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와 캠페인의 나라
한국만큼 금지 표시가 많은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어딜 가나 '금지'라는 단어가 무성하다. 흡연 금지, 쓰레기 투척 금지, 주차 금지 기타 등등. 손글씨로 험악하게 협박하는 금지 표시들도 있다. "여기에 쓰레기 버리는 인간은 CCTV로 다 찍고 있으니 잡아다 경찰에 넘긴다."
한편, 캠페인도 넘쳐난다. 관공서나 금융 기관에 문의 전화를 하면 어김 없이 "상담 직원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들입니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오늘 아침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식약처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식사 하실 때를 빼곤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지 표시와 캠페인이 많은 건, 그만큼 어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까? 비양심이 난무하기에 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창궐하는 것일까?
우리를 둘러싼 거리의 시청각 환경이 이렇듯 네거티브 메시지로 가득차 있다면 그것 또한 공해에 해당될 수 있다. 금지와 캠페인은 시민이 동료 시민의 양식과 주체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바탕에 깔린 정서는 '척박함'이다. 그런 공기에 둘러싸여 살면 타인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 무례일 수 있다는 감각이 무뎌진다. 타인의 자유를 관용하지 않은 채 배려만을 강요하는 세상은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내가 과민한 것인지, 혹은 사회가 둔감한 건지, 네거티브 메시지가 과용되는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