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의 단편이야기(Dante's Tale Cube) : 릴-01 ◎

in #story8 years ago (edited)

저는 가끔씩 이야기를 끄적거리곤 합니다. 잘 쓰지는 못합니다.
그냥 생각이 나면 적는 편입니다.
단편이라고 부르긴 뭐하고 그냥 전 '작은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Tale Cube]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적고 모으고 있는데요.

그렇게 적은 이야기를 하나 올려봅니다.
사실 제목은 없습니다. 못정했어요.
(대체로 이렇게 제목이 없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일단 구분을 위해서 주인공의 이름을 대신 적어봅니다.

그냥 지나가듯 가볍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이 서점을 좋아한다. 그건 이곳이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전형적인 헌책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낡은 조끼를 입고, 그만큼이나 오래되었을 돋보기 안경을 쓴.
하얀머리에 인자한 미소가 보기 좋은 노인이 주인인 헌책방이었다.
이곳에 오면 마치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짙은 체리톤의 나무 책장사이로 잘 정리된 책들이 좋았다.

책장 옆으로 지나갈때 피어오르는 오래된 종이의 냄새도 좋았다.
종이냄새는 가득했지만, 있을법한 먼지의 냄새는 없었다.
낡았지만 깨끗한, 마치 책방의 주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책을 손에 들고 넘겼을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거친 종이의 질감도 좋았다.
이 곳의 책들이 지니고 있는 시간의 향기는 그렇게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중간에 시간이 나면,
이곳에 들러 이곳의 책들 하나하나의 제목을 보는 것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책은 책장에서 꺼내어서 읽어보곤 했다.
때로는 몇시간 씩이나 서서, 혹은 바닥에 앉아서 읽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수 없는 그런 편안함이 있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이미 익숙한 위치에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꽂혀있기도 했고,
전혀 새로운 제목의 책들이 대신 꽂혀있기도 했다.
가만히 책들을 살펴보던 나의 눈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다.

표지는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투박했다.
제목도 멋지게 쓰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제목의 일부가 무언가를 붙여놓았던 듯 훼손되어 알아볼 수가 없었다.

'.. 기사와 요정의 연대기..'

표지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는 책을 꺼내어 앞표지를 보았다.

['기사와 요정의 연대기' 뉴폼페이 대학 문학출판부]

뭔가에 머리를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고, 입가에 엷게 미소가 번졌다.
왜냐하면 내가 이 책을 만드는데 한 몫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명색이 유명대학의 문학출판부였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동아리에 불과했었다.
(실제로는 엄연히 정식 학교출판부가 존재했었다.)
고작 한달에 한두번 자작시나 소설, 고전들을 서너장의 신문처럼 찍어대던 시절이었다.

회원들의 처절한 푼돈을 모아서 산 낡은 인쇄기와 서너평 남짓의 작은 동아리 사무실,
그리고 모여있던 친구들의 타오르는 열정만이 가진 모든 것이었다.

책을 만들자라고 한 것은 제이였다.
지금은 잘나가는 출판사의 편집장이지만 그때는 루이스턴과 데이브의 고전에 목숨을 건 열혈문학도였다.
당시에 우리는 싸구려 등사원지에 타이핑을 해서 신문을 만들어 돌리던 때였다.
그나마도 하나밖에 없는 낡은 인쇄기가 속을 썩일때면 팔이 빠져라 손으로 드럼을 돌려야 했다.
팔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었지만 그보다도 잉크의 그 역겨운 냄새가 더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때의 잉크냄새가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 한쪽 눈이 찡그려졌다.
그래도 그렇게 한참을 인쇄기를 돌리고 나면,
커다란 얼음이 두개나 들어간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근처의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한 학년 아래의 세라가 만들어오곤 했다.

어떤 때는 심하게 달고 어떤 때는 레몬의 냄새가 진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마치 소마(神酒)처럼 시원하게 느껴졌었다.

세라..

나에게 있어서는 문학보다는 세라가 나를 그곳으로 가게 만든 이유였다.
처음에는 룸메이트인 제이녀석에게 어거지로 끌려갔었다.
얼떨결에 창단멤버가 되었지만 그냥 자리만 지켜주는 위치였다.
신입생을 뽑는다는 말도 한귀로 흘렸었다.

환영회가 있다는 말에 역시 자리나 지켜주다 오자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신입생인 세라를 만났고 나는 곧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나는 모든 것이 서투르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책을 만드는데 가장 열성을 보인 것은 역시 제이였다.
다른 부원들은 그런 제이의 열정에 휩쓸려 있었고,
나와 세라는 책을 만드는 핑계로 데이트를 즐기는데 치중해 있었으니까.

나는 가만히 책장을 넘겨보았다. 군데군데 얼핏얼핏 무언가가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타이핑이 잘못되거나 등사지나 드럼이 속을 썩이면 모조리 다시 시작해야했기 때문에,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에 남아버린 것 같았다.
이 책은 사실 우리가 쓴 이야기들로만 채워진 건 아니었다.

우리가 쓴 이야기도 몇편 들어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사들의 연대기라는 고서를 번역한 것이 중심이었다.
다른 몇가지의 로망스(Romance:기사도 이야기)를 모으고..
요정이나 아이리쉬 동화라던지 우리들의 시나 소설 중 비슷한 분위기를 끼워 맞춰넣어서 만들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앞뒤가 안맞는 내용도 있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도 있었다.
한참동안 미소를 머금은채 책을 보던 나는 책을 덮고 계산대로 향했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면 제이 녀석은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늘 그의 출판사 소속 작가들에게 하는 입버릇처럼,

[이따위 책은 당장 오븐에 쳐넣어버려! 오리통구이처럼 빠짝 구워버리란 말이야! 이런건 잉크가 아까워!!]

라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별볼일 없는 작가의 글도 그의 가위질만 들어가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다.
그 유명한 편집장 제이슨 커틀랜드가 이렇게 유치하고 어색한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다음편으로 :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2)


#story #kr-pen #kr #talecube #jjangjja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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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시는걸요?:)

감사합니다. 잘 쓸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

세라가 나를 알아가네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의미를 살짝 모르겠지만, 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 문맥에서 세라가 동기부여를 해준거 같아서 깨달게 해준다는 의미로 적었는데 아이구야 많은 실수군요 피곤할땐 글을 삼가해야될거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 그런 뜻이었군요. ^^

글 잘 쓰시는 걸요.^_^ 재미있는 소설이 나오겠어요~^^

감사합니다. 재미가 있으면 좋겠네요. ^^

오..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흘러가듯 읽기 좋은 단편이네요

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와~ 이제 글도 쓰시는군요.^^
글은 그림보다 더 어렵다고 하더군요. 짜내려고 애쓰면 졸작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느긋하게 천천히 즐기면서 쓰십시오.^^

가끔씩 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써둔 건데, 시험으로 올려보려구요. ^^
(예전에 잠깐 존버이야기와 더스틴의 일지라는 이야기를 잠깐 올려보기도 했지만요.)

what are you talking about?

たまたまは短い小説を書きます。
その小説のうち一方をポスティングしています。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고고싱~^^/

오 단테님 이젠 소설도 쓰시나요? 나중에 그림이랑 소설이랑 결합하면 멋질것 같아요!

조금 부끄럽지만, 예전부터 간간히 이야기를 적곤 했습니다. ^^

재미있어요. 2편으로 갑니다.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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