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실험에 나선 은행

in #steempress6 years ago


웹 기술과 모바일 기술이 은행업계를 뒤흔들자, 소비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로벌 은행 그룹 ING의 CEO 랠프 해머스가 말한 '걸어 다니는 은행'에 재빨리 적응했다.

2014년까지 ING 소매금융 업무의 40% 정도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졌다.(현재 이 수치는 60% 가까이 되고, 은행 지점 방문과 고객지원센터 전화를 통한 업무 비율은 1% 미만으로 급락했다.)
그때도 모바일 고객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로그인해서 최신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퇴근길 기차 안에서 대출거래 업무를 시작하면, 그날 밤 집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고객들은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의 대부분을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해머스는 말한다. "이런 플랫폼이 고객 경험의 표준을 설정했죠."

이는 곧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ING 고객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서, ING가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사용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그래서 해머스는 당시 ING 그룹 네덜란드 사업부 CEO 였던 닉 주와 함께, ING 최대 사업부인 네덜란드 소매금융 본사에서 변화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 첫 단계로 다른 고위 경영진과 이사회가 인재를 배치, 개발, 평가하기 위한 팀 기반의 새로운 애장일 시스템을 구상하도록 지원했다.
ING 네덜란드 IT 사업부는 이미 애자일 스크럼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업부들은 이런 업무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해머스와 경영팀은 본보기가 될 만한 기술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들의 인재 관리 시스템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 배웠다.
상근 지원 3,500명을 둔 ING 네덜란드 사업부 본사는 2015년 봄까지 기존의 시스템 대부분을 '트라이브' '스쿼드''챕터'로 구성된 유동적인 애자일 조직으로 교체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권, 개인 뱅킹 등 특정 영역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13개 트라이브가 만들어졌다. 각 트라이브는 최대 150명의 직원이 있다. 이 체계 바깥의 영업, 서비스, 지원 조직들, 이를 테면 트라이브 보다 규모가 작은 고객 충성팀은 트라이브와 협업 관계에 있다. 그리고 각 트라이브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예산을 할당하고, 트라이브가 안팎으로 상호 지식과 통찰을 공유하도록 책임지는 리드가 한 명씩 있다.
트라이브 리드는 또 다른 매우 중요한 임무가 있다. 트라이브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9인 이하의 자율적인 스쿼드를 조직하는 일이다. 스쿼드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해서 특정 고객의 니즈를 해결한다. 스쿼드는 분야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조직으로, 대개 마케팅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IT 엔지니어, 제품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스쿼드 구성원 중 한 명이 업무를 조율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제품 책임자'로 지정된다. 스쿼드는 모바일 앱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거나 특정한 기능을 구축하는 등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한 활동을 지속한다.
2주일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18개월이 걸리는 업무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스쿼드가 해체되고, 그 구성원들이 다른 스쿼드에 합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은 스쿼드 조직을 유지하면서 다른 고객의 니즈를 계속 해결해간다.

소규모 교차기능 팀을 이뤄 함께 일하는 스쿼드는,
전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이처럼 작은 규모로 팀을 짜서 함께 일하면, 과거 여러 부서를 거쳐야 했던 문제를 스쿼드 구성원끼리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정보는 스크럼, 일일 스탠드업 미팅 같은 기술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메커니즘을 통해 공유한다. 스쿼드가 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과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높아진다.

애자일 인재관리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해서 혼란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잘 설계된 시스템은 제도적인 안정을 담보하기 위해 명확한 규칙과 안전 조치를 따른다. 예를 들면 모든 트라이브에는 문제를 다른 조직에 떠넘기는 대신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환경 속에서, 스쿼드와 개별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2명의 애자일 코치가 있다. 베테랑 은행 직원들이 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ING 네덜란드 사업부 피터 제이콥스 최고정보관리책임자에 따르면 전혀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젊은 세대보다 훨씬 빠르고 순조롭게 적응한다." 승인 받아야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과거와 달리, 베테랑들의 전문 지식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챕터라는 조직도 있다. 챕터는 데이터 애널리틱스나 시스템 프로세스처럼 같은 분야에 속하면서도 여러 스쿼드에 흩어져 활동하는 사람들을 조율한다.
챕터의 리드는 우수한 사례를 추적하고 공유하며, 전문성 개발과 성과 평가를 담당한다. 챕턴는 전통적인 경영법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업무 이관과 요식 체계는 생략하면서도, 유용한 기능은 계속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시스템에는 정기 평가가 포함된다. 스쿼드는 2주일에 한 번 업무를 검토한다. "스쿼드는 고객을 위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나 '빨리 실패해버릴지 말지'를 결정한다."라고 해머스는 말한다.
실패를 통한 학습은 적극 권장된다.
스쿼드는 각 업무를 완수할 때마다 자체 평가도 철저하게 시행한다.

트리이브는 분기별 사업 검토(QBR: quarterly business review)를 통해 최대 성공과 최대 실패를 살펴보고, 그 동안 얻은 교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돌아보고, 향후 3개월간 추진할 목표를 명확히 규정한다.

이런 안전 조치가 현재 ING 네덜란드 사업부의 CEO 빈센트 판덴 부거트가 말한 '스쿼드 기반 시스템의 양대 난제'에 대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첫번째 난제는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스쿼드가 고객의 니즈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변화가 회사 전체의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다. 이 리스크는 QBR로 완화할 수 있다.
두번째 난제는 언뜻 납득이 안 될 수도 있는데, 바로 자체 평가를 하는 스쿼드가 2주일 단위로 달성하는 점진적인 개선 결과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경우다. 이 역시 QBR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고경영진이 QBR을 통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강화하기 때문이다.
ING의 인재관리 실험을 진행한지 2년여가 흐른 지금, 해머스는 이 실험이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고객만족도와 직원참여도가 모두 향상됐고, ING의 신제품 판매와 마케팅 속도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에 따라 ING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네덜란드 이외 지역 약 4만 명의 직원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머스는 변화를 하루라도 빨리 추진하고 싶어한다.
ING의 13개 소매금융 시장을 위한 앱은 외양, 디자인, 기능 면에서 제각기 다르다. 해머스는 이를 더 단순화해서 어느 지역, 어떤 고객이라도 똑같은 ING 서비스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싶다. "기술기업은 전 세계에 같은 플랫폼을 적용하죠." 해머스는 말한다. "지구상 어디에서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에 접속해도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ING도 그래야 합니다. 우리 고객을 뱅킹의 미래로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 HBR 3-4.2018, ING의 소매금융 사업 개편 방법, 도미닉 바턴, 데니스 캐리, 램 차란 -
    도미닉 바턴: 맥킨지앤컴퍼니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 데니스 캐리: 콘 페리의 부회장
    램 차란: 세계적 규모 기업의 CEO와 이사회 고문 활동
    (Talent Wins: The New Playbook for Putting People First, HBR Press 2018)

    Posted from my blog with SteemPress : http://internetplus.co.kr/wp/?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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