살의 온기로 뛰어나오시는 울 아버지

“아버지 오다 보니까네
우리 집 벼가 제일 잘 익었는 것 같데예”

“하모... 내가 농민학교에서
공부해가 공을 많이 들였제...”

와.. 우리 아버지 신식 아버지 다됐네예...“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 예
그 비싼 구두를 무슨 돈으로 사 오셨어예“

“맞더나,,,니 앞전에 모내기하다 빠진
신발 벗어놓고 간 거 보고 싼 긴데,,,, “

“너희 아버지 생신날
네가 구두상품권 준거 같꼬
니 구두 샀다카더라”
옆에 있는 엄마가 거들고 나서며
한마디.더 하십니다

“ 구두 싸러 갔다가
그 신발이 눈이 띄어가꼬
우리 달님이 신어면 이삐겠다며
덜렁 사 오신거데이,. “

“내사 우리 달님이 이쁜 구두만 보면
마 다 사고 싶은기라..”

“아버지 전에 서울 와서
놓고 간 핸드폰 여기심더 “

“근데 이건뭐꼬”

“새로 스마트폰 하나 사심더 "

“아야 다 늙어가지고 이런 거 필요 없다 전화 걸 때도 없고
오는 전화만 바드면 되는대 말라꼬
이래 비싼걸,,,,,“ 하시고는
햇살이
수줍은 꽃잎을 그리듯 들고나가신다

아버지 어디 가십니꺼
과일 드시지 않코예 “

“아야. 소피보러 갔다 오꾸마..”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노란 달이
구름 이불을 덮고 잠들 때까지도
오시질 않아
“달님아..
너희 아버지 노인정에 갔나 보데이”

어둠을 가르며 달려간
노인정 문손잡이 에서부터
아버지의 음성은 묻어 나오고 있었고
이게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이라며
친구분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계신 아버지는
서울 사는
우리 달님이 가 사준 거라는 말까지 덧붙이시며 자랑을 하고 계셨습니다

“김영감.....
그 보여주지만 말고 한번 만져보제이”

“허... 함부로 모르고 손대면 큰일 난데이”

작은 핸드폰 하나로 노인정을 주름잡고
오셔서는 상자에 고히 넣어둔 채
아버지는
핸드폰과 나란히 잠들어 버리십니다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하나하나 분리한 뒤 깨끗이 닦아
다시 케이스에 담아 보관하시다 보니
핸드폰은 늘 새것 같았고
하루에 한 번씩
영상통화와 카톡으로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주실 만큼
핸드폰 사랑에 푹 빠져 사셨습니다

매일 제게 고구마가 이만큼 컸다며
벼가 이만큼 익었다며....
이제는 농사짓는 것까지
보고를 하는
리포트일까지 하시면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하루에 서너 번은
사진이며 영상통화며 울려대던 전화가
누군가 시간을 주워가 버린 듯 조용해졌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 아버지 바쁘신가 보네예...“

머뭇거리든 엄마가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 하더만은
스마토펜인가 하는
그 전화통을 잊자 뿌린기라마,,”
단디 못 챙겼다고 욕먹을끼라고
니한테 말하지 말라 캤는데,,,“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뒤부터
점점 아빠의 언어는 사라져 갔고
하루 종일 하늘로 오르지 못한 나무처럼 서계신다는 소리에
마음 두드려 내리는 노란 가을비를 맞으며
가족들과 내려간 저는
“아버지 저 왔어예,,“

저무는 달처럼 하루종일
이불을 깔고 누운 흔적 위에서
“내려온다고 욕봤데이... 한마디 하시곤
모로 누워 시들어버린
들풀처럼 누워버리십니다

“아버지 예
김서방이
아버지 엄마 스마트폰 사 왔어예“

“뭐시라꼬 그 비싼걸 두 대씩이나,.”라며
죽은 자식이라도 살아 돌아온 냥
이불을 박차고 걸어 나오시는
모습에
모인 가족들은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좁쌀 같은 별들이 하늘 천장에 뿌려진 저녁
바람이 빚어 만든 사람처럼
평상에 나란히 앉은 두 분은
문자를 서로 주고받으며
“혜자씨,,,사랑합미데이“

“아이고 마..
70 평생 한 번도 듣지 못한 말도 다 듣고
스마토펜이 좋긴 한갑소...“

어느새
달님이 지휘자가 되고
구름이 만든 오선지에 별들은 음표가 되어
"가족은 나의 햇살"이라는
바람이 연주하는 소릴 들어며
행복하고도 예쁜 추억으로
가위질한 시간을 두고
저는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어디쯤 가고 있노 조심히 가게래이
절대 전화기 테스트 할라꼬
전화 한게 아니고
옆에서
니엄마가 자꾸 걱정이 돼가
전화해보라 캐서 하는기다
..
그리고
올라가는데 기름값 하라꼬
가방에 6만 원 너놓았데이...“

휴게소에 도착한 저는 가방을 열어보고는
비를 만난 나뭇가지 끝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오천원짜리 한 장과
만 원짜리 한 장을 보면서요

나날이 시신경이 망가져 가는
아버지가 언제까지
스마트폰과 사랑의 밀어를
나눌진 모르지만
하루하루
스마트폰으로
때늦은 사랑고백도 주고 받으며
행복의 다리를 만들어가는
달달한 하루를 보내고 계신 모습에
가족이란 서로 부족한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계 란걸
또 한 번 느껴가고 있었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잠든 남편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다들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정작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따라오는 별들에게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18-10-09-20-07-06-775_dec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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