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혁명 - 고용 없는 독립 노동

in #steempress3 years ago


'노동시장에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혁명은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것이다. 비록 개개인의 독립군들에 의한 작은 시작이지만 혁명의 불꽃은 급격히 커질 것이다. 이제 미래의 노동은 임금 노동과 조직노동의 퇴조로 상징된다. 산업화 이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함께 인간 삶의 중심부로 이동해왔던 타율적인 임금노동이, 이제 인공지능 기술혁명으로 인해 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단 하루면 전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충분한 시대를 맞고 있다. 인간의 참여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과이다. 만일 노동을 임금노동으로 가정한다면 일자리의 소멸, 노동의 종말은 현실화되고 있다. 신성불가침의 지위를 누리던 임금노동의 퇴화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동시에 임금노동와 쌍을 이룯전 조직노동도 동반 퇴화할 것이다.'

 

노동시장의 근본적 변혁을 이끄는 양축은 "고용 없는 성장"과 "고용 없는 노동"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규직을 목표로 삼거나 취업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제조업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부상으로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유경제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전통적인 취업으로는 도저히 답을 풀 수 없는 추세이므로 과거와 같이 일자리 창출 방식의 접근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이다.

미래사회에서는 "고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해질 것이다. 19세기 제1차 산업사회가 공장노동자라는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낸 것처럼 4차 산업사회는 "크라우드 노동자(crowd-worker)"라는 새로운 노동자 유형을 만들어냈다. 크라우드노동(Crowd-work, "군중노동"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군중에 의해 이루어지는 노동을 가리킨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오프라인 공장이나 작업자에서 이루어지는 군중노동과는 차별된다)의 핵심은 "고용 없는 노동"이라는 점이다.

고용주가 아닌 고객의 요청에 의해 노동을 수행한다. 즉,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 "일감을 주는 고객"들은 복잡다단한 업무를 임의로 조각조각 나눠 플랫폼에 올리면 전 세계의 크라우드 노동자들은 각자 자신의 능력과 취향대로 조각조각별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행하고 플랫폼에서 이 조각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전체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누군가 어떤 자료를 번역하는 과업을 플랫폼에 올리면,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한 페이지만 번역하든지 혹은 원고 전체를 번역하든지, 각자 능력껏 번역한, 조각들을 플랫폼에 올린다. 플랫폼은 그 중에서 품질이 좋은 번역 조각을 모아서 번역을 완성하고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것을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이라고도 하는데, 군중을 대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개념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조각 돈을 모으고 크라우드소싱은 조각노동을 모은다는 점만 다르다.'

 

한편, 크라우드 노동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플랫폼노동의 하위개념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즉, "군중형" 플랫폼노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플랫폼은 발판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차를 쉽게 타고 내릴수 있도록 만든 승강장을 가리킨다. 산업 분야에서 플랫폼이라 부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거나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특징을 차용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요컨대 플랫폼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마당과 같다. 플랫폼노동이란 바로 이 장마당의 기능을 하는 플랫폼에서 자율적으로 교환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플랫폼노동자는 독립적인 노동자로서 언제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며 수많은 고용주들과 자율적으로 거래하고 작업과 작업 사이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독립적인 노동자들 중 30%는 "프리에이전트"로 독립적인 일을 적극적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수요수입을 얻는다. 40%는 스스로 일자리를 선택하지만 기존 소득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한다. 14%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독립적으로 일하지만 전통적인 일자리를 선호한다. 나머지 16%는 돈이 항상 궁핍한 사람으로 필요에 의해 돈을 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우버와 같은 호출형의 플랫폼노동을 크라우드 노동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은 우버형 노동 혹은 호출형 노동과 크라우드형 플랫폼노동 혹은 군중형 플랫폼노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버형은 누군가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노동자 군중 중에서 한 명이 그 서비스에 응답함으로써 노동력의 거래가 성사된다. 우버형의 경우는 군중이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군중 가운데 한 명이 일을 하러 나서기 때문에 크라우드 노동과는 구분이 된다.'

 

한편, 맥킨지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30%는 돈을 벌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독립적인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맥킨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자인 사람들보다 독립적인 일자리에 더 많이 참여한다면 그것은 더 나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쩔 수 없이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소수에 속하지만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 새로운 노동은 무엇보다 법적으로 난해한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일하는 플랫폼노동자는 노동법상 노동자인가. 자영업자인가?

둘쨰, 플랫폼노동자의 사용자는 플랫폼인가. 아니면 고객인가?

셋째, 플랫폼노동권과 복지권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넷쨰, 크라우드 플랫폼노동자의 경우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

그러나 플랫폼노동이나 크라우드노동은 아직은 생소한 개념으로써, 용어에 대한 합의된 조작적 정의도 없고 어디까지를 포괄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도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노동 혹은 크라우드 노동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청년실업과 맞물려 노동시장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은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고령세대의 노동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고령인력들이 퇴사 후 저임금 저숙련의 일자리를 갖게 되는 것은 개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닌 매칭의 문제이다. 따라서 은퇴 인력들과 기업과 연계하고, 적재와 적소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존재가 고령자들의 노동참여의 기회를 확장시켜 주고 있다.

 

 

기술혁명, 고령화에 대응한 노동혁명이 필요한 시대

  • 잉여인간이 몰려온다. 노동혁명, 이성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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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귀한 포스팅이네요.

근데 말씀하신
고용없는 독립 노동조차
인공지능에 의해 조만간 밀려나지 않을까요?

플랫폼 노동과 크라우드 노동이라는 개념이 참 유용한 것 같습니다. 특히 크라우드 노동이라는 개념은 노동에서의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